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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 사각사각 얼음 위에 통통한 팥 한가득

하얗게 갈아 소복이 쌓은 빙수. 팥을 듬뿍 얹어 한 입 뜨면 입 안이 얼얼해진다. 더위가 싹 가신다. 요즘은 빙수가 디저트 트렌드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선한 과일들을 부드러운 얼음과 함께 먹기도 하고 녹차 빙수나 진한 모카 초코 빙수 등 그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한 편에선 예전 형태의 고전적 팥빙수가 다시 관심을 받기도 한다. 하얀 얼음 위에 팥을 가득 올려 인절미나 얼린 감 등을 살짝 곁들여 낸다. 복잡한 맛보다 단순한 옛 맛이 때론 구미를 당기게 한다.

아주 오래전에 학교 앞을 지날 때 빙수 가게의 추억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마치 재봉틀처럼 생긴 기계에 벽돌만한 얼음을 끼워 갈아내면 마치 대패질을 하듯 부서지는 얼음들이 사각사각 쏟아져 나왔다. 팥이 들어가면 고급이고, 대개 빨갛고 파란 식용 물감이 든 달콤한 소스를 뿌려 먹었다. 지금처럼 아무 때나 먹는 게 아니라, 오직 여름 한철에만 맛볼 수 있는 특별 간식이었다.

지금은 전동식 빙삭기가 굵은 빙수부터 눈꽃처럼 고운 빙수까지 여러 종류의 빙수를 만들어 낸다. 얼음이 어떻게 변신하느냐에 따라 맛이 좌우된다. 매우 고급스런 빙수는 팥에서 차이가 난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캔에 들은 팥을 대부분 사용하지만, 직접 팥을 골라 정성껏 만들면 빙수의 질이 달라진다. 너무 달지도 않고 통통한 질감이 살아있어 고소함이 씹힌다. 토핑의 맛이 자극적이지 않을 때 빙수의 깔끔한 맛을 더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빙수를 처음 만들어 먹은 나라는 중국이다. 기원전 3000년경 눈이나 얼음에 꿀과 과일즙을 섞어 먹었다고 하니, 오늘날의 빙수와 차이가 없다. 중국인들은 '얼음 우유'도 즐겨 먹었는데 역시 요즘 트렌드와 다르지 않다. 이 후 눈이나 얼음을 활용한 천연 빙수는 세계로 퍼져나갔다. 알렉산더 대왕은 페르시아 원정에 지쳐 쓰러진 병사들을 위해 꿀과 과일을 섞은 눈을 먹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한국은 조선시대부터 기록이 남아 있다. 매년 복날이 되면 관원들이 서빙고의 얼음을 받아 잘게 부숴 과일과 섞어 먹었다고 한다. 한국인들이 팥을 워낙 즐겨 먹었지만 정작 팥빙수는 단팥죽을 얼음과 함께 먹었던 일본에서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히려 팥빙수의 정교한 맛은 한국적인 것이 단연 으뜸이다.

팥빙수를 맛있게 만들려면 얼음을 3/2 정도 담은 다음 연유를 뿌리고 다시 얼음을 담은 후 팥을 올린다. 이렇게 하면 연유와 팥이 섞여 질척해지는 것을 막아 준다. 팥의 텁텁함 때문에 끝 맛이 개운하지 않을 때는 유자청을 조금 넣어 준다. 그러면 향긋하면서도 개운한 끝 맛을 느낄 수 있다.

미숫가루 대신 콩가루를 뿌려주면 우유의 부드러운 맛과 팥의 단맛이 어울려 팥빙수의 맛을 제대로 살린다. 우유를 얼려 갈아주고 팥과 콩가루를 뿌려낸다.

건강을 생각한 웰빙 빙수도 도전해 볼 만하다. 빙수 위에 단호박을 올리거나 녹차, 또는 오미자즙을 얼음과 섞기도 하고, 그 위에 싱싱한 블루베리나 망고를 올린다. 건강과 색감을 모두 충족시켜 주는 새로운 감각의 빙수다.

▶빙수 팥 만들기

재료: 팥, 설탕(동량), 소금 약간, 연유, 물

1. 팥을 체에 넣고 돌려가며 씻는다.
2. 팥은 물에 재워도 되고, 시간이 바쁘면 그냥 해도 무방하다.
3. 불순물 제거를 위해 처음 팥이 끓을 정도로 삶아 물을 모두 따라 버린다.
4. 다시 새 물을 3~4배 정도 부어 2시간 가량 끓이다가 설탕과 소금 약간 넣는다.
5. 주걱으로 잘 저어 물이 1~1.5배 정도일 때 불을 끈다. 단맛이 덜할 때는 연유를 약간 넣어줘도 좋다. 설탕의 양이 너무 적으면 쉽게 상할 수 있다.
6. 차게 식힌 후 냉장고에 넣어 보관한다.
요리수첩
여름철 빙수를 먹을 때 함께 넣어 먹는 팥은 우리 몸에 매우 유용하다. 팥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단백질, 지방, 당질, 회분, 섬유질 등과 비타민B1이 다량으로 함유돼 있어 식욕부진, 피로감, 수면장애, 신경 쇠약 등에도 효험이 있다. 이뇨작용의 역할도 뛰어나 팥을 삶아 먹으면 신장염에도 좋다. 팥은 설사를 멈추게도 하고 비만증과 고혈압의 예방 치료제이기도 하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옛사람들은 매달 초하루와 보름날을 팥밥 먹는 날로 정하기도 했다.
좋은 팥을 고르기 위해서 먼저 크기가 고른 지를 살펴보고, 단단한 낱알인지 만져본다. 이물질이 없고 고유의 색이 선명한 것이 좋은 팥이다.
글·사진=이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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