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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야 할 때..아직은 아닙니다. 조금은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김영기

아직은 아닙니다. 조금은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때가 되어 은거를 하게 되면, 바람처럼 구름처럼 묵은 몸을 이끌고 산야의 일출과 석양이 번갈아 시간을 끌고 가는 고요한 대자연에서 마음을 닦을 날이 올 것입니다.

열심히 거드는 두 제자가 모였습니다. “조만간 때가 되면 유수 선생이 치료마사지학교를 맡아보겠어요?” “싫습니다. 공은 많이 들고 욕이 많은 학교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하기는 거의 자원봉사로 학교를 거들면서, 온갖 고생을 하고 수모를 겪었던 학교를 맡으려고 할 턱이 없지. “그럼 J는 약손마을을 조만간 맡아서 운영을 해볼 생각이 있는가?”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인성이 아름답고 내면이 깊은 J는 조금 더 숙성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대들을 의지해서 산중에 들어가 적은 돈을 얻어 쓰기에는, 해야 할 일이 많구나.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보자.” 그러나 정작 제 발길을 묶는 중요한 과제는 따로 있습니다.

태중에 근골이 상하고 오랜 기간 기혈이 막혀 이지가 흐려진 S는 처음에 일반 환자같이 몸의 상태를 보고 기치료마사지 시술에 들어 갔습닝다. 하지만 틀어져 엉긴 혈을 풀면서 오랜 시간 이전에 제게 준비된 과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과제를 풀면서 더욱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깨달음을 가지고 심혈을 기울여 시술을 했습니다. S는 틀어진 몸을 바로 세우고, 영성이 풍요로워지면서 이지가 깨어 열려가고, 얼굴의 형이 바뀌면서 곱고 아름답게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을 소홀히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마치 전쟁터를 방불한 정도로 치열하게 치료시간을 보내는 아토피환자 K는 시술이 끝나면 1시간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는데 써야할만큼 상당한 심력을 소모하게 됩니다. 조로환자인 M은 생기를 충전시켜주기 위해서 쓰이는 기운으로 전신치료마사지를 끝내고는 또한 1시간 정도를 호흡을 다듬어야 하는 경우이기도 합니다.

S의 경우에는 시한으로 주어진 기간이 있습니다. 그 기간 동안 나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의 가족들이 보여주는 경탄과 온 마음으로 전해지는 감사와 신뢰의 념은 참으로 남다른 것이었습니다. 대개의 경우 질병을 겪는 본인이나 보호자에게는 ‘역린’이 있습니다. 어찌하다보니 연락이 잘 안돼 스케줄이 겹치거나, 불가항력으로 약속된 시간을 맞출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평소에는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안에 대해 그 ‘역린’을 건드리면 마치 간질발작과도 같이 통제불능한 공황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그 ‘역린을 이길 수 있는 것은 무한한 신뢰와 감사로 ’치료사‘를 대하는 것이고, 그런 분들을 만나는 ’치료사‘는 본인의 능력 이상의 잠력을 끌어쓸 수 있게 되므로 참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때가 되면 S는 평범한 사람의 일상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 때가 되면 제게도 제가 바라는 일상을 얻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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