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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 제 기능 못하면 주방은 '가스 중독실'

폐암·아토피 걸릴 위험 높아

세계 실내공기 오염 사망자 280만명

현대인은 하루 일과의 90% 이상을 실내에서 생활한다. 그만큼 실내공기는 건강과 직결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실내공기 오염에 의한 사망자는 280만 명에 이르며, 실내 오염물질이 실외 오염물질보다 폐에 전달될 확률이 1000배 정도 높다고 추정한다.

집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 특히 주방은 집안 공기오염의 주된 발원지로 꼽힌다. 요리할 때 발생하는 유해가스 때문이다. 가스레인지를 통해 연료(가스)가 연소하는 과정에서 일산화탄소·이산화질소·이산화탄소 등이 발생한다. 이는 모두 호흡기 점막을 자극하는 유해물질이다. 이런 물질에 장기간 노출 시 눈·코·목의 자극부터 심하면 어지럼증·두통·기관지염·천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일산화탄소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체내 산소공급을 방해해 저산소증을 유발할 수 있다.



고기·생선 구울 때 초미세먼지 나와

음식물 자체가 유해물질이 되기도 한다. 커피·빵·통조림 음식 등 일부 가공식품에서는 휘발성물질인 퓨란(Furan)이 발생한다. 퓨란은 국제암연구소가 분류한 발암물질이다. 음식물 냄새를 맡으면 퓨란이 고스란히 인체로 유입돼 위험하다.

음식을 구울 때 유해물질의 발생은 증가한다. 기름·수분·음식물이 함께 산화하기 때문이다. 고기나 생선을 구울 때 인체에 유해한 초미세먼지가 나온다. 또 기름이나 음식물이 타면 프롬알데하이드·벤젠 같은 발암물질이 나온다.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데도 폐암·호흡기질환이 발생한 여성은 주방 공기 중 유해물질이 원인일 수 있다.

문제는 주방의 유해 공기가 집안 전체로 퍼져나간다는 점이다. 특히 일산화탄소·이산화질소·폼알데하이드 등의 유해물질은 공기보다 무거워 바닥에 가라앉는다. 주로 바닥에 앉거나 기어서 노는 유아에게 치명적이다. 어린이는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공기 중 유해물질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면역기능 저하로 인한 아토피·알레르기와 각종 호흡기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공기청정기, 유해가스 제거효과 없어

주방 유해가스를 줄이는 최선책은 환기다. 환기는 공기 중 오염물질을 제거·희석하는 과정으로, 쾌적한 실내공기를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일반적인 환기 방법은 자연환기(창문)와 기계식 환기(주방용 후드)로 구분된다. 하지만 자연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오염물질이 실내에 확산돼 바닥에 가라앉으면 배출이 어렵다. 반면 국소배출장치인 주방용 후드는 오염원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발생하는 순간 바로 흡입, 제거하기 때문에 환기 효과가 더욱 크다.

한국의 KSD환경과학연구소의 실험 결과 환기 없이 조리시 일산화탄소가 22ppm 발생했지만 자연환기했을 경우 14로 줄었고 후드 작동시 3으로 현저히 감소했다.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만 제거할 뿐 유해가스 제거효과는 없다.



필터 망에 각종 세균 서식해 관리 중요

하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후드는 '독'과 같다. 후드로 빨려 들어간 유해가스·냄새·증기 또는 탄 물질 등이 시간이 지나면서 먼지와 섞여 기름때가 된다. 이 기름때에는 자동차 배기가스·담배 등에서 나오는 발암물질이 포함돼있다. 후드를 제대로 세척·관리하지 않으면 곰팡이가 피고, 찌꺼기가 음식물로 떨어진다. 후드를 안 쓰느니만 못하다.

한국화학시험연구원 실험 결과에 따르면 3년간 제대로 청소하지 않은 후드에서 38억 마리가 넘는 세균이 검출됐다. 특히 필터 망에는 식중독의 원인인 황색포도상구균·병원성 대장균·폐렴연쇄상구균 등 각종 세균이 서식하고 있었다. 요리시 발생하는 열이 후드 필터에 전달되면 묵혀있던 세균덩어리 기름 때가 다시 음식물로 떨어진다.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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