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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은과 함께 떠나는 낭만의 유럽여행 이탈리아

가슴 적시는 사랑의 도시 베로나

사랑을 찾아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 베로나로 떠났다. 기차역에서 시내의 입구인 브라 광장(Piazza Bra)까지 가려면 포르타 누오바 거리(Corso Porta Nuova)를 따라 15분 정도 올라가야 한다.
베로나는 로마 시대의 원형 경기장(아레나)에서 열리는 야외 오페라로 유명한 도시다. AD 30년 때 건립된 아레나는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베로나의 상징이다. 하지만 야외 오페라이기 때문에 여름에만 공연이 열리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아레나에서의 첫 오페라(아이다)는 주세페 베르디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 1913년 여름에 개최됐다. 지휘는 툴리오 세라핀, 라다메스 역은 베로나 출신의 명테너 조반니 제나텔로가 맡았다.

이후 많은 가수들이 이 무대를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가수는 베냐미노 질리(Beniamino Gigli)와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라 할 수 있다.
질리는 1929년 플로토의 오페라 마르타(Martha)에서 탁월한 목소리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칼라스는 1947년 라 조콘다(La Gioconda)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센세이션을 일으킨 후 1954년까지 계속해서 ‘아레나 디 베로나’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에르베 광장은 석상과 분수가 있는 구시가의 중심으로 고대 로마 시대에는 포룸(Forum)이었다. 주변에 있는 상인의 집(Casa dei Mercanti) 등 건물들은 모두 14~16세기에 지어진 것이다.

광장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물은 AD 380년에 세워진 분수대. 분수대 위의 석상은 마돈나 베로나(Madonna Verona)라고 부른다. 마돈나는 언제나 오가는 시민들을 축복하며 오랜 세월을 버티고 있었을 것이다.
중절모를 쓴 동상은 베로나 출신의 사투리 시인, 로베르토 바르바라니(Roberto Tiberio Barbarani)다. 18세기에 베로나를 여행했던 괴테는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에서 이렇게 서술했다.

광장은 장이 서는 날에는 사람들로 가득찬다. 야채와 과일, 마늘과 양파가 넘쳐 흐른다.종일토록 외치고, 노래하고, 싸우고, 환성을 지르고, 별안간 덤벼들고, 웃고, 끊임없이 움직인다. 따뜻한 날씨와 값싼 음식물이 그들을 안일하게 했고, 나올 수 있는 사람은 모두 밖으로 나와 있다.”

에르베 광장의 활기 넘치는 풍경과 베로나 사람들을 잘 묘사한 글이다.
중앙에 보이는 탑은 높이 84미터(275피트)의 람베르티 탑(Torre dei Lamberti)이다. 1172년부터 짓기 시작했지만 1403년에는 탑 상단이 벼락에 맞아 파괴됐다. 1448년부터 다시 보수 공사를 시작한 람베르티 탑은 1464년에 완공했다. 그 후 1779년에는 시민들에게 시간을 알리고자 거대한 시계를 탑 중앙에 설치했다. 이 탑 위에 오르면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베로나 시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입장료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3유로, 걸어 올라가면 2유로를 받는다.
탑에서 내려오면 시뇨리 광장(Piazza dei Signori)이 바로 나온다. 시뇨리 광장은 단테(Dante Alighieri)의 동상이 있어 단테 광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단테는 피렌체에서 추방된 후 베로나 영주(칸그란데)의 후원으로 몇 년 동안 베로나에 머문 적이 있다.

그 때 쓴 글이 신곡 중 천국(Paradiso)의 1~17곡이고, 나머지는 라벤나에서 완성했다. 단테는 칸그란데(Cangrande I della Scala)를 위대한 승리자라 부르며 신곡의 천국편을 헌정했다.
단테는 베아트리체를 만난 이후부터 ‘사랑이 나의 영혼을 지배했다’고 고백한다. 베로나 시내를 휘감으며 흐르고 있는 아디제(Adige) 강은 이탈리아에서는 두 번째로 긴 강이다.

멀리 보이는 아치형 석교는 로마 시대에 세워진 피에트라 다리(Ponte Pietra). 피에트라 다리는 이탈리아어로 ‘돌다리’를 의미한다. 한적하게 보이면서도 이탈리아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베로나의 풍경이다.
고딕 양식의 산타나스타시아 교회(Chiesa di Sant’Anastasia). 1280년부터 짓기 시작하여 1400년에 완공한 성당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예배와 기도를 드릴 수 있는 예배당과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 성인들의 조각상과 프레스코화로 장식된 벽과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 등이 보인다. 성당의 아치형 두 개의 문은 특이하게도 빨간색, 검은색, 하얀색의 대리석으로 장식돼 있다.

베로나에서 마지막으로 가야 할 곳은 카펠로가 32번지에 자리 잡고 있는 줄리엣의 집이다. 줄리엣은 사랑의 발코니를 통해 로미오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속삭였다.
지금은 사랑의 발코니가 있는 정원에는 줄리엣의 청동 동상이 세워져 있다. 방문객들은 줄리엣 동상의 가슴을 만지며 기념촬영을 한다. 그녀의 오른쪽 가슴을 만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줄리엣이 죽었다는 기별을 받은 로미오의 가슴은 무너져 내렸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 무슨 희망을 품고 삶을 살겠는가. 납골당으로 달려간 그는 정말로 줄리엣이 죽은 줄 알고 음독자살한다. 그리고 비약의 가사상태에서 깨어난 줄리엣.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는 실제가 아니어도 우리를 슬프게 한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이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것은 목숨을 건 숭고한 사랑이 두 사람 사이에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지옥으로 여행을 시작하여 천국에서 여로를 풀게 되는 신곡의 서사시처럼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은 천국에서 환하게 꽃을 피웠을 것이다.

이렇듯 베로나를 방문한 여행자는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뜨거운 사랑의 불꽃을 가슴에 담게 된다. 줄리엣이 흘리는 사랑의 눈물이 베로나를 하루종일 적시고 있었다.

글, 사진: 곽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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