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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약손마을 원장 - 아토피 이야기

약손마을 옆의 K마트에 놀이기구가 들어왔습니다. 매일 저녁 밖에 나오면 하늘로 치솟는 놀이기구를 타던 아이들이 ‘와’하고 지르는 소리가 들리곤 합니다. 40여년 전 제가 살던 동네에는 넓은 공터에 유랑극단이 천막을 치곤 했었지요. 입구에는 어릿광대와 원숭이가 시선을 끌고, 조악한 그림솜씨로 흉악한 얼굴에 뱀 몸체를 하고 있는 ‘뱀처녀’가 으스스한 분위기를 잡고 있었고, 더 끔찍하고 두려운 상상을 부추기곤 했지요.
이제는 좀 더 정교한 기술로 스크린으로 옮겨 갔지만, 현재의 기술이 진전되어가는 것을 보면 1세기가 더 지나갈 무렵에는 현실감 있게 느껴지는 입체화면에서, 4차원의 영상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화면을 켜니 그 영상이 실제로 나를 툭툭 건드리는 것을 생각해보세요.

오후에는 방문했던 한 환자가 꿈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랜만에 그리운 사람들이 찾아와서 부산하게 하루를 보내는 꿈을 꾸고는 깨어서도 본래 있었던 일같이 마음이 어수선하더니 ‘아, 그것이 꿈이었지’ 싶더니 머리가 맑아지더라는 것입니다.

아토피 환자가 방문을 합니다. 얼굴에서 목으로 다리에서 팔까지 벌겋게 피어오른 기운을 약초로 씻어 내립니다. 손길에 닿는 열감과 지글거리는 영혼의 고통을 같이 느껴봅니다. 살이 짓물러 진물이 흐르고, 마음을 안정시켜서 무어든 집중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가려운 이 고통의 실체가 애당초 존재하지 않음을 알 수 있겠는가? 이 환상과도 같이 실제하지 않는 것이 내 삶을 붕괴 시킬 정도의 위력으로 내 몸을 휘감고 있음을, 마치 가위 눌렸다 헤어나는 것과 진배없음을 아토피 환자가 알 수 있겠는가?

최근에도 여러 환자들에게 기치료마사지를 하다보면 대개의 많은 사람들이 외상에 의한 것보다, 본래 허상과 같이 마음 속에서 피어오른 열화에 의해 몸을 내어주면서 고통에 시달리는 것을 봅니다.

며칠 전에 숙이가 찾아 왔습니다. 심한 아토피로 고생을 하다가 대학까지 포기할 뻔 했었습니다. 이제는 직장인으로 방문한 숙이는 얼굴에서 다리까지 훑어보아도 전신이 깨끗하고 맑고 투명하기까지 해보이고 명랑해서 마음이 흡족했었지요.
내 육신이 본시가 허상이기에 병마가 심마를 타고 침투합니다. 땅의 지기가 맺혀서 영혼을 받아들일 때 생명으로 이 땅에 맺히는 존재가 인간이므로 기분에 따라 몸이 오르내립니다. 그렇다고 각성에 이르기까지 깨달음을 촉구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손을 써서 기치료마사지를 하는 것입니다.

숙이의 경우에도 치료가 진전이 되고 진물이 그치고 전신에 살이 아물어 가고 가려움이 그칠 때 즈음에서 스스로 호흡을 바로잡고 마음을 편안하게 가라앉히는 명상수련을 가르치고 다듬어 세상으로 보냈습니다. 세상의 모든 병마와 싸울 수는 없는 것, 연이 닿는 이를 통해서 제 길을 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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