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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벨에어 '2013 이스라엘 컨퍼런스'

"가로등 대신할 가로수 나온다"
'빛 내는 식물' 기술 화제

“만약 화초가 스스로 빛을 낸다면, 전구가 필요할까요?”

지난 30일 ‘이스라엘 컨퍼런스’가 열린 벨에어의 럭스호텔 선셋 볼룸은 현재가 된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이스라엘 컨퍼런스는 이스라엘의 첨단 벤처사들을 LA로 초청해 미국의 대기업이나 투자자들과 연결시켜주는 일종의 박람회다. 5회째를 맞은 행사에 본지는 지난해에 이어 한인언론으로는 유일하게 초대받았다. <관계 6ㆍ7면>

강연자 옴리 드로리(35) 박사는 2분 7초 분량의 동영상을 대형 스크린에 띄워 빛 내는 식물을 소개했다. 첫 장면은 형광색 빛을 내는 담배풀의 사진이다. 1986년 ‘사이언스’지가 소개해 화제가 된 박테리아를 이용한 식물의 발광현상으로 1호 식물 전등이다. 당시 채 5분도 가지못한 빛의 지속성의 한계를 드로리 박사팀은 뛰어넘었다.
“이 이론을 토대로 우린 개똥벌레(firefly)의 DNA를 애기장대라는 식물 세포에 심어 영구한 빛을 만들었습니다. 27년 전 실험실의 이론은 이제 거실에서 생명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가능성은 상상 속에 있습니다.”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는 청중들에게 드로리 박사는 친절했다. “DNA가 명령어이고, 세포가 컴퓨터라고 가정해보세요. 애기장대의 세포는 반딧불 DNA의 명령에 따라 해가 지면 저절로 ‘전등 스위치’를 켜는 원리입니다.”

기술의 한 축은 이스라엘이고, 또 다른 축은 미국이다. 이스라엘인인 드로리 박사가 만든 ‘지놈 컴파일러’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은 마치 포토샵으로 사진을 편집하듯 DNA를 내 맘대로 디자인할 수 있게 한다. 지놈 컴파일러는 무료다. 누구나 DNA를 디자인하는 세상을 만든 최초의 프로그램이다.

또 샌디에이고의 오스틴 하인즈 박사가 개발한 ‘DNA 레이저 프린터’는 지놈 컴파일러로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실제 DNA를 찍어낸다. 하인즈 박사는 서울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아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두 기술의 만남은 최대 장애물이었던 비용 문제를 해결했다. “10년 전만 해도 인간의 모든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하는데 30억 달러가 들었고 15년이 소요됐지만, 이젠 비용이 수천달러로 떨어졌고 시간도 반나절이면 가능합니다.”

프로젝트명은 ‘빛 내는 식물(Glowing Plant)’이다. 화초를 키운다는 동사(growing)를 빛을 낸다는 단어로 대신했다. 이 프로젝트는 상업성이 철저하게 배제됐다는 점에서 기존의 실험실 연구들과 차별화된다. 이들은 DNA 코드를 비롯해 빛나는 식물을 만드는 전 과정을 공개했다. 그리고 지난 4월23일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을 상대로 연구비를 공모했다. 40달러를 내면 내년 5월에 빛나는 식물의 씨앗과 재배 방법을 보내준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공모 3일 만에 목표액인 6만5000달러를 돌파했고, 7일 마감일까지 8433명이 48만4013달러를 기부했다. 주목할 점은 큰 손 기부자가 없다. 1만 달러 이상 기부자는 1명에 불과하고 65달러 미만의 기부자가 74.7%(6304명)다.

드로리 박사는 “프로젝트는 실험실에서만 갇혀있던 기술들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며 “일반인들에게 빛나는 식물을 가꿀 기회를 줘 합성 생물학의 선한 의도를 알릴 수 있고, 초 단위로 바뀌는 첨단 기술의 세상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로 미 농무성(USDA)과 이 분야에 거액을 투자한 민간 기업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부는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야 하고, 원천 기술이 공개돼 기업들은 다음 단계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빛나는 식물의 차기 프로젝트는 ‘빛 내는 장미’다. 드로리 박사는 또 상상을 주문했다. “발렌타인데이에 은은한 조명 아래 연인에게 빛나는 장미를 선물한다면 얼마나 멋지겠나.”

최종 목표는 가로등을 대신할 만큼 빛나는 가로수다. 또, 발광 DNA를 이용해 인간의 질병을 배설물로 파악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할 예정이다. 주류 언론들은 빛 내는 식물을 인간이 발견한 ‘제 3의 불’이라고 정의했다. 프로메테우스의 불과 에디슨의 전구에 이은 세번째 혁신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DNA의 조작으로 인한 윤리적 논란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강연을 마친 뒤 드로리 박사에게 그 책임을 물었다. “양날의 검 문제입니다. 이미 합성 생물 기술은 하느냐 마느냐의 시점은 지났습니다. 이젠 어떻게 기술과 윤리의 균형을 맞추느냐를 과학자, 국민, 정부가 함께 고민해야할 때입니다.”

정구현 기자 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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