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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열 기자의 취재 그 후] 그날 밤잠을 설친 까닭

그날 밤잠을 좀 설쳤습니다.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KAPC) 총회 취재를 다녀온 날 말입니다. 밤새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을 지우는 게 쉽지 않더군요.

이미 총회가 열리기 전부터 여기저기서 노회와 교단 문제에 대한 제보가 많이 들어왔습니다. 어느 정도 시끄러운 총회가 될 거라고 예상은 했었죠. 그래봤자 고성이 조금 오가는 정도일 거라 생각했지, 몸싸움과 욕설이 난무하고 경찰까지 동원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경찰과 기자들이 지켜보고 있음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욕설까지 내뱉으며 몸싸움을 벌이는 총회 현장을 취재하는데 갑자기 울컥했습니다. 그 감정은 슬픔도, 어떤 의분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인간의 죄성이 한데 뒤엉킨 아수라장을 보며 저도 모르게 안타까움으로 흘러나온 겁니다. 어느 순간 취재수첩을 접고, 사진 찍는 것도 포기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서서 그 현장을 바라보는데, 뭔가 가슴 깊은 곳이 찢어질 듯이 아팠습니다. "오늘날 기독교가 정말 이 정도 수준이었나"하는 실망감이 밀려왔기 때문입니다.

왜 목회자가 되셨습니까. 장로란 직분은 왜 맡으셨습니까. 총회 파행 전에 드렸던 예배와 성찬식의 진정한 의미가 너무나 무색합니다. 총회 일정 가운데 예배와 성찬식은 종교적 구색 맞추기를 위한 형식상의 의식은 아니었을 겁니다. 거기에 행위적으로 참여만 한 건 아니시겠죠. 예수가 십자가에서 흘렸던 피는 그렇게 값싼 의미가 절대로 아니니까요.

지난 총회 파행 사태는 두 차례에 걸쳐 보도가 됐습니다. 그러나 기사가 나간 후에도 일부 목회자들이 부끄러운 줄 모르고 총회 파행의 원인을 '남 탓'으로 돌리는데 열중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은 더 아픕니다. 아직도 서로에 대한 손가락질과 비난, 그에 따른 항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누구 탓'에 있지 않습니다. 이미 KAPC는 문제를 건강하게 논하기에는 그 기회를 제 발로 차버렸습니다. 아무리 각자에게 타당한 입장이 있다고 해서 이성이 상실된 행동까지 합리화될 수 없습니다.

사실 세상은 KAPC 내부에 어떠한 논란과 정치적 문제 등이 자세하게 존재하는지 별 관심없습니다. 이런 사태는 단지 "목사들이 싸웠구나. 기독교 왜 저러나"라는 사실과 실망만을 남길 뿐입니다.

교단 내 산적한 문제들은 각자의 입장과 배경에 따라 너무나도 다르게 해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길게 봅시다. 그 일에 당파를 가르고 열심을 다하는 동안 정작 확고한 마음으로 지켜내고 소유해야 할 기독교의 복음은 외면당하고 있다는 걸 아십니까.

어느 순간 '나'를 돌아보면 알 겁니다. 그 자리엔 더 이상 예수도 없을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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