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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없는 땅에 그림으로 교회 세웠죠"…'그림 선교' 최호춘 목사

손 마디 깊게 배긴 굳은살
그림으로 교회·목회자 도와
세계 선교지 돌며 벽화 제작
6일부터 LA서 성화 전시회

하얀 캔버스는 그에게 예수의 마음을 담아내는 작은 바구니다. 물감을 흠뻑 적신 붓이 자국과 색깔을 남길 때마다 캔버스 위에 드러나는 세상은 선교의 시작이다.

그림으로 선교하는 최호춘(79) 목사는 평생 캔버스와 붓을 벗 삼았다. 그는 그림의 수익금으로 교회를 세운다. 새생명비전교회(담임목사 강준민)에서 협동 목사로 사역중인 그는 이번에 과테말라 수닐 지역의 교회 설립을 위해 6일~8일까지 LA지역 KCCC회관(1636 W·8th St)에서 성화 전시회를 갖는다. 과테말라에서 원주민 사역을 담당하는 하덕신 선교사(57)를 돕기 위해서다. 지난달 31일 최호춘 목사를 만나 교회 없는 땅에 '그림'으로 교회를 세우게 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에게 그림은 수많은 생명을 살려온 영혼의 붓이다.

◆'내 그림'은 '내 것' 아니다

그의 오른손은 오래된 나무처럼 거칠다. 손 마디마디에 깊게 배긴 굳은살이 최 목사의 오랜 그림 인생을 대신 말해준다. 수십 년간 매일 붓과 함께했던 오른손은 이제 험하게 구부러져 낡은 손이 됐다. 하지만, 최 목사의 손이 낡을수록 아무것도 없는 땅에는 생명력의 색감이 입혀진다. 그는 붓과 물감만은 '내 것'이라 말한다. "나는 붓과 물감 외에는 '내 것'이 별로 없는 사람이요. 평생 가난한 목사로 살았지…그림마저 '내 그림'이 아니잖소. 그래도 나는 정말 행복하다오. 그림을 그린 값으로 교회가 세워지고 가난한 목회자들을 도울 수 있고 집없는 고아들이 거할 공간이 생겨지니 말이요".



최 목사는 그동안 전시회만 40회 이상 개최했다. 그림을 판 값은 전액 선교지와 교회개척 기금 등에 쓰인다. 저소득층 노인 아파트에 살면서도 그가 진정으로 행복하다고 웃는 이유다.

◆그림으로 교회를 세운다

그의 붓은 생명을 싹 틔운다.

그동안 열심히 그림을 그려 중국 청도와 멕시코 지역에 고아원을 2개나 설립했다. 선교지의 교회 개척이나 선교기금이 필요하면 그의 그림 값은 인도, 캄보디아, 코스타리카,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세계 곳곳의 선교지로 흘러갔다.

한국에도 전주, 영덕, 삼천포 등 9개 지역에 작은 교회들을 세우기도 했다.

또 미자립교회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들을 재정적으로도 돕고 있다. 차량이 필요한 선교지와 미자립교회를 위해 사준 자동차만 벌써 9대다.

그는 그림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그 자체가 선교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캄보디아한인장로교회의 벽화를 직접 가서 그렸다.올해초에는 과테말라한인교회 벽화 작업을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7월에는 몽골에서 현지 교회를 돌며 벽화를 그릴 예정이다.

그의 그림은 황량한 선교지에서 희망을 심는다. 히말라야 산골 오지의 작은 마을까지 가서 메마른 벽에 그림을 통해 생기를 덧입혔다. 그렇게 선교지에서 가서 그려준 벽화만 전 세계에 40군데가 넘는다. LA지역 세계등대교회와 남가주기쁨의교회 벽화도 최 목사의 작품이다. 최 목사는 성화부터 동양화, 서양화 등 다양한 분야의 그림을 그려왔다.

"그림 그리는 재주가 있으니 목사로서 그걸 통해 당연히 선교해야지. 그런 내가 지칠 수 있나. 일생을 다 바치기로 한 일이니까 지금도 그릴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감사하고 기쁘다오".

◆바보 같지만 그게 내 인생

최 목사는 8살때 처음으로 붓을 잡았다. 취미삼아 시작했던 그림은 30여 년 전 남도 화맥의 거목 옥산 김옥진 화백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동양화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평생 그려온 그림은 3000점이 넘을 정도다. 지금은 좁은 노인아파트에 그림을 모두 둘 수 없어 셀프 스토리지를 빌려 작품들을 보관한다.

영감의 원천이 궁금했다. 그는 "기도중에 얻는다"고 했다. 도움이 필요한 지역에 온전히 자신의 그림이 '도구'로 사용되길 바라는 간절한 기도다. 그는 아세아미술대전, LA예술전 등 10여 회가 넘는 수상경력이 있을 정도로 유명세도 탔지만 정작 그림에 대한 철학은 다른데 있다. 오직 선교 때문이다. 그가 아직도 붓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나처럼 사는 게 바보처럼 보일 수도 있음을 안다오. 하지만, 그 바보같은 삶 때문에 하나님이 정말 기뻐하신다면 그게 내 인생의 전부가 되어야 하지 않겠소."

그의 손에 들린 붓은 아직도 '쉼'이 없다. 그의 일생이 하나님께 들린 '붓' 이여서다.

▶전시회 문의:(213) 999-9931/(213)500-5840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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