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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엽 기자의 귀연일기] 성당에 가면 눈물 주체 못해…알면서 왜 못 고칠까

시골 생활을 시작하면서 목표는 자급자족이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내가 먹을 거리는 내 손으로 마련하는 거였다. 그래서 농사만 잘 지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년 반 남짓 시골에서 살아보니, 먹을 거리 조달이 자급자족의 요체는 아니었다. 오히려 마음을 자급자족하는 게 훨씬 더 중요했다.

"마음을 자급자족한다"니, 의아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로서는 이보다 적확하게 표현할 길이 없다. 우리 마음도 몸과 마찬가지로 분명 양식을 필요로 한다.



내가 내 마음을 굶기지도, 또 과식하지도 않게 관리하는 게 정말 쉽지 않다. 직장 생활을 할 때는 휩쓸려 살았기 때문에 마음을 자급자족 한다는 개념조차 없었다.

그러나 시골 생활을 하면서 몸보다 관리가 힘든 게 마음이라는 점을 절감했다. 배가 고프고, 부른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마음이 '고프거나', 지나치게 '부르면' 삶이 참으로 불편하다.

지난 금요일 가톨릭 성당에 갔다. 어머니를 따라 간 거였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기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내겐 할머니가 두 분이듯 할아버지 또한 두 분인데, 할아버지 두 분은 모두 돌아가셨다. 이번 성당 미사는 첫째 할아버지 기일이어서 간 것이다. 다음 달에는 둘째 할아버지 연미사를 올리러 성당에 또 갈 것이다.

나는 가톨릭 신자가 아니다. 종교가 아예 없다. 헌데 이상하게 성당이나 교회에 가면 끝없이 눈물이 난다. 옆에 있는 사람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쉬지 않고 눈물이 흘러 내린다. 그게 고통스러워서, 사실 성당 출입을 하지 않는데, 할아버지나 할머니 제사 때는 피하기 힘들다.

성당이나 교회에서 우는 것은 무엇보다 내 마음이 자급자족 상태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일 게다. 마음에 병이 들어있거나, 마음에 치유되지 않은 상처가 자리한 탓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 금요일 성당에서 있었던 연미사 때도 눈물을 억누르느라, 자리에 앉아 있기가 역시 힘들었다.

아이 엄마는 하루 평균 2시간 안팎 명상을 한다. 신실한 불자이자, 재가 수행자로 살아가는 아이 엄마에게 명상만큼 중요한 일과는 없다. 따지자면 나는 누구보다 명상이 필요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혀 자신이 없다. 내가 내 사람됨, 혹은 한계를 알기 때문에 명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깨달음 같은 걸 실천할 자신이 없는 것이다.

마음의 자급자족은 수행자적 삶이나 신실한 신도적 자세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이루어지기 힘든 일이라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하지만 교회도, 성당도, 절에도 그 어느 곳에도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들어오고 나가는 게 균형 잡힌 상태, 나는 그걸 스스로 평화의 상태라고 규정한다. 마음의 자급자족이 있어야 그런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시골 생활을 하면서 나는 몸 건강보다는 마음 건강을 챙기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점을 여러모로 느꼈다. 몸은 운동을 열심히 하고, 이로운 음식을 먹고, 병원을 주기적으로 잘 찾으면 어느 정도 관리가 된다. 하지만 마음이라는 녀석은 육신보다 훨씬 까칠하다. 건강한 것 같다가도 금세 아프고 병이 나는 게 마음이다. 또 한번 아프면 회복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린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 마음은 아픈 시간들이 아프지 않은 시간보다 더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한마디로, 나는 마음의 자급자족이 누구보다 필요한 사람이며, 동시에 자급자족할 준비가 안 된 사람이기도 하다.

시골 생활을 하다 보면 으레 자연을 접하고, 또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이 길 게 마련이다. 자연은 마음의 자급자족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섭리의 공급원이다. 남보다 좋은 조건에서 생활하고 있음에도, 쉬 마음의 균형을 잡지 못하는 걸 보면, 내가 어리석은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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