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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기윤실 '광야의 소리'] 느려도 바르게

손태환 목사·뉴저지 세빛교회

"목사 안수만큼은 정직하게 받게 해 주소서" 참 길고 치열한 기도였다. 신학생이 이런 기도를 드린다는 것에 의아해 할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목사가 되는 길조차 편법과 경쟁이 존재하는 것이 부끄러운 한국 교회의 현실이다. 정도(正道)를 걸으려면 좀 힘든 수준이 아니라 인생을 걸어야 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이었다. 세례 요한은 길을 예비하였고, 예수님은 길 자체였고, 제자들은 그 길을 따랐다. 이토록 길을 소중히 여겼던 나그네들이 언제부터 목표지향적 군사들로 변한 것일까. 개인의 삶은 '목적이 이끄는 삶'이어야 하고, 교회는 부흥을 목표로 삼아 '총동원' 돼야 하는 이 처절하고 고달픈 종교는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부흥이 중요하면 부흥을 이루는 방식은 더 중요하지 않을까? 누군가 그랬다. 천국으로 향하는 그 길은 줄곧 천국이어야 한다고. 유럽인들이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인도를 받으며 정글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3일 동안 길을 잘 안내하던 원주민들이 갑자기 땅바닥에 주저 앉아 버렸다.

당황하여 이유를 묻는 유럽인들에게 원주민들은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지난 3일 동안 너무 빨리 걸어왔어요. 우리 영혼이 우리를 쫓아오지 못하고 있어요. 영혼이 따라올 시간이 필요해요." 성취를 향한 욕망이 영혼을 낙오시켜 버린다. 하늘의 숨결을 잃고 걷는 자, 관광객일지언정 순례자일 수 없다.

"어떤 목사가 정말 괜찮은 목사일까요?" 옛 제자가 목사 후보생이 되어 내게 물었다. 의사가 메스를 함부로 휘두르면 사람이 죽는데, 자신같이 모자란 사람이 목사가 되어도 괜찮은지 걱정하고 있었다. 고마웠다.

자신감으로 충만한 신학생들 사이에서 그래도 말씀을 들고 떠는 이가 있으니 다행이지 않은가. 그에게 감히 이렇게 답해 주었다. "어떤 목사가 괜찮은 목사일까요? 라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목사." 쉽게 내린 정답에 무슨 깊이가 있겠는가. 모로 가도 천국만 가면 되는 그곳이 어찌 천국이겠는가.

평생 구도자로 살았던 시인 구상 선생은 노년이 돼서야 "이제사 비로소 / 두 이레 강아지만큼 / 은총에 눈을 뜬다"고 노래했다. 너무 쉽게 도달했던 내 신앙의 값싼 고백이 한없이 부끄럽다. 우보천리(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 리를 가는 우직함이 필요한 때다. 신학교 입학 후 20년 만에 목사 안수를 받던 날, 다시 기도를 올렸다. "느려도 바르게 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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