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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김경준씨, 미국재산 포기…배경 놓고 관심 증폭

‘BBK 주가 조작 사건’으로 복역중인 김경준씨와 부인, 누나 에리카 김 남매가 미국내 재산권을 돌연 포기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방법원은 17일 김씨 가족과 BBK 사건 피해자인 옵셔널캐피탈(이하 옵셔널)간의 재산권 소유주를 가리는 복수의 소송에서 “김씨 남매 등이 재산권을 포기함에 따라 그 권리는 옵셔널측에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옵셔널측은 지난 2011년 2월 김씨를 상대로 한 371억원 배상재판에서 승소하고도 2년간 한푼도 받아내지 못했던 보상금을 환수할 수 있게 됐다.

17일자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 남매 등이 포기한 재산은 연방법원이 압류했던 부동산 등 13건으로 가치는 최소 1000만달러 이상이다.

김씨 부부가 거주했던 베벌리힐스의 주택 매도액 295만달러와 누나 에리카씨 소유인 500만달러 상당의 베벌리힐스 주택이 최상단에 올라있다. 또, 유나이티드커머셜뱅크에 예치된 2개 페이퍼 컴파니 명의 계좌 잔고 110만달러도 포함됐다. 이외에도 에리카 김 소유의 포르셰 2대, 페라리, 랜드로버 등 차량 5대, 주택내 고급가구들과 2개의 샹들리에까지 명시됐다.

양도 재산권 목록중 초미의 관심사는 스위스 은행의 김씨 비밀계좌다. 법원은 2005년 8월 현재 이 계좌 예금 전액이 옵셔널 소유라고 밝혔다. 김씨는 이 계좌에서 지난 2011년 투자회사 ‘다스(DAS)’로 140억을 송금했다. 다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와 형 이상은씨가 90%의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다.

이 계좌의 송금 내역을 보면 이 전 대통령과 김씨간의 ‘모종의 거래’가 실제 있었는 지 여부를 알 수 있어 ‘판도라의 상자’로 불려왔다. 이 때문에 김씨가 이 계좌를 포기한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이 물러나고 새 정권이 들어선 시점이 여러 추측을 낳게 한다.

이번 소송에서 김씨는 승소했다해도 사실상 받을 수 있는 돈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IRS가 거액의 세금을 징수하겠다고 벼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씨가 그간 재산권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이 계좌 공개가 불러올 정치적 파장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번 판결은 향후 또 다른 재판으로 번질 전망이다. 옵셔널측은 김씨가 다스에 송금한 140억에 대한 권리도 주장할 수 있어 향후 다스와 옵셔널간의 소송 가능성도 높다.

2004년 미국에서 주가조작과 투자금 횡령 혐의로 체포된 김씨는 3년6개월간 연방구치소에서 미결수로 복역하다 2007년 대선을 한 달 앞두고 한국으로 송환됐다. 2009년 대법원에서 징역 8년형이 확정돼 현재 천안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정구현 기자 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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