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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 밴 개조해 캠핑 카 만든 '맥가이버'

깡통 밴은 꿈꾸며 달린다. 박내웅씨와 아내 박숙영씨

"미국 살면서 여행 못하는건
제대로 사는게 아니에요"

꿈을 꾸는 '깡통'이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꿈을 꾸는 사람도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깡통이다. 그 깡통은 현재는 단종된 닷지사의 스프린터(Sprinter) 밴이다. 지난 2006년에 3만4000달러를 주고 구입했다.

자동차에 있는 건 운전자석과 그 옆 좌석뿐. 아무것도 없이 텅텅 비워져 있는 게 좋았다. 그 하얀 자동차 안에 하나씩 채우기 시작했다. 남들과는 다른 캠핑카를 만들고 싶었다. 테이블부터 옷장, 부엌, 침실까지. 소꿉놀이하듯 하나씩 채우고 빚어낸 사람은 지난 30여 년간 프라임 컨트렉터로 일한 남자다.

박내웅씨(68)와 아내 박숙영씨(59)의 이야기다. 그들은 캠핑에 빠져 지낸 지 수십 년. 여행 역사는 백과사전처럼 두껍고 깊었다.

햇볕이 따사로이 내리쬐는 어느 날. 그들의 베이스 캠프를 찾았다. 남편 박씨는 마당 한구석에서 한창 작업 중이었다.

부부는 서글서글한 인상이다. 부부는 닮는다더니 사이 좋은 오누이 같다. 검게 그을린 그들의 피부와 대비되듯 그 옆 세워져 있는 새하얀 밴. 이 녀석이 바로 그의 보물 '캠핑 밴'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캠핑 밴은 그냥 보기에는 흔히 보는 밴 같다. 그가 문을 열고 안내한다. 보물선에 입장하듯 두근거렸다. 한발 들어섰다. 너무나도 깔끔하게 정리된 듯한 실내는 마치 어느 군대의 내무반처럼 착착 가지런히 정돈되어있다.

차 곳곳 안내해주던 그에게 스토리가 한두 개씩 나온다. 얇은 알루미늄 판에 쉽게 붙도록 자석을 붙여 만든 정리함, 물통을 연결해 언제든 간편하게 물을 마실 수 있게 만든 정수기, 8달러 주고 샀다는 가스레인지, 합판으로 만든 옷장까지. 있어야 할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다. 심지어 천장에는 태양열 패널이 나란히 붙여있다. 태양열 시스템으로 제작한 캠핑카다.

따로 배터리가 필요 없다. 냉장고, 라이트 등 모두 태양열로 해결한다. 그는 태양열 패널을 보여주며 "제가 이베이 등 인터넷서 구입한 패널로 태양열 에너지 시스템 자동차를 만들었어요. 얼마 전 더 구입한 패널로 다음 여행에 좀 더 태양열 에너지를 추가해 보려고 한창 작업 중이에요" 하며 배시시 웃는다.

박씨는 맥가이버 같다. 맥가이버 같다는 칭찬에 그는 "한인들은 저만큼은 손재주가 있어 누구든지 이 정도는 만들어요"라며 손사래를 친다.

옆에서 듣고 있던 부인도 "우리 아저씨는 아이디어 뱅크에요. 어찌나 뚝딱 뚝딱 만들어 내는지. 내가 옆에서 뭐만 필요하다고 하면 바로 만들어 준다니깐요." 그의 말 속엔 남편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

그들의 여행 역사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시작했다. 캠핑카 제작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예전에는 지금 밴보다는 몸집이 좀 더 작은 자동차를 구입해 돌아다녔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미국 내 내셔널 공원은 다 돌아본 듯하다. 그 영향에 큰딸도 여행을 좋아 전세계 곳곳 안 누리는 곳이 없다. 그리고 그들의 애마 캠핑카 여행은 올해로 6만 마일째다.

2년 전에는 알래스카도 다녀왔다. 부인 박씨는 "캘리포니아를 시작해서 빅토리아 아일랜드 등 캐나다 서부, 알래스카까지 두 달간 여행은 실컷 했어요. 구석구석 안 가본 데가 없어요" 라며 지난 여행을 추억한다.

알래스카 여행을 위해 인터넷 검색 등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알래스카서만 찍은 사진도 몇 만장이 넘는다. 기록을 하고 싶어 찍기 시작한 사진은 그에게 이미 역사가 됐다.

"취미 삼아 찍은 사진이 이제는 여행의 기록이 됐어요"라며 지난 알래스카 여행 사진을 보여준다. 사진 속 자연은 위대했다. 순록, 버팔로, 곰 등 동물들이 인간과 함께 사는 곳. 너무나 맑고 넓은 세상이다.

그녀는 여행이 주는 낯설음이 좋다. "미국 살면서 밖에 세상을 못 보는 건 미국 사는 게 아니에요. 얼마나 아름답고 기가 막힌 곳이 많은데요. 앞으로도 못 가본 여행지만 생각해도 설레요"라며 흥분한다.

그의 애마는 경제적이다. 고급 레스토랑도 좋은 호텔도 필요 없다. 매끼 식사는 그의 차에 내재한 냉장고만 있으면 된다.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해 얼음까지 얼려진다. 알래스카서 잡은 광어로 회도 먹고 찌개도 먹고 구이까지도 해먹었다. 언제든 마켓에서 구입한 재료로 집에서 미리 가져간 양념으로 한 상 푸짐히 차린다. 잠도 부부를 위한 침대도 내재됐다.

갑자기 샤워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요즘은 RV 파크가 잘되어 있어 샤워는 그곳을 이용하면 되요.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간이 샤워장도 만들었어요. 한 명 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야외에 매달아 언제 어디서든 샤워도 할 수 있게 해놨죠"라며 말한다.

일반 RV 보다 몸집도 작아 유용하다. 알래스카 여행 때 페리를 타고 이동을 할 때도 캠핑 밴은 공짜다. RV로는 입장 불가능한 내셔널 공원들도 무조건 패스다. 그리고 경제적이다. "RV는 그 자체만으로도 무게가 어마해요. 하지만 제 캠핑 밴 속 모든 자제들은 알루미늄, 합판을 이용해 무게를 최소화했어요. 알래스카 여행도 1만 2025마일을 이동했지만 개스비는 고작 2600달러밖에 안들었어요." 스마트 캠핑카다.

그저 그는 좋아서 시작한 일이다. 거친 재료들을 매만진 그 손끝에는 꿈이 있다. 내달 1일이면 부부는 또 긴 여행을 떠난다. 동부까지의 여행이다. 빠르지 않게 갈 거다. 구석구석 미국을 두 눈에 가슴에 담아 올 예정이다. 숲의 향기를 맡고 산의 웅장함을 두 발로 걷고 그 여행을 꿈으로 이으는 멋진 여행이 되길 꿈꾸며 오늘도 그들은 동반자 캠핑 밴을 닦고 조이는 중이다.

"지금 너무 행복해요. 하나하나 제 손으로 쓰다듬고, 매만지며 함께 여행하다 보면 제 이야기도, 인생도 더욱 넉넉해지겠죠."

이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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