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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엽 기자의 귀연일기] '복잡'해진 시골 생활…아버지와 '한 지붕' 삶 영향

세상 일은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일찍이 시골 생활을 결심하고, 실천에 옮긴지 거의 2년이 다 돼 가면서 새삼 세상 살기가 간단치 않다는 걸 느낀다.

시골 생활을 계획할 때, 덜 쓰고 덜 먹겠다고 생각했다. 시골에서는 돈을 벌기도 쉽지 않으려니와, 애초 돈벌이 자체를 최소화할 심산으로 시골 생활을 구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 생각한 바대로 시골 생활이 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아버지와 내가 뜻이 다른 탓이다. 아버지가 생각하는 '사람의 삶'과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삶이 달랐다.

정치적 신념이나 일상적인 행동, 행복의 기준, 종교를 대하는 관점 등에서 아버지와 나는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른 사람들이다. 어렸을 때는 아버지와 주로 떨어져 살아서, 또 좀 커서는 바쁜 직장 생활로 자주 대하지 못해 아버지의 사고방식을 잘 몰랐다.

더구나 미국에 10년 넘게 살다가, 곧바로 한국의 시골로 들어왔고, 시골에서 아버지와 한집 살림을 하게 된 까닭에 아버지를 가까이서 파악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아버지 또한 아들인 내가 "너무도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이번에 같이 시골 생활을 하면서 확실히 알게 됐다고 했다.



농사만 해도 그렇다. 아버지는 비닐과 농약을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 하지만 나는 그게 못마땅한 걸 넘어서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큰 스트레스이다. 전기나 기름 같은 에너지 절약에는 우리 부자의 생각이 일치하지만, 그 것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유가 천양지차이다. 아버지는 돈을 아끼려고 절약하는 것이고, 나는 에너지 같은 유한한 자원을 함부로 쓰는 걸 죄악으로 여긴다.

아버지도 나도 종교가 없다. 그러나 종교가 없는 이유가 똑 같은 건 전혀 아니다. 아버지는 신의 존재는 물론 경배의 대상을 조금도 인정하지 않는다. 나는 하나의 종교에 몰입하지 않을 뿐, 사실 예수님도 부처님도 다 좋다는 식이다. 일을 하면서도 길을 오가면서도, 나는 머릿속으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본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게 버릇처럼 돼 있다. 나와 아버지의 차이점을 다 얘기하자면, 며칠 밤을 지새도 부족하다.

설령 식구끼리라도 인성이나 성격이 다른 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서로 같은 집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각자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없다는 점이다. 내 입장에서는 내가 원했던 시골 생활을 절반도 못하고 있는데, 이유를 하나만 꼽으라면 아버지의 존재 때문이다. 반대로 아버지 역시 나 때문에 자신의 방식대로 삶을 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동생들이나 주변 사람들은 내가 바랐던 대로 살지 못하는 고충을 얘기하면, 아버지와 떨어져 살기를 권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서는 나도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하지만, 이는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아버지와 떨어지게 된다면 또 다시 시골로 찾아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서울을 떠나 시골로 내려오기를 원치 않았던 아버지를 시골에 남겨두고, 내가 또 다른 시골을 찾아 들어간다는 건 모양이 우습다. 또 서로 다른 시골에서 아버지와 내가 두 집 살림을 하는 건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적지 않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아버지와 내가 따로 살아야 하는데 따르는 가장 큰 문제는 감정의 골이 깊게 패일 수 있다는 점일 게다.

두 집 살림은 심하게 표현하면, 아버지에게는 "서로 얼굴 보지 말자"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내가 최근 들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을 부쩍 자주 하게 된 것도, 털어 놓자면 마음 속으로 그리던 시골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시골 생활은 도시처럼 다양한 삶의 방식을 허용하지 않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아버지가 시골 생활에 맞지 않는 인생관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진즉 알았더라면, 나로서는 아버지가 서울에 잔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봤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와 나의 한 지붕 생활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 돼 버렸다. 아울러 최대한 단순하게 살고자 시골 생활을 택했는데, 나의 삶은 더 복잡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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