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 고충 듣는 자리서 동포 언론은 외면 당했다
한국 수행기자단 요청에
행사장 뒤쪽에 봉쇄당해
영사관도 취재방식 무대책
정작 동포들 알 권리 배제
그러나 뉴욕·뉴저지 동포들은 이번 박 대통령의 방문에서 눈과 귀를 막힌 채 외면당했다. 이날 맨해튼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열린 뉴욕 동포간담회에 초청된 동포는 375명. 뉴욕·뉴저지 35만여 한인의 0.1%다.
일반 동포들은 간담회에 초청받지 못한 대신 신문 지면이나 방송으로 대통령을 직접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하지만 이날 동포간담회에서 이 같은 소박한 소망이나 알 권리는 철저히 무시당했다.
참석하지 못한 99.9% 동포들의 눈과 귀가 되기 위해 취재에 임했던 동포 언론 취재진은 행사장 맨 뒤쪽 불과 세 평 남짓한 곳에 줄을 쳐서 만든 사각형 박스 속에 갇힌 채 사실상 취재를 원천봉쇄 당했기 때문이다.
망원렌즈로 대통령의 얼굴을 간신히 담았고, 한국에서 온 기자들이 마음껏 행사장을 누비면서 취재하는 것을 먼 발치서 지켜봐야 했다. 과연 누구를 위한 간담회인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뉴욕 동포사회가 동해표기 서명·주의원 배출 등 많은 성과를 이룬 것을 치하했고 모국이 어려울 때 가장 먼저 도움을 준 것에 감사했다. 동포사회가 이런 성과를 거둔 것은 이날 초청된 375명만의 노력이 아니라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서명에 참여한 수많은 동포들, 론 김 주하원의원에게 한 표를 던지기 위해 투표소를 찾은 많은 한인 유권자들의 단합된 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동포들의 알 권리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이날 동포 언론들은 동포들의 눈과 귀가 아닌 한국 언론사 기자들의 취재 활동에 방해되는 '성가신' 존재 정도로 치부됐다. 경호상의 필요라는 논리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동포언론 취재 기자들은 사전에 모두 신원조회를 거쳤으며, 당일에도 철저한 가방·소지품 검사가 이뤄졌다. 가장 최근이었던 2011년 9월 이명박 대통령의 뉴욕 방문 당시 동포간담회 때는 근접촬영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뉴욕총영사관 측에 따르면 이번에도 사전에 현장을 답사했던 경호실 측과는 적어도 대통령 입장과 퇴장 시에는 동포언론도 근접 취재할 수 있도록 합의가 됐다. 실제로 이날 경호실 요원들은 동포 언론 기자들에게 그렇게 설명했다. 하지만 동포언론의 취재가 자신들의 취재에 방해가 된다는 한국 수행기자단의 강력한 주장에 따라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동포언론의 취재제한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야 어떻든 동포사회에 봉사하는 것이 가장 큰 임무인 뉴욕총영사관은 동포들의 알 권리를 철저히 배제한 결과를 낳은 데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사전에 청와대 측과 취재방식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를 통해 설득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사전에 동포언론의 풀(공동취재단) 구성을 정식으로 요청했어야 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방문 전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은 해외 순방 시에 동포들을 가장 먼저 만날 정도로 동포들을 챙기고 이번 방문에도 청와대 민원비서관을 특별히 동행시켜 동포들의 고충을 듣겠다고 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뉴욕 동포간담회만을 두고 보자면 99.9%의 동포들과 소통에 실패했다는 우려를 금하기 어렵다.
박기수 기자
kspark206@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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