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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나무에 물었죠…찍어도 되겠느냐고"-

'파리스 포토 LA' 참가 한국 사진작가 김중만씨 인터뷰

그렇게 반복해 묻기를 4년
묵시적으로 승낙 하더군요
이후 5년간 신비스런 체험
제 정체성을 찾게 되었죠


'한복' 과 '사람의 표정'에 앵글을 맞췄던 한국의 유명 사진 작가 김중만(사진)씨가 이 아름다운 것들에서 잠시 눈을 돌렸다.

버려지고 상처입은 곳. 그래서 아무도 가려하지 않고 관심도 두지 않은 곳. 인적은 찾을 수 없고 가끔 지나는 차들의 바퀴 소리만 공명처럼 남아있는 곳. 서울의 중량천. 이곳이 바로 김중만씨가 지난 5년간 '잠시' 눈을 돌렸던 곳이다.

"어느 날 문득 이곳을 지나다 길가에 무심한 듯 서있는 나무들에 마음이 잡혔습니다. 무슨 이야기가 있을 것 같더라고요. 상처받아 아픔이 느껴졌지만 내 마음대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 나무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아니 물었죠. '찍어도 되겠느냐?'고요. 말이 없더군요. 안된다는 답이었겠죠. 그렇게 반복해 묻기를 4년. 결국 그 나무가 묵시적으로 사진을 찍어도 된다는 승낙의 답을 주더군요."



그때부터 김중만씨는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이곳의 나무들을 찍기 시작했다.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나무들에 앵글을 맞추었고 부러진 채로 남아있는 나무와 하얗게 눈이 쌓여 신비로운 자태로 서있는 나무에도 그는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리고 그는 이 작품들을 들고 LA에 왔다.

오는 26일부터 LA 파라마운트 영화사에서 열리는 세계적 사진 화랑제 '파리 포토 LA'(Paris Photo LA)에 공근혜 갤러리 대표작가로 참가하기 위해서다.

김중만씨가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5점. 그의 트레이드 마크 처럼 전해지고 있는 한복 시리즈와 캄보디아에서 찍은 승려의 손, 그리고 그의 '버려진 길'(The Street of Broken Heart) 시리즈 3점이다.

"5년동안 이 거리에서 버려진 듯 서있는 나무들을 찍으며 저는 참 신비로운 체험을 했습니다. 그동안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제 정체성을 찾게 된 것 입니다. 사실 저는 이 거리의 나무들을 처음 보았을 때 한 2주면 끝나겠지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이 나무들이라면 내가 사진으로 수묵화를 그릴 수 있겠구나 하는 환희로움도 느꼈고요. 그런데 나무 앞에 서자 그게 아니더군요. 정말 이야기가 있는 거예요. 내 마음대로 카메라를 들이댈 수 없는 자연의 엄청난 힘을 느끼면서 한국인으로서의 뿌리를 찾게 되었으니 저에게 이 나무들은 바로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와준 은혜의 오브제라고 할까요."

이 나무 작품들은 최근 뉴욕의 유명 '아슐린'(Assouline) 출판사에서 한지 인화 그대로 특별 화집을 출간하기로 결정, 김중만씨에게 매우 뜻깊은 의미가 됐다.

"저는 55점 정도로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사진에 있어서만은 좀 욕심이 있지요. 90점 정도 되는 작품이 아니면 내놓지 않을겁니다. "

사진 작가 김중만의 눈으로 재탄생된 '외롭던 중량천 나무들의 화려한 변신'에 전세계 사진계가 어떤 반응을 보여줄 지 기대된다.

유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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