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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루스에서 제라쉬까지..이스라엘/요르단 탐방

이영묵 여행기  

마케루스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사해 바다 건너 가나안 땅의 윤곽이 희미하게나마 눈에 들어온다. 이미 머리속에는 관능의 여배우 리타 헤이워즈가 춤추던 영화 장면이 떠오른다.

 흑백 영화 시절 ‘노틀담의 곱추’에서 헤롯왕으로 나온 명배우 찰스 로톤이 왕좌에 앉아 침을 흘린다. 그리고 그 앞에서 어머니의 복수를 하려는 살로메(리타 헤이워즈)가 7개의 옷을 하나하나 벗으며 춤을 추고, 대가를 묻자 세례 요한의 목을 달라고 하던 그 장면 말이다. 그 추억의 영화 장면에 내가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굴 같은 것이 몇 개 보인다. 가이드가 한 곳을 가리키며 세례 요한이 처형되기 전 잡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제 사해 바다 쪽으로 내려가고 있다. 아르논 강, 아르논 댐도 보인다. 또 푸른 농경지도 보인다. 하도 많은 곳을 짧은 시간에 봐서 헷갈리긴 하지만 12지파 중 양 떼를 제일 많이 가졌던 루벤, 갓 지파가 이 푸른 풀을 보고 모세에게 요르단 건너 가나안 땅을 가는 것을 포기하고 남겠다고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오래 전 자라(ZARA)라는 상표의 요르단 쪽 사해 원료로 만든 머드팩, 비누, 목욕 소금을 산 적이 있었다. 그 때 제품 설명에는 클레오파트라가 이곳에서 휴가를 즐겼다는 안내문이 있었다. 가이드가 그곳이 어디쯤인지 알려주길 기대했으나 그냥 해저 250미터의 숙박지인 마인 온천으로 장소를 옮겼다.

 이러한 메마른 광야에 폭포수가 떨어지고 온천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물은 그리 덥지 않았으나 그런대로 목욕도 하고 저녁을 포식한 후 호텔 로비에 앉았다.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요르단 왕과 왕비 사진이 걸려 있다.

 세계 최고 미녀 왕비이며 장성한 아들이 있지만 처녀 같은 몸매라고 자랑하는 것을 들었다. 한가한 기분에 새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역시 미녀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왕비는 이슬람 교도의 최소한의 요구인 머리를 감싸는 희잡도 안 쓴 완전한 서구식 스타일이다. 또 이스라엘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이다.

 그날 아침 TV에서는 오빠가 여동생이 연애했다는 이유로 죽였다는 뉴스가 나왔다. 소위 그들이 말하는 명예살인이다. 20년 징역형 쯤 받고 난 후 감형으로 몇 달 살다 나오면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존경받는 사회다.

 아직도 산간 지역 텐트에서 살고 있는 베드윈 족들의 이러한 왕비가 있다. 이 상반된 사회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전통은 어찌 이어질 것인지 궁금하다.
 나는 이번 일정도 성지 순례가 아니라 이스라엘 요르단 탐방이었으면 한 나의 바람과는 거리가 먼 하루였음을 다시 느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서둘러 교통의 요지이자 로마 시대의 대표적인 데카폴리스 연맹의 도시 중 하나인 제라쉬를 방문했다.

 고대 로마 유적지에서 내가 감명 깊었던 터키의 에베소보다 원형 극장이 조금 작은 것, 그리고 도서관이 없는 것 말고는 이 제라쉬가 오히려 더 큰 규모인 것 같았다. 개선문, 대형 경마장, 야외 신전, 상가 거리 등 인상 깊은 곳이었다.

 요르단을 떠나는 밤 비행기를 타기 전 수도 암만으로 돌아와 양고기로 유명한 식당에 앉았다. 남자 웨이터가 부지런히 서브를 하는 게 왠지 이스라엘 사람보다 순진해 보이고 정감이 간다. 다음에는 기독교인 가이드가 아니라 베드윈의 땅을 가이드 할 사람과 다시 가보고 싶다. 물론 그들의 선정적 춤도 보면서 말이다.

 요르단이여, 그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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