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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인1식 감량 열기..당장 살 빠지지만…살찌기 쉬운 체질 돼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서울 청계산 입구에 특이한 식습관을 가진 동호회 회원 1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루 한 끼만 먹는다는 사실. 또 다른 공통점은 최근 6개월 사이 평균 10㎏ 이상 살을 뺐다는 것이다. 5개월 새 20㎏을 뺀 중년 남성도 있었다. 이들은 공복 상태로 산에 올라 오후 3시쯤 하산해 하루 처음이자 마지막 끼니를 먹었다. 6개월째 1일 1식을 실천하고 있다는 강의석(49·서울 서초구·헬스케어 회사 운영·사진)씨는 5개월 만에 20㎏을 뺐다. 강씨는 “공복에 산에 올라도 하나도 힘들지 않다. 오히려 몸이 무거웠던 옛날보다 더 가뿐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산에 머무는 동안 물 이외의 어떠한 음식도 섭취하지 않았다.

"다이어트 효과 크고 노화도 방지”

1일 1식 열풍이 거세다. 하루에 한 끼만 먹어 살을 빼는 신종 다이어트다. 일본의 한 유방성형 전문의 나구모 요시노리 박사가 창안한 절식요법으로, 지난해 9월 ‘1일 1식’이라는 책을 통해 국내에 소개됐다.

호응은 대단하다. 6개월째 건강서적 분야 1위를 지키고, 네이버나 다음 등엔 관련 카페 모임만 10여 개가 개설됐다. 가장 많은 회원을 보유한 ‘1일1식&간헐적 단식’ 카페에는 1만8000여 명의 회원이 가입해 매일 1일 1식 일기를 쓴다. 4개월째 1일 1식을 실천한다는 카페지기 왕인정(39·주부·인천 남구)씨는 “몸이 가벼워지고 살도 4㎏ 빠졌다. 회원들끼리 서로 감시를 하니 1일 1식이 잘 유지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1일 1식의 대표적인 장점은 절식 효과다. 하루 2000㎉ 이상 먹던 사람이 하루 1끼, 600~800㎉(성인 하루 권장량은 2000~2500㎉)를 먹으니 살이 빠질 수밖에 없다. 강씨는 “한 끼를 잘 챙겨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현미밥·된장국·채소·생선 등 건강식 위주로 먹는다. 인스턴트 음식이나 피자, 치킨으로 때우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나구모 박사는 지방도 더 잘 연소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하루 한 끼만 먹으면 배가 고프고 꼬르륵 소리가 나는데 그때부터 인체는 내장지방을 가져다 쓴다. 자연히 배가 들어간다”고 말한다. 이때 지방세포가 연소되면서 ‘아디포넥틴’이라는 호르몬이 나온다. 이 호르몬은 혈관을 청소하는 역할을 한다. 배에 음식물이 있는데 또 밥을 먹으면 아디포넥틴 호르몬은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해 활동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당뇨병 등 혈관질환에도 1일 1식이 효과적이라는 게 나구모 박사의 주장이다.

노화를 지연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주장한다. 하루 한 끼를 먹으면 공복 시간이 길어진다. 음식물이 다 소화되고 공복이 유지되는 동안엔 장수와 연관된 ‘시트루인 유전자’가 발현한다. 이 유전자는 공복 상태에서 50조 개에 달하는 인간 세포 속에 있는 유전자를 모두 스캔한다. 그리고 손상되거나 병든 유전자를 회복시킨다. 특히 위와 장이 쉬는 시간이 많아져 세포 활동이 줄기 때문에 세포 활동 시 필연적으로 분비되는 부산물인 독소 분비가 준다. 피부 점막이 튼튼해지고 몸의 면역 기능이 향상된다는 게 나구모 박사가 주장하는 1일 1식의 장점이다.

폭식 부르고 영양도 불균형





하지만 1일 1식을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많다. 우선 하루 한 끼 섭취로는 영양 불균형이 되기 쉽다. 리셋클리닉 박용우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한 끼를 아무리 푸짐하게 먹어도 1일 권장량을 충족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소변으로 배출되는 수용성 비타민과 단백질 섭취에 경고등이 켜진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비타민은 작은 샐러드 접시로 하루 세 그릇의 채소를 먹어야 권장량을 채우는데 한 끼에 그만큼 먹을 수 없다. 또 억지로 먹는다고 해도 일정량 이상은 소변으로 배설된다. 세 끼에 나눠 먹는 게 필수 영양소를 흡수하는 가장 좋은 식사 패턴”이라고 말했다.

단백질도 결핍되기 쉽다. 박용우 원장은 “단백질은 근육·피부·뼈·머리카락 등 우리 몸을 구성하는 기본 성분이다. 각종 호르몬·효소·항체를 만드는 데도 쓰인다. 그런데 갑자기 단백질이 공급이 줄면 근육에서 단백질을 꺼내 써 근 손실이 온다고 말했다.

1일 1식은 폭식을 부른다. 강재헌 교수는 “배고픔을 참으면 렙틴 수용체가 민감해지면서 음식을 먹으라는 신호를 강하게 보낸다. 참는 시간이 길수록 보상작용이 강해 폭식·과식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내 환자의 대부분이 고도비만인데 이들의 공통점이 한 끼만 먹는다는 것이다.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감으로 한 끼, 특히 저녁에 폭식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1일 1식은 살이 잘 찌는 체질로 바뀐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20시간에 가까운 공복 상태가 계속되면 뇌는 우리 몸을 ‘위기 상황’으로 판단한다. 이 때문에 지방을 내놓지 않으려 한다. 즉 같은 칼로리를 세 끼 나눠 먹는 것보다 한 끼에 몰아먹으면 체중이 더 쉽게 증가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나구모 박사가 주장하는 1일 1식은 모두 소식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소식이 몸에 좋고, 장수 유전자를 발현시킨다는 것은 이미 학계에 잘 알려진 정설이다. 쥐 실험뿐 아니라 인체 실험으로도 입증됐다. 그런데 하루 세 끼가 아닌 하루 한 끼로 소식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장기적인 임상 데이터가 없다. 박 교수는 “10년, 20년 뒤 나타나는 영양결핍이나 사망률과의 관계에 대해선 밝혀진 게 없다”고 말했다. 강 교수 역시 “황제·덴마크식·원푸드 다이어트 등 수많은 절식요법이 시대를 풍미했지만 모두 몇 개월, 몇 년 못 가 자취를 감췄다. 칼로리 섭취를 줄이되 이를 하루 세 끼에 나눠 먹는 고전적인 방법이 역시 가장 효과가 좋은 건강한 다이어트법”이라고 말했다.



글=배지영 기자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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