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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뛰어난 스님 발굴이 우선돼야

한국불교 미래 세미나…해외특별교구ㆍ현대불교 공동개최
120년 된 일본불교 연구 발표, 현지인 제자화 중요 지적

"일본에서는 불교 신도 80%, 기독교 교인 1% 정도로 구성돼 있으나 미국으로 이민 온 일본인들의 종교를 살펴보면 불교 25%, 기독교 35%, 무종교 35%로 확 바뀐다. 이러한 미국사회의 특성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없을 경우 미주에서 한국불교의 미래는 어둡다."

미국에서 한국불교의 나아갈 길을 고민하는 세미나가 지난달 30일 뉴욕불광선원에서 열렸다.

대한불교조계종 미동부 해외특별교구(교구장 휘광 스님)와 불교 월간지 미주현대불교(발행인 김형근)가 주최한 이 세미나는 한국불교가 미국에 전해진지 50년이 되는 2014년을 앞두고 마련됐다.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이 특별후원했다.

세미나는 한국불교보다 훨씬 일찍 미국에서 포교를 활발히 펼친 일본불교 정토진종과 조동종을 집중 분석해 미주 한국불교의 발전 방안과 나아갈 방향 등으로 제시하고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됐다.



이날 미국에서 일본불교를 연구한 송광섭(미해군대학원)ㆍ던컨 윌리엄스(USC) 교수와 하와이대 교수로 있는 성원 스님이 발제자로 나서 주제 발표에 이어 참석자들과의 질의ㆍ응답으로 진행됐다. 서영민(라과디아커뮤니티칼리지)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이민 형태를 비교ㆍ분석해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원영(보리문화원장)ㆍ지광(원각사 주지)ㆍ원충(보리사 주지) 스님 등과 불자가 참석했다. 뉴햄프셔대 교수이자 뉴욕불광선원 부주지 혜민 스님이 통역을 맡아 어려운 불교용어를 쉽게 풀어내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평을 얻었다.

◆미주 일본불교의 과거, 현재는=이날 발표된 자료를 종합해보면 일본불교가 미국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1896년쯤으로 올해로 110년이 훌쩍 넘었다. 1964년에 경보 스님에 의해 첫발을 내디딘 한국불교와 비하면 그 역사는 길다.

조동종 사찰 280개(캐나다 포함), 정토진종 사찰 61곳(신도수 6만여 명)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불교의 대표적인 두 종파 사찰만해도 미주지역에 340개가 넘는다. 현재 미주지역에 있는 한인사찰은 70여 개로 파악하고 있다. 역사나 규모를 보면 한국불교와 차이가 많이 난다.

그렇다면 일본불교가 미국에서 정착할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

미국사회에 실정에 맞게 '교회화(化)' 과정을 겪었다. 일본에서는 일요일에 정기적으로 봉행하는 법회가 없다. 하지만 교회나 성당의 주일예배ㆍ미사처럼 일요법회가 생겨났다.

또한 다다미에 앉아 드렸지만 교회에서 사용하는 긴의자를 법당에 들였다. 실내앙상블이 만들어지고 찬불가가 등장하는 등 기독교를 적극 밴치마킹했다. 이민자들을 위한 커뮤니티센터 역할도 사찰이 했다.

초창기에는 사찰이 1세 위주로 운영됐다. 2세들이 등장하면서 상당히 혼란스러워 했다. 현재 미주 한인 불교계가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2세에게 불교 전수는 물론 일본문화와 일본말을 알리는데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영어가 편한 2세는 물론 3세가 등장하면서 영어법회가 주가 되고 일본어법회는 뒤로 물러앉게 됐다. 3세, 4세로 가면서 타민족과 결혼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자연히 일본불교가 울타리를 뛰어넘었다.

2차 대전 후 히피문화, 명상에 대한 호기심 등으로 미국인들에게 선(禪ㆍZen)이 인기를 끌자 불교가 한 단계 발전했다. 교회화로 과감한 변화를 이룬 미주 일본불교가 미국 주류사회와 소통하고 포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일본계 미국인과 백인을 대상으로 스님 발굴에 힘쓴 것도 큰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조종동불교협회에 가입해 있는 100여 명의 스님 중 80%가 미국인일 정도다.

이에 따른 스님 발탁과 수계(受戒)가 미국사회에 적응할 수 있고 경쟁력 있는 스님 배출 체계를 갖추게 됐다. 한때 부침도 있었다. 일본의 미국 진주만 공습으로 일본인을 비롯한 일본계 미국인들이 격리 수용되면서 일본불교도 당연히 고난이 뒤따랐다.

◆미주 한국불교의 발전 방향은=이날 발제자들은 일본불교가 미국에서 포교가 나름대로 왕성한 이유를 찾고 이를 한인 불교계에 적용할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

우선 한인 불교계의 현재 모습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영어로 불교의 법을 자유자재로 전할 수 있는 스님이 있어야 하고 현지인을 제자로 길러내는 것 또한 중요한 '성공' 요소로 손꼽았다. 이를 위해서는 승려 수계와 법맥 전수의 자율권 등도 지적됐다.

이외 활발한 저서 활동을 통해 미국 지성인들에게 가깝게 다가서고, 다양한 커뮤니티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 발맞춰 나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던컨 윌리엄스 교수는 "한국ㆍ일본불교의 전통만을 고집하거나 미국에 너무 현지화된 불교가 아닌 중도(中道)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어ㆍ일본어 법회와 영어 법회를 드리는 그룹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다리역할을 하는 리더가 있어야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형근 발행인은 "이 땅에 한국불교 전법을 위해 애쓴 선배들의 뜻을 잇고 미주 한국불교계가 안고 있는 고민을 해결하는 세미나가 됐다"고 평가했다.

정상교 기자
jungsang@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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