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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공감하며 풀어가는 드라마 & 힐링

치유와 소통은 가까이에 있다

극단 T.A.L의 연출가인 김영란씨는 그가 올린 연극의 팸플릿 서두에 이렇게 고백했다. "나는 우리는 가슴을 함께 열고 대화 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 '함께함'을 위하여 나를 감싸던 허울들을 훌훌 벗어 던져야 한다. 나는 너는 그리고 우리는 자유로워져야 한다."

김 연출가와 함께 양영준 대표의 치유 상담센터인 '로뎀 연구소'는 극단 T.A.L과 함께 10여 년 동안 '드라마 & 힐링'에 주력해 왔다. 개인 상담과 함께 연극 치료를 병행하는 방법으로 많은 사람들이 감춰진 자신들의 상처를 드러낼 수 있었고 주체적으로 극복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김영란씨와 양영준 대표는 '무촌' 사이다. 두 사람은 부부로 만나 오랫동안 드라마와 상담의 교차점을 찾아내고 이민자들을 위한 치유 활동을 활발히 해 왔다.

특히 김영란씨는 연극 '빈 방 없습니까?'를 LA에서 장기간 흥행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연극의 불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LA에서 한인 극단을 이끌어가는 것은 보통 각오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힐링의 영역까지 연극을 확장시키며 그 지경을 넓히고 있다. "저 역시 연극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왔지만 오랫동안 생활하다 보니 공중에 떠 있는 부초 같다는 느낌이 나를 참 힘들게 했지요. 그런데 이민자의 삶을 무대에 올리면서부터 서서히 제 정체성을 찾아가기 시작했어요. "팥칼국수 드실래요?"란 작품은 이 땅에서 자신들의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는 모습을 간절하게 담았고 이중 언어로 공연하면서 아시안들에게도 연극을 통한 힐링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김 연출가의 얼굴 선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세월의 흔적은 묻어있지만 굵은 광대뼈의 선은 그의 꼿꼿한 예술적 고집을 표현하지만 아낌없이 자유롭게 자신을 풀어헤치는 연륜이 눈매에 그득히 고여 있었다.

양대표는 친근한 눈웃음과 구수한 표정을 지녔다. 연극쟁이 부인을 따라다니다 보니 연극 기획도 하게 됐고 또 연극 속에서 치유적인 요소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고 한다. 특히 한인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을 모티브로 작품을 구성하기 때문에 관객들은 쉽게 몰입할 수 있고 그 과정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예전에 남편의 외도로 심한 우울증을 가진 주부가 있었어요. 그 안의 분노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죠. 처음 드라마 힐링을 시작할 땐 가볍게 몸풀기를 합니다. 간단한 동작이나 게임 등을 통해 몸과 마음을 이완 시키고 나서 서서히 자신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게 합니다. 분노의 시간을 되돌아가서 마음 깊숙이 해 결되지 못한 아픔을 함께 끄집어내어 풀어갑니다. 함께 울고 소리치는 과정에서 자신을 직면하게 되는 거죠. 그게 치유의 시작입니다."

연극을 보는 것만으로도 치유에 도움이 되냐고 묻자 "감정 이입이 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연극 속에서 어떤 여자가 남편에게 대항하는 장면을 봤을 때 공감을 하면 속이 시원해질 정도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죠.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직접 연극에 참여하게 되면 그 효과는 훨씬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치유 워크샾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번에 올리게 되는 '더 스톤(The Stone)'이란 작품엔 지원자들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모두 다 연극 무대에 캐스팅 되는 것은 아니지만 연습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힐링을 갖게 되는 거죠."

◆더불어 치유하는 '더 스톤' 워크샵

멤버가 수상했다. 처음엔 프로 배우들이 나오는 줄 알고 참석했는데 몇 명의 배우를 빼고는 아마추어들이었다. 원래 어른들만 지원받는데 아이들에게 연극할 기회를 얻게 해주고 싶은 엄마의 간절한 맘 때문에 엄마가 같이 하는 조건으로 입단이 허용됐다. 정말 잘할 수 있을까. 호기심이 한껏 발동됐다.

기대는 예상 밖이었다. 대본을 들고 "수잔 수잔… 전화요금이 왜 이렇게 많이 나왔어?" 하고 외치는 엄마 김미영씨의 연기 솜씨가 대범했다. 처음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대사를 맞받아치는 딸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보통 집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장면들이라 더 실감 났고 그들도 그런 공감을 나타냈다. "처음이라 너무 쑥스러워서 어쩔 줄을 모르겠어요. 그런데 야단치듯 소리를 외치니까 속이 시원하네요." 엄마가 말하자 "아시안 엄마들은 너무 고지식해요!" 하고 딸이 응수했다. 이중 언어로 하는데도 매끄럽게 잘 넘어갔다.

워크샵은 연기 연습보다 마음의 모티브를 찾아내는 시간이 더 많이 할애 되었다. 빙 둘러앉아 역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나라면 어땠을까?" 이렇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고 느끼는 모든 생각들을 쏟아냈다. 김 연출가가 엄마 김미영씨에게 만약 딸에게 남자친구가 생긴다면 어떻겠느냐는 물음에 "저는 반대하지 않아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예쁘게 사귀는 모습이 귀여울 것도 같은데요 하하" 하고 말하자 딸은 오히려 부끄러워 몸을 비비 틀었다. 김 연출가는 "저도 고등학생인 우리 딸이 빨리 연애 좀 했으면 좋겠어요. 소꿉장난처럼 아기자기하게 남자친구와 사귀는 모습이 너무 보고 싶어요." 자동적으로 기자의 속내도 중얼거렸다. '막상 사귀면 간단한 문제는 아닐텐데."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가는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연기를 할 때 모든 감정을 다 끄집어 내기 때문에 연극이 끝난 뒤의 끈끈함은 정말 대단해요. 먼 곳도 마다하지 않고 연습을 위해 달려오는 단원들의 열정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김 연출가야말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고픔의 대명사인 "연극".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LA에서 연극의 불씨를 살려가는 그 애틋함이 진정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연습이 끝나가는 그 늦은 시간은 정말 아름다운 밤이었다.

이번 연극 '더 스톤'은 '앵거 메니지먼트(anger management)'를 보여주기 위한 작업이다. 싸우고 갈등하는 모습 신앙인의 이중성 아시안 이민자의 애환 등을 4가지 이야기를 통해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냈다. 더욱 넓은 커뮤니티로 확장하기 위해 이중 언어로 대사를 만들고 아시안 배우들이 출연하기도 한다. 초연은 작년 8월에 채프만 대학에서 올려졌다.

양대표는 "보통 한인들은 상담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집안 일을 끄집어내는 것을 불편해 하고 비용 부담도 많이 갖습니다. 로뎀 연구소는 비영리 단체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들을 잘 조정해서 대처해 드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를 돌면서 공연하는 투어식 연극을 진행하며 홍보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그나마 많은 한인들이 모이기 때문이죠. 조금만 성의를 가지면 자신들의 문제를 주체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소통은 가까이에 있는 거죠." 연극 '더 스톤'은 5월부터 공연 될 예정이다.

▶문의:(909)702-7561 rothemcenter@hotmail.com

이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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