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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복음주의 운동가' 청어람아카데미 양희송 대표

"한국교회, 기존의 패러다임 저물고 있다"

한국의 복음주의 운동가인 양희송 청어람아카데미 대표가 LA를 방문한다.

4일 오후 7시 LA지역 캘리포니아국제대학 강당(3130 Wilshire Bl.)에서 LA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개최하는 좌담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날 좌담회는 '한국 교회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라는 주제로 교회의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시간이다. 좌담회에 앞서 지난 27일 인터뷰를 통해 그가 말하는 한국 및 이민교회의 현실과 미래를 들어봤다.

-최근 '다시 프로테스탄트'라는 화두를 던졌다.

"책 내용이 그런가(웃음). 다들 한국교회가 위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위기의 원인을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 단지 최근에 교계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사건이나 사고가 많아서 위기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이런 사건들은 한국 개신교가 오랫동안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

-이미 굳어진 문제인가.

"앞으로 그런 사건이나 사고들은 더 많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제는 문제의 원인을 따질 때 '한 사람' '한 목회자'의 문제로만 보면 안 된다. 사실 그 사람이 그 자리까지 갈 수 있었던 시스템이나 구조가 문제일 수 있다. 지금의 한국 교회는 사고가 터진다 해도 자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외부에서 뭐라 해도 내부에선 절대 꿈쩍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구조적 원인은 뭔가.

"여러 가지 원인에서 문제를 찾을 수 있겠지만 크게 성직주의 성장주의 승리주의 등 3가지 관점의 문제로 본다."

-'성직주의'란 단어는 가톨릭적이다.

"맞다. 지금의 기독교는 '개신교'지만 오히려 양상은 중세의 종교개혁 이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목회자의 권위가 비정상적으로 특권화 되어 있고 평신도와 구별을 둔다. 이는 원래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가 부정하던 모습이었다. 목회자가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는지가 중요한데 이해의 방식이 중세성직자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 모습이 나타나는 이유는.

"2011년 통계를 보면 한국에 편의점 숫자가 약 2만 개다. 한국은 지금 골목마다 편의점이 보일 정도다. 그런데 기독교는 어떤가. 일부 몇 군데 대표적인 교단의 통계만 취합해 봐도 목회자가 7만8000명 교회는 무려 14만 개다. 이는 생존경쟁의 처절함마저 넘어선 기형적 현상이다. 그렇다 보니 목회자가 과다 생산되는 가운데 교회 유지와 차별성을 두기 위한 특권이 강조되는 구조가 자연스레 형성됐다."

-성장주의와도 관련이 있나.

"성장주의는 필연적으로 성직주의를 불러 들일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사실 목회자만 문제가 아니라 교회론에 대한 성도들의 무지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한국 기독교의 교회론 자체를 본질적으로 깊숙이 들여다 보면 '성장' 말고는 없다. 예를 들어 좋은 목사는 큰 교회 좋은 교회는 성장하는 교회 나쁜 교회는 크지 못한 교회 등 성장에 대한 관념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결국 교회론의 부재인가.

"한국교회는 사실 어떤 교회가 좋은 것인지 나름의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잘되는 교회를 '좋은 교회'의 표시로 받아들이고 이를 위해 능력있는 목회자를 필요로 하게 됐다. 교인 입장에서는 그런 목회자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떠받들다 보니 목회자를 '성직'으로 부추기는 요소가 됐다."

-승리주의는 무엇인가.

"성직주의와 성장주의가 만나면 '승리주의'가 따라온다. 이는 그리스도인이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을 말한다. 그동안 교인들은 세상으로 나갈 때 전도 아니면 선교 외에는 없는 것처럼 배워왔다. 이에 대한 메커니즘은 신앙고백적 발로다. 세상과의 접촉을 전도와 선교의 형식으로만 배워와서 모든 것이 그 방식으로 수용된다. 사회적 관계나 지위를 이용해 전도나 선교를 하는 게 마땅한 것이다. 이게 극단적일 경우에는 땅 밟기 대적기도 등 공격적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전도와 선교적 관점의 폐해인가.

"개신교가 종교개혁의 정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면 공적 영역에서의 종교적 관용이나 그리스도인이 세상 속에서 관계를 맺는 다양한 방법도 배워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서양에 대해 종교개혁의 정신만 받아들였지 서양사회가 이후에 그 정신으로 어떤 것을 배웠는지 학습할 기회가 없었다. 종교개혁으로 나온 개신교가 개신교를 거스르는 방식으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개혁주의 정신이 다시 살아날까.

"나는 반반으로 본다. 확실한 건 그동안 한국 기독교를 끌어온 기존의 패러다임이 저물고 있다는 점이다. 기독교의 위기가 강조되면서 최근 30년만 봐도 더 이상 그런 패러다임이 작동하지 않는 시대로 가는 것은 맞다. 다만 기존의 패러다임이 저물면서 내재된 약점과 단점이 노출되고 있는 상태다. 지금은 아직 눈앞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과도기다. 한국교회에는 새로운 시대에 맞게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은 어떤 형태가 될 수 있나.

"나는 생태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동안 한국 교회는 역할을 하려면 공룡이 돼야 했다. 하지만 공룡이 살려면 생태계가 유지돼야 한다. 이제 기독교인들은 생태계 유지를 위해 고민해야 한다. 대형교회가 모든 일을 대표할 필요가 없는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 큰 교회와 작은 교회가 상호 보완하고 공존하는 모델도 생겨야 한다."

-생태계의 형성과 유지는 어떻게 가능한가.

"이를 위해 지식을 생산하고 기독교적 가치에 걸맞는 기업 시민운동 등이 가동될 수 있는 기독교적 지식 생태계 역시 형성되어야 한다. 이는 '우리만 잘살자'가 아니라 시민 사회의 영향력이 돼야 한다. 지금도 개신교는 사회복지 쪽에 기여가 많지만 이는 전도나 선교의 일환일 뿐이다. 시민 생태계에 대한 다른 방식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

-다소 추상적인 느낌도 든다.

"예를 들어 지금 시골에는 작은 교회들이 마을과 긴밀한 협력을 한다. 바로 '풀뿌리 교회'의 개념이다. 그동안 공룡시대에서는 그런 교회가 지엽적이거나 주목받지 못했다. 그동안 한국 교회는 이런 교회들을 재포착할 기회가 없었고 의미 부여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생태계의 시각에서 보면 요즘 이런 교회 및 공동체가 재발견 재조명되고 있다."

-긍정적 움직임으로 봐도 되나.

"이제 한국 교회가 위기냐 아니냐를 갖고 논의하는 건 의미가 없다. 대부분 '위기'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는다. 이구동성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물론 조금씩의 입장차이는 있다. 지금은 대안이 뭐냐 그 위기를 어떻게 풀 것인가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오고 간다."

-이민 교계는 그런 분위기가 아직 낯설다.

"한국 교회는 위기가 발생해도 중간에 붙잡아주거나 사태를 진정시키려는 어떤 메커니즘이 작동하는데 이민교회는 내구성이 약해서 위기나 사고에 취약한 느낌이다."

-보완이 가능한가.

"교회 문제는 대부분 시행착오가 비슷하게 반복된다. 한국 교회의 진단이 여기서도 유효하다면 이민 교계는 한국 교계에서 벌어지는 여러 문제를 잘 관찰해서 사전에 예방하는 노력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비할 수 있다고 본다."

-이곳에도 '청어람 아카데미'가 필요하다.

"그 부분도 고민하고 있다. 일단 한국의 청어람은 명동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과 같은 오프라인 방식으로는 힘들 것 같다. 이곳 실정에 맞게 온라인 등 여러 가지 부분을 생각중이다.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본다."

☞양희송 청어람아카데미 대표는 자신을 ‘복음주의 운동가’로 정의한다.

양 대표는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 영국 브리스톨의 트리니티 칼리지(BA)를 나와 런던신학교(MA)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학원복음화협의회 연구실장, 월간 ‘복음과 상황’ 편집장을 거쳐 한동대학교에서 7년간 ‘기독교 세계관’을 가르쳤다. CBS와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을 공동으로 기획했다.

그는 지난 2005년부터 높은뜻숭의교회가 한국교회와 사회의 다음 세대를 위한 인재발전소로 설립한 ‘청어람아카데미’ 대표를 맡아 인문학, 정치사회, 문화예술 등의 분야에서 500회가 넘는 대중 강좌를 기획하고 운영하며 각종 기독교적 화두를 던져왔다. 최근 ‘다시, 프로테스탄트’라는 책을 통해 한국 교회에 변화와 갱신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며 한국 교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청어람아카데미는 개신교가 인문학 및 각 분야에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한다.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읽어내는 안목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대중강좌와 함께 공개특강, 정규강좌, 순회강연, 캠페인, 컨퍼런스, 수련회, 저자초청 강연, 스터디 모임 등의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장열 기자 ry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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