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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빚쟁이 양산하는 대학 등록금

김동필/취재 에디터

청취자 1 "올해 주립대(UC계열 명문)를 졸업했습니다. 아직 일자리는 구하지 못했고요. 학비 융자금은 4만달러 정도 있습니다." 진행자 "그정도면 다행이네요."

청취자 2 "2년 전에 대학을 졸업했어요. 레스토랑에서 시간당 12달러 받고 일하고 있습니다. 학비융자는 없고요." 사회자 "정말 행운아로군요. 부모님께 감사하세요."

얼마 전 운전중에 들었던 한 라디오 토크쇼 프로그램에서 오간 대화 내용이다. 학자금 융자 상환부담에 취업 걱정까지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 초년병들의 고민이 함축돼 있는 것 같았다. 한국 젊은이들의 고민을 대변하는 말도 '반값 등록금' '88만원 세대'라고 하니 이것도 글로벌 현상인 모양이다.

학비와 관련된 우스개 소리 한 가지. 의대나 법대를 졸업한 남녀가 처음 데이트를 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은 무엇일까? 정답은 '학자금 융자 얼마있어요?'라고 한다. 의대와 법대 학비가 워낙 비싸다 보니 생긴 서글픈 유머다. 문제는 의대나 법대만 학비가 비싼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그동안 대학 등록금은 무서운 속도로 상승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의 등록금은 최근 10여년간 매년 평균 5% 이상씩 올랐다고 한다. 소득이나 물가 상승률을 훨씬 앞지른 상승폭이다. 그렇다 보니 전체 융자액 규모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 뉴욕연방은행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 4000만명이 학자금 융자를 갚고 있고 누적액은 1조달러를 넘어섰다고 한다. 다른 가계 부채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 반해 유독 학비 융자는 계속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경기까지 어렵다 보니 연체도 늘어나는 모양이다. 90일 이상 연체 비율이 17%나 돼 크레딧카드 연체율을 앞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실 카드빚 보다 무서운 게 학자금 융자다. 카드빚은 최악의 경우 개인파산을 하면 탕감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학자금 융자는 예외다. 제때에 갚지 못하면 임금은 물론 세금환급에까지 압류조치가 이루어지는 무서운 빚이다.

미국의 대학 등록금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절대액수 뿐만 아니라 국민소득 대비 등록금 비교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물론 정부가 지원을 줄인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재정적자를 겪고 있는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대학 지원금을 20% 이상 줄이다 보니 대학들은 가장 손쉬운 방법인 등록금 인상으로 부족분을 충당하는 것이다. 더구나 은행들이 학자금 융자는 쉽게 내주다 보니 대학들로서는 부담없이 등록금 인상카드를 꺼내 들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정부 주도로 '등록금 없는 대학'을 만들자는 일부 급진적인 주장까지 나온다. '등록금 없는 대학'이 활성화 되면 자연스럽게 타 대학들의 학비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그만큼 답답한 민심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올해도 대학 합격자 발표가 마무리되면서 이제 고민은 부모들 차례가 됐다. 소수 부유층을 제외한 대부분이 합격의 기쁨도 잠시 '어떻게 학비를 마련할 것인가'라는 과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진학의 꿈에 들떠있는 자녀에게 '등록금이 비싸니 가지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미국에서는 왜 '반값 등록금' 논란이 벌어지지 않는지 모르겠다. 동성결혼이나 이민.건강보험 개혁도 중요하지만 빚쟁이를 양산하고 있는 대학 등록금 문제가 더 시급한 것 같은데 말이다. '반값 등록금'은 고사하고 등록금 인하나 아니 동결 정도라도 공약으로 내세우는 정치인이나 정당은 왜 안 나타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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