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힘으로 조지아 법까지 바꿨다
한국 정치·외교·경제력 3박자 맞아떨어진 '쾌거'
박병진 의원 정치력·김희범 총영사 외교력 빛발해
당초 한국정부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50개 주정부를 상대로 운전면허 협정을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플로리다와 앨라배마 주가 한국과 운전면허 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조지아주는 현행법상 주지사에게 외국운전면허 승인권이 없어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협정을 체결할 유일한 방법은 조지아 주법을 바꾸는 것이었다. 그러나 반이민 정서가 강한 조지아 정치인들을 설득해 외국인에게 특별대우를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외교가의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심지어 프랑스·독일 등의 유럽 선진국들도 협상을 포기한바 있다.
그러나 한인들은 마침내 자신들의 힘으로 법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먼저 앞장선 것은 조지아 주 최초의 한인 정치인인 박병진 주 하원의원(공화당·릴번)이었다. 박 의원은 올해 법안을 발의하고, 의원들을 상대로 초당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현재 미국 50개주 가운데 28개 주가 외국과 운전면허증 상호인정 조약을 체결했다"고 강조하고, "기아자동차 회장이 조지아 공장에서 만든 기아자동차를 운전할 수 없으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설득했다.
애틀랜타 총영사관(총영사 김희범)의 외교력도 빛을 발했다. 그동안 미주 한인들의 영사업무에만 치중했던 수동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외교 활동을 펼쳐 조지아 주의회까지 움직였기 때문이다. 특히 김희범 총영사는 플로리다·앨라배마 한국 운전면허 협정을 체결한데 이어, 이번 조지아 운전면허법 입법에도 외교력을 발휘했다.
한인들의 경제력도 큰 힘을 발휘했다. 현재 한국기업은 조지아주 경제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기아차동차 조지아 공장을 필두로 LG하우시스, 현대중장비, 팬텍, SK C&C 등 다수의 한국 기업들이 조지아에 진출해 있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조지아 경제를 살리고 있는 한국기업의 활약은, 보수적 조지아 정치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마지막으로 전화와 e메일 등을 통해 HB475 지지운동을 펼친 애틀랜타 한인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헬렌 김·윤본희 변호사 등 젊은 한인들은 법안 상정을 앞두고 조지아 주의회 최초로 '아시안 유권자의 날 행사'를 개최해 한인들의 정치력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HB475 통과는 한인들의 삶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한편, 한인 정치력을 신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법을 통해 향후 한국과 조지아간 더욱 적극적이고 활발한 교류가 기대된다.
권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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