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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바항 그리고 와디럼에서

이영묵 여행기-이스라엘/요르단 6화

홍해의 만(灣)은 영어로 U자형이다. 그리고 해안선이 동쪽부터 사우디 아라비아, 요르단, 이스라엘, 이집트 순으로 되어 있다. 사실은 해안선을 가질 수 없었는데 미국의 지원으로 사우디 아라비아에 석유가 묻힌 땅을 주고 이 아카바 항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비록 하루지만 최고급이라는 호텔에서 휴식을 취했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홍해 바닷속 산호초를 구경하지는 못했지만 매력적인 바다 경치를 즐겼다. 그러다 보니 옛날에 봤던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떠올랐다.

 1차 세계대전 때 오스만 터키는 독일과 동맹국이었고 병력, 군수품 이동이 바로 이 아카바항을 통해 이뤄졌다. 영국은 이 때 정보 장교인 로렌스를 파견해 이곳 베드윈족들에게 독립을 부추겼고, 그들로 하여금 이 아카바 항을 점령시킨다. 명배우 피터 오툴이 낙타를 타고 사막을 달리고, 성격파 배우 안소니 퀸, 미남 배우 오마 샤리프가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들이 머리를 스친다.

 물론 그 이후 영국 자치령 등 우여곡절은 있었으나, 베드윈족의 사우디 아라비아, 요르단의 왕정 국가가 탄생한 것이다. 아카바항은 이제 평화스럽기만 하다.

 다음날 항구 중앙으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항구의 화물 하역장이 자동차로 꽉 차있는 것이 보였다.
 가이드는 이 항구가 한국 중고차 수입 및 중계 판매로 유명하며, 그 차들은 중동 아프리카로 많이 팔려 나간다고 했다.

 아카바항 중심에 있는 국기 게양대는 가까이 가보니 꽤나 높았다. 국기에 대한 설명이 아랍어로만 써있어 가이드의 설명에 의존했다.

 내용인즉 과거 빛나는 역사의 아바스 왕조는 검정, 무마이야 왕조는 흰색, 파티마 왕조는 초록으로 표시했으며, 힘·고결·비옥한 땅을 상징하는 3색의 줄을 그렸다. 그리고 아랍민의 피를 상징하는 붉은 삼각형에 왕의 상징이자 코란의 별인 칠각형의 별을 넣었다고 한다.

 우리는 바로 옆에 있는 작은 규모의 박물관에 잠시 들렀다. 우리가 방문 예정인 라바트 왕조, 특히 페드라 유적 등이 소개되고 있었는데 역시 석기 시대부터 청동기 시대의 많은 유물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와디럼에 도착해 경관을 즐기고, 굴러가는 게 신기한 반 트럭을 타고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 또 다른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마지막 십자군 등의 촬영지를 달려 보기도 하고, 별이 쏟아지는 찬란한 밤 하늘 밑에서 밤을 보내기도 했다. 본래 이 지역은 바다였으나 땅이 융기해서 이루어진 땅이란다. 그래서 펼쳐진 사암들의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일행들이 감탄하며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누르고 있을 때 방목하고 있는 낙타들에게 눈길이 머물렀다. 그들은 두 앞다리가 모두 쇠사슬에 묶여 아주 천천히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그 불편한 다리로 가시넝쿨 같은 것을 먹고 있었던 것이었다.

 누군가가 먹던 오렌지 하나를 던져주었더니 하나 더 달라고 우는데 왠지 나에게는 절규 소리로 들렸다.

 곧 그 낙타의 주인인듯한 사람이 쫓아와 오렌지를 주지 말라고 했다. 그의 모습에서 인간의 동물에 대한 잔인함을 보는 듯 했다. 머리에 아직도 그 잔영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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