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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제네바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에서 본 여성 시계 트렌드

우아하게, 때론 대담하게
손목 빛내는 찬란한 구속

매년 1월 말 스위스 제네바엔 큰 장이 선다.

인구 20만 명이 조금 못 되는 이 아담한 도시로 전세계에서 1만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주일 동안 열리는 박람회를 보기 위해 몰려든다.

제네바 호텔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연중 가장 높은 가격임에도 방을 구하기 힘들 정도다. 박람회는 이 도시의 주 언어인 프랑스 말로는 '살롱 앵테르나시오날 드 라 오트 오를로제리(Salon International de la Haute Horlogerie)' 줄여 부르면 SIHH이고 우리말로는 '국제고급시계박람회'로 일컬어진다.

올해로 스물세 번째인 이 박람회는 세계 고급 시계 시장의 한 축인 명품 그룹 리슈몽(Richemont) 산하 까르띠에(Cartier).피아제(Piaget).몽블랑(Montblanc) 등 브랜드와 그뤼벨 포지(Greubel Forsey).파르미지아니(Parmigiani) 등 독립 시계제작자들이 참여하는 행사다.

독특한 것은 여느 박람회 마냥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브랜드에서 초청한 VVIP 내로라하는 시계 유통업자 유수의 언론 관계자와 브랜드 관계자만 출입이 허용되는 독특한 박람회다.

이에 버금가는 시계박람회로 매년 4월 스위스의 또다른 도시 바젤에서 열리는 '바젤 월드(Basel World)'가 있다. 바젤월드는 리슈몽과 세계 고급 시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스와치(Swatch) 그룹을 주축으로 열린다. 브레게(Breguet).블랑팡(Blancpain).자케드로(Jaquet Droz).오메가(Omega).라도(Rado) 등 스와치 그룹 브랜드를 비롯 대중 양산 시계 브랜드까지 모두 망라해 1800여개 브랜드가 선보이는 자리다. 60스위스프랑(약 7만원)짜리 하루 입장권만 사면 누구든 들어갈 수 있다.

본래 스위스를 대표하는 시계 박람회는 바젤월드였다. 리슈몽 그룹의 시계 브랜드가 따로 살림을 차린 건 1991년부터다.

88년 리슈몽 그룹이 까르띠에.피아제.몽블랑 등 최고급 시계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SIHH의 토대가 마련됐다. 그룹 형성 초기 몇 년 간은 바젤월드에 참여했지만 리슈몽 그룹의 주인인 남아공 출신 사업가 요한 루퍼트는 "최고급 시계만 따로 모아 진짜 고급 박람회를 만들기로" 결심해 독립한다. 개최 도시도 스위스 고급 시계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주라(Jura) 산맥 자락 제네바로 옮겨 버렸다.

SIHH는 그래서 리슈몽 그룹 없인 존재할 수 없는 박람회다. 올해 SIHH 참여 브랜드는 16개 이 중 리슈몽 그룹에 속한 브랜드는 까르띠에 등 11개다. SIHH에 참여하고 있는 랄프 로렌은 리슈몽과 시계.보석 분야의 조인트벤처 회사를 설립한 끈끈한 관계고 그뤼벨 포지는 리슈몽 그룹이 지분 20%를 소유하고 있는 오랜 협력 관계다. 실질적으론 13개 브랜드가 리슈몽 그룹 산하에 있는 셈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고 보면 왜 SIHH에 전세계 고급 시계 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모든 관계자가 일거에 몰리는 지 이해할 수 있다.

SIHH가 한해 고급 시계 시장의 가늠자란 것은 이 그룹이 최근 보여주는 영업 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3월 마감한 2012 회계년도 리슈몽 그룹의 고급 시계 매출액은 총 23억 2300만 유로(약 26억달러)를 넘었다. 전년도 실적 17억 7400만 유로에 비해 31% 성장한 수치다. 게다가 리슈몽 그룹은 까르띠에.몽블랑 브랜드에서 팔린 시계 매출액은 그룹 회계보고서의 시계 분야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경우 리슈몽 그룹이 2012 회계년도에 올린 고급 시계 매출은 약 40억 유로 정도에 달할 것으로 시장에선 평가하고 있다. 52억 달러에 이른다. 또 중국 등 팽창하는 신흥 시장에서 점차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고급 시계 시장의 경향만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는 것도 SIHH다.

◇까르띠에(Cartier)
레 젱동따블 드 까르띠에(Les Indomptables de Cartier)
시계로도, 브로치로도 쓸 수 있는 모델. 고유번호가 있는 60개 한정판이다. ‘왕의 보석상’이란 별칭이 있는 브랜드이니 만큼, 시계에 쓰이는 보석 장식에도 엄청난 공을 들인 '작품'이다. 시계 케이스를 감싸는 듯 보이는 뱀 모양 장식을 떼어내 브로치로 쓸 수 있다. 브로치 장식 부분이 거추장스럽거나 너무 과한 자리엔 더 단정한 모습의 시계로도 변하는 게 이 모델의 장점이다.
까르띠에 탱크 앙글레즈 미디엄 모델 파베 세팅 스트랩(Cartier Tank Anglaise Medium Model Pave Setting Strap)
까르띠에의 베스트 & 스테디 셀러 모델 ‘탱크’ 시리즈가 새 모습으로 변신했다. 밝은 분홍 색상의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 기계식 무브먼트와 433개의 다이아몬드 2.94캐럿이 쓰였다.

◇피아제(Piaget)
라임라이트 갈라(Limelight Gala)
피아제의 대표적인 성장용 시계. 우아한 드레스 차림, 턱시도 입은 남성과 함께 가는 볼룸 연회에도 잘 어울리는 모델이다. 시곗줄을 감싸는 듯 디자인된 케이스 외관이 라임라이트 시리즈의 특징. 기본 케이스는 핑크 골드, 62개의 다이아몬드 1.8캐럿이 쓰였다.
쿠튀르 프레시즈 골드 체인 커프 워치(Couture Preciuse Gold Chain Cuff Watch)
보석을 닮은 여성용 시계의 전형 같은 모델. 스위스 라코토페에 있는 피아제 매뉴팩처는 무브먼트부터 시곗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모두 자체 매뉴팩처에서 소화한다. 우아한 금사로 얽힌 시곗줄이 손목에서 보석 대신 빛난다. 159개의 다이아몬드 1캐럿이 쓰였다.

◇몽블랑(Montblanc)
빌르레 1858 컬렉션(Colletion Villeret 1858)의 여성 시계, 빌르레 세컨드 오텐티크(Villeret Seconde Authentique)
빌르레는 몽블랑 시계가 제작되는 지역이다. 매뉴팩처가 있는 곳 이름을 딸 정도로 이 브랜드를 대표하는 컬렉션이다. 무늬를 새긴 자개 다이얼, 검정 로마 숫자의 조합이 우아하고 품격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름 36mm는 이제 고급 여성시계에서는 큰 사이즈가 아니다. 오히려 대담한 디자인으로 자신을 드러내기에 좋은 크기다.
그레이스 켈리 컬렉션 '페탈 드 로즈'(Collection Princesse Grace de Monaco 'Petales de Roses')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가 가장 좋아했던 장미꽃잎을 시곗줄에 표현했다. 시계 케이스 테두리와 시곗줄까지 모두 807개의 다이아몬드 6.68캐럿이 쓰였다. 용두에는 43면으로 깎인 다이아몬드가 브랜드 엠블럼을 대신하고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
메티에 다르 컬렉션(Metier d’Art Florilege) 차이나 리모도론(China Limodoron)
풍부함과 섬세함을 상징하는 난초인 ‘차이나 리모도론’이 시계 판에 새겨져 있다. 고급 시계 장식 기술인 ‘에나멜링’으로 그린 난초는 손목에 명화를 품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로저 드뷔(Roger Dubuis)
벨벳 하이주얼리(Velvet High Jewellery)
13.61캐럿에 달하는 304개의 다이아몬드가 이음매가 보이지 않도록 세공되어 있는 시계다. 우아함의 상징 다이아몬드로 브랜드 특유의 대담함을 표현한 여성 시계다.
제네바=강승민 기자
사진= 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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