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이스라엘/요르단 5화 요르단 암만에서 아카바 항까지

이영묵 여행기

장례식에 가면 가끔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하는 찬송가를 부르는 것을 보게 된다. 아마도 요르단 강 건너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천국이라 생각해 언젠가 천국에서 만나자고 노래한 것 같다.

 그러나 나 같은 속된 사람에게는 내 기대에 못 미쳤던 이스라엘에서 요르단 강을 건너 여행 천국에 들어선단 의미 같다. 요르단 탐방은 여러모로 값진 여행이었다.
 요르단은 이슬람 국가 중 가장 친미적이다. 미국도 이슬람 권역에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 지원을 해주고 있기는 하다.

 그들은 친한적이기도 하다. 현대 차, 삼성 TV, 스마트 폰을 사용하고 원자력 발전소를 짓고 있으니 영향이 없을 수 없다. 이보다 더 큰 이유는 대장금 같은 드라마, 그리고 K-POP이다. 관광 가이드 딸이 현지 학교 초등학생인데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버스에서 모두 일어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춘다고 했다. 한번은 우리가 탄 버스가 떠나려 하자 한 나이 어린 여자가 한국 사람들 보고 싶다며 버스에 뛰어들어오기까지 했다.
 요르단에는 종교 경찰 대신 관광 경찰이 있다. 우리는 요르단 도착부터 여행이 끝날 때까지 버스에 동승한 관광 경찰의 호위(?)를 받았다.

 그러나 진정 나를 즐겁게 한 것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적, 유물이 있다는 요르단의 살아 있는 역사 현장이었다. 국민 소득이 이제 겨우 5000달러였기 때문인가, 아니면 종교와는 무관한 이유 때문이었나. 유적, 유물들이 내동댕이쳐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 눈에는 잘 보전되어 살아 숨 쉬고 있는 듯했다.

 우리의 관광은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부터 시작했다. 역사, 문화 정보가 너무나 많아서 나의 머리에 전부 입력시키기에는 무리인 것 같았다.

 우선 암만에는 첫 유대인이 정착했다 한다. 그 첫 정착인들이 이삭의 장자이자 야곱의 형인 에세 가족이다. 그러나 암만의 사람들은 대부분이 구약의 블레셋 사람들, 즉 후에 팔레스타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에세의 후예들이 남아 있어서인지 구약에서 표현한 것처럼 온 몸이 털복숭이인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띤다 한다.

 그 이후 암만은 블레셋 사람들이 세운 암몬 왕국의 수도로서 ‘랏바’라고 불렸다가, 필라델피아로 이름이 바뀌고, 그리고 오늘에 이르러 암만이라고 불리게 됐다. 우리는 이 암만의 시가지가 내려다 보이는 방어 요세인 소위 시타델(Citadel) 이란 곳에 올랐다.
 사실 넘쳐나는 유적, 유물을 보기 위해 암만에서만 몇 일을 보내야 했지만 그저 멀리서 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하지만 나는 관광 가이드의 설명은 귓전으로 흘리면서 혼자 55년 전쯤 보았던 영화의 제목이 다윗 왕이었던가 상기하며 그 영화 장면들을 회상하고 있었다.

 분명한 것은 남자 주연 배우가 그레고리 펙이었는데 여배우는 수잔 헤이워드인지 아리송하다. 영화에서 다윗 왕이 궁 밖을 내려다 보다가 목욕을 하는 어떤 여인을 보게 되고 그 여인을 탐하게 된다. 그런데 그 여인은 남편이 있고 그 남편은 그가 아끼는 밧세바 장군이다. 사랑에 눈이 멀었는지 그는 그를 위험한 전쟁터로 보내 전사하게 만들고, 그 여인과 살게 된다. 첫째 아들은 죗값인가 어려서 죽고 둘째 아들이 왕의 자리를 승계한다. 그가 바로 솔로몬 왕이다. 그 밧세바 장군이 전사한 위험한 전쟁터가 바로 이 암만의 요세 시타델인 것이다.

 우리는 로마 시대에 지은 헤라클레스 신전의 잔해와 물 저장터 등을 보면서 그곳에 있는 박물관을 둘러보았다. 놀랍게도 이 메마르고 거친 환경에서 청동기 문화가 5000년이나 된 것을 뽐내는 듯한 여러 유물들이 나를 놀라게 했다.

 암만에서 남단 아카바 항까지는 바쁜 일정이었다. 우리는 서둘러 두 곳을 들러야 했다.
 첫번째 들른 곳은 그리스 로마 시대에 만들어졌다는 모자이크 지도가 있는 메드바 교회였다. 이곳 역시 아모리 왕국의 시론 때에 모압의 성이었으나, 출애굽을 한 모세에게 점령당하기도 하고, 그래서 로우벤 지파에게 할당되기도 하고, 다시 암몬인 손에 들어가고, 다시 다윗 왕 때는 싸우고, 나중에는 묵 이스라엘이 점령하기도 하고 꽤 복잡한 역사였다.
 다음에 들른 곳이 느브산이었다. 이 산 정상에서 모세가 마침내 사해를 넘어 펼쳐진 약속의 땅, 즉 가나안 땅을 보게 됐다. 지금 이곳은 프란체스코 수도원에서 한참 교회를 확장 공사하고 있었다. 나는 이곳을 떠나면서 또다시 역사 현장의 보존보다 훼손이 이뤄질 것 같아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다.

 드디어 우리는 아카바 항에 도착, 그곳에 있는 아주 좋은 고급 호텔에 들어갔다. 어여쁜 아가씨들이 생글거리며 우리를 반겼다. 좀 모습이 낯설어 물어보았다. 그러면 그렇지 필리핀에서 온 여자들이었다. 여자의 외부 활동을 금하는 이슬람 교리, 하지만 찾아 오는 관광객들을 접대는 해야겠고, 그래서 필리핀 여자들을 채용한 것이었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