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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 호수 그리고 귀국길에서

이영묵 여행기 / 이스라엘/요르단 4화

우리는 키브츠에서 운영하는 갈릴리 호숫가의 방갈로 스타일의 숙소에서 잤다. 피곤해서 잠을 더 잘 수도 있었건만 상쾌한 바람 때문인지 새벽녘 잠을 깼다. 방을 나서 갈릴리 호숫가의 갈대숲을 거닐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예수님은 공생 시절 이전에 사막의 대상들을 따라 인도는 물론 티베트까지 갔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또 예수님이 목수가 아니라 소위 핸디맨, 즉 이것저것 다 하는 만능 기능공이었고 동네에서 가까운 곳에 로마 병영이 있어 그곳에서 줄곧 일을 하면서 바깥세상을 접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석가모니, 모하메드는 물론 통일교의 문선명까지도 어린 시절을 보낸 동네가 아닌, 주위 사람들이 그의 어린 시절을 모르는 곳에서 포교를 시작했고 그래야 성공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고려해볼 만 하다.
 갈릴리는 예루살렘 지역보다 좀 더 진보적인 곳이고 예수님의 어린 시절을 아무도 모르는 곳이므로 이곳에서 그의 공생의 삶이 시작됐고 그래서 성공하지 않았나 혼자 생각해봤다.
 식사 후 먼저 예수님이 살던 가버나움에 있는 팔복(8福) 교회를 찾았다. 예수님이 팔복에 관한 설교를 하던 곳이며, 바로 소위 (산상 교훈)의 설교를 했다는 곳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팔복에 관한 가르침이 아니라 주기도문을 가르친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싶었다.
 이곳에서도 설교를 하던 언덕은 이제는 그저 아름다운 꽃이 만발한 그저 언덕일 뿐이다. 아무런 역사적인 의미를 남기지 않고 교회만 지어 놓았다. 그것도 비잔틴 시절에 지은 것은 파괴되고 이탈리아의 건축가 안토니오 비를누치가 20세기 초에 지은 성당이니 큰 역사적 의미를 지닌 것 같지는 않다.
 다음에 찾은 곳은 베드로 수위권 교회였다. 예수님이 부활한 후 이곳을 찾아와 베드로를 위시, 어부로 돌아간 제자들을 만나고 식사도 같이 했다는 바위가 보존된 곳이다. 역시 성당의 단상에 꾸며 놓은 것이 바로 그 바위다.
 이곳 뜰에는 베드로가 예수님 앞에 엎드려 우러러보는 조각상과 천국의 열쇠를 든 베드로 조각상이 눈에 띄었다. 오두막 같은 자그마한 곳에 모자이크 벽화가 있었는데 이것이 교황 바오로 6세의 방문 기념이란다.


 놀랍게도 이제껏 어느 교황도 이스라엘을 방문한 적이 없고 이 바오로 6세도 방문은 했지만 몇 시간 머물렀을 뿐 잠은 자지 않았다고 한다.
 점심식사를 하기 전에는 소위 5개의 떡과 2마리의 고기로 기적을 이룬 곳을 기념한다는 오병이어의 성당에 들렀다. 그곳이 정확한 곳이란 증명은 없지만 그곳 타브가 언덕 지역 몇 개의 샘에서 더운물이 솟아나 갈릴리 호수로 들어가기 때문에 물고기가 많다고 하며, 갈릴리 어부들 하면 대부분 그 지역에서 고기 잡이를 했으리라 추측하고 있다.
 그곳의 식당에서 살라드, 누룩을 안 쓴 빵과 함께 소위 튀긴 베드로 고기를 점심으로 먹었다. 가이드가 씨익 웃으며 “고기 크기가 똑같죠”하는데 양식 고기임을 넌지시 암시한다. 그렇겠지 매일 수백 명, 수천 명을 무슨 수로 잡아서 식사를 준비할 수 있겠는가.
 나는 실수로 귀국을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해야 했는데 기억에 남는 일이 몇 가지 있어 소개한다.
 텔아비브 공항 입국 비자 심사시 여행을 많이 하고 또 앞으로 이슬람 국가에 갈 기회가 있어 보인다고 생각되면 여권에 스탬프를 찍지 않는다. 대신 임시 쪽지에 도장만 찍어주며, 세관원은 통관할 때 그 종이를 찢어 버려 여권에 이스라엘에 입국했다는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나도 그런 사람으로 구분됐는지 내 여권에는 이스라엘을 방문한 기록이 없다.
 내가 호텔 방에서 공항으로 떠날 때가 오전 8시였다. 그리고 그날은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 중이었다. 워싱턴 시간으로는 새벽 2시쯤이었다.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 선거인단 300명 확보로 당선은 확실시됐으나 총 투표에 있어서는 롬니 후보가 몇만 표 앞서고 있었다.
 티켓 카운터 앞에 줄을 서 있는데 한 유대인이 투표 결과를 듣고서는 아주 고성으로 “이 따위 민주주의가 어디 있어? 총 투표수가 많은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지 더군다나 오바마는 이슬람 나라 케냐인의 아들이고,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자란 이슬람 교인이잖아”라고 말했다.
 내가 탄 비행기는 서비스가 나빠 제일 타기 싫어하는 미 국적 모 비행기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비행기에서 유대인들이 종교적 이유로 먹는 코셔(Kosher) 식사가 제공된 것이다. 유대인들이 무슨 특권층이라도 되는 양 거만을 떠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코셔 음식을 먹었다. 이것이 이스라엘의 국력인가, 아니면 시끄러운 놈 떡 주는 것인가 싶었다.
 내 옆에 탄 여자는 중남미 엘살바도르 출신이었다. 지금은 미국령 푸에트로 리코에 사는데 이스라엘에 성지 순례 차 왔다 가는 길이라 했다. 그런데 기독교인이 아니라 이란에서 19세기에 생겨난 바하이교 신도라 했다. 바하이교 창시자 바하올라가 이란에서 쫓겨나 이스라엘 텔아비브 북쪽 마을에서 포교를 시작했고 그곳이 바하이교의 성지란다. 그래서 이 성지를 순례하고 돌아가는 길이란다.
 이스라엘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건 세계 다이아몬드 센터의 큰 건물에서 연상되는 돈, 그리고 종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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