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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타모니카 산길…온 몸으로 걸었다

'봄 빛에 발걸음 사뿐' 테메스컬 하이킹 코스

걷기는 나를 찾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다. 한걸음씩 발을 내딛는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온 몸으로 진짜 세상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트레드 밀을 걷는 것과는 다르다. 자연을 걷는 것은 몸 구석구석이 살아나는 일이다. 스페인의 산티아고나 제주도의 올레길 걷기를 꿈꾸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당장 산티아고와 올레길로 떠날 수는 없다. 대신 LA에도 자연은 지천으로 펼쳐져 있다. 그 중에서도 마치 마법의 마을이 펼쳐진 듯한 '숨겨진 보물'이 있다. 바로 LA한인타운서 30분 떨어진 샌타모니카에 있는 테메스컬 공원(Temescal Gateway Park)이다.

봄이 찾아온 화창한 지난 주말 아침 테메스컬 하이킹 코스를 찾았다. 휴일 아침 이른 시각에도 하이킹을 하러 온 이들로 붐볐다. 사람들도 다양했다. 노부부 사진기를 들고 서로를 찍어주는 모녀 깔깔거리며 수다 보따리를 푸는 친구들…. 주말 새벽 하이킹은 사람들을 보는 것 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었다.

길을 따라 햇살은 반짝반짝 내려 째고 있었다. 길은 정신없던 한 주를 털어내고 자연으로 들어가는 마법의 통로 같았다. 길가 주변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반겼다. 봄 빛을 받으며 꽃을 음미하기 좋은 길이었다.



이 트레일은 가벼운 마음과 차림으로 갈 수 있는 코스다. 따로 장비도 필요없다. 걷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도 산책하듯 간편한 차림으로 걸어도 된다. 꼬불꼬불 숲길 가파른 돌길 호젓한 오솔길까지 수십 개의 얼굴을 가진 길과 만나는 재미도 쏠쏠했다. 짧고 완만한 코스여서 쉬엄쉬엄 걷기 좋다. 어느 정도 오르다 보면 태평양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쪽에는 바다 한쪽에는 산 이 곳만의 2가지 매력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이 맛에 하이킹족들은 걷다 바다를 감상하다 또 걷는다.

걷다 보면 거대한 바위 '스컬 록(Skull Rock)'이 보인다. 바로 정상이다. 정상에서 '야호'를 외치고 내려오는 길은 무언가를 이뤘다는 성취감에 발걸음 마저 가볍다. 내려오는 길에는 조그만 구름다리도 있다. 마치 한국의 계곡을 연상시켰다. 물도 흐른다. 졸졸 흐르는 물은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송글송글 맺은 땀방울을 식히기에는 적당한 장소다. 내려오는 길은 더 운치있다. 아름드리 나무를 벗 삼아 그늘을 걷는 길은 즐거웠다.

테메스컬 트레일의 기본 코스는 2.6마일이다. 하지만 어떤 루트를 택하느냐에 따라 왕복 5.8마일까지 가능하다. 코스는 크게 선셋 트레일로 시작하는 테메스컬 캐년 트레일(Temescal Canyon Trail)과 뷰 포인트 트레일(View Point Trail) 2가지다. 방향에 상관없이 돌아도 괜찮다. 하지만 초보자라면 선셋 트레일로 시작해 테메스컬 캐년 트레일을 지나 뷰 포인트로 내려 오는 길을 추천한다. 주차장 입구에는 피크닉 장소도 마련돼 있다.

주차는 공원 안의 주차장을 사용하면 된다. 7달러의 주차비가 아깝다면 공원 근처 스트리트 파킹을 권한다. 길가는 하이킹족들의 차량으로 빽빽하다.

▶주소: 15601 Sunset Blvd. Pacific Palisades

글·사진=이성연 기자 sunglee@koreadaily.com

트레일에서
꽃 보며 쉬다 걷다 수다
작은 일상탈출의 시간


탈출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것도 돈과 여유, 시간이 따라줘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핑계로 탈출을 미뤘다. 그렇게 일상에 안주하던 어느 날 불현듯 '테메스컬 하이킹 코스'가 생각났다. 그곳은 하이킹족 친구가 갖은 미사여구로 예찬론을 펼치며 동행을 유혹하던 코스였다.

지난 주말 새벽. 난 그토록 거부하던 친구의 유혹에 기꺼이 넘어갔다. 하이킹에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과거에서 짐작했겠지만 난 '운동홀릭'도 '몸짱'도 아니다. 하지만 평소 운동은 꾸준히 했다. 그렇다고 한껏 즐긴 건 아니고 내 몸에 대한 의무감이 많았다.

드디어 하이킹의 아침이 밝았다. 새벽에 일어났지만 마음은 상쾌하고 발걸음은 가벼웠다. 처음엔 즐거웠다. 룰루랄라~ 콧노래도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숨은 거칠어지고 다리 근육은 뭉쳤다. 그날 난 물병과 휴대폰이 얼마나 무거울 수 있는지 깨달았다. 운동으로 다져진(?), 나름 자신감 넘치던 나의 체력은 5분 만에 바닥이 났다. 사람들이 나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나를 제친 이들이 족히 10명은 됐다. 그 다음부터는 '오기'로 걸었다. '꼭 정상에 간다. 주말 꼭두새벽부터 일어난 게 아까워서라도.' 그렇게 한 시간. 걷다 쉬고 걷다 쉬며 정상에 올랐다.

땀의 끝은 달콤했다. 도시는 아직 깨어나지 않은 시간, 아우성치던 몸은 세포 하나하나까지 깨어났다. 이제 세상이 눈에 들어왔다. '아~.' 예전엔 미처 몰랐다. 샌타모니카 해안선이 이리 아름다울 줄은.

내려오는 길, 발걸음마다 자연을 만났다. 봄을 향해 활짝 핀 야생화, 시원한 물줄기가 부서지는 폭포, 낙엽이 대롱대롱 매달린 나무, 눈송이를 닮은 꽃이 하얗게 핀 나무…일상에서의 탈출. 그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초보자 OK' LA인근 하이킹 코스

◆러년 캐년 루프(Runyon Canyon Loop)

할리우드 하이크의 심장(Heart of Hollywood Hike)이라고도 불린다. 한인에게도 친숙한 할리우드 보울 서쪽에 있는 뒷산에 있다. 왕복 3마일. 풀러 애비뉴(Fuller Ave)의 북쪽 끝에서 다시 북쪽으로 산을 오른다. 산길을 따라 걷다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 내려오는 코스다. 산길을 따라 할리우드 힐스의 멋진 모습이 펼치지며 트레일 정상인 클라우즈 레스트에 오르면 할리우드 사인과 선셋 스트립을 볼 수 있다.

▶주소: N. Fuller Ave. Hollywood

▶문의:lamountains.com

◆토팽가 스테이트 파크 트렉(Topanga State Park Trek)

노스 라이오네스 트레일(Los Liones Trail)에서 파커 메사 오버룩(Parker Mesa Overlook)에 이르는 왕복 7마일 구간. 퍼시픽 팰리세이즈(Pacific Palisades)의 노스 라이오네스 드라이브(Los Liones Dr) 끝에 주차장이 있고 이곳부터 트레일이 시작된다. 길을 따라 이스트 토팽가 로드(E. Topanga Road)까지 가면 정상에 오른다. 처음 2마일 구간은 가파른 언덕이 지그재그로 이어진다. 해발 1300피트인 파커 메사 오버룩에서 내려보는 경관은 아름답기로 손꼽힌다. 이곳 벤치에서 꿀 맛같은 피크닉이나 휴식을 맛 볼 수 있다.

▶주소: 20829 Entrada Rd. Topanga

▶문의: www.parks.ca.gov

◆그리피스 파크 브러시 캐년 트레일(Griffith Park Brush Canyon Trail)

왕복 2마일의 짧은 구간으로 한적하고 평온하게 마운트 할리우드 드라이브(Mt. Hollywood Dr)의 경치를 즐길 수 있다. 브론슨 파크(Bronson Park)에 있는 캐년 드라이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오르막 언덕을 지나 퍼시픽 일렉트릭(Pacific Electric) 채석장으로 가는 소방도로를 따라가면 된다. 0.75마일을 지나 머홀랜드 트레일을 만나 오른쪽으로 돈다. 0.25마일을 지나면 마운트 할리우드 드라이브와 만난다. 돌아올 땐 머홀랜드에서 왼쪽 길을 따라 내려오면 된다.

▶문의:www.trai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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