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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4)

김영기 약손마을 원장

대개 전화를 유수 선생이 받는데 그날따라 제가 상담전화를 받았습니다. 듣는 목소리에 물씬 현현한 기세가 일렁거리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예약을 잡고 평소와 달리 궁금하기 했었지요. 그렇게 방문을 한 모습을 보고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상과는 달리 얼굴이 붓고 윤곽이 몹시 틀어져 있는데다 걸음을 제대로 걷지를 못했습니다. 몇마디 음성을 들으면 외모나 성격, 태도, 현재 살아가는 형편까지 짐작할 수 있는데 이 분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내심 의아한 생각을 지니고 촉진을 해보다가 개탄을 했습니다.

 태중에서 벌써 기혈이 전신에 걸쳐 틀어져 있어 출생을 하자 곧 풀어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젖먹이 때부터 많이 칭얼거렸을 것입니다. 성장과정에 수족의 마비감이 와도 달리 이유를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몸에서 진득하게 담고 사는 원인모를 불쾌감과 짜증의 이유도 몰랐을 것이고, 만성피로와 몸이 가라앉는 듯한 우울증의 원인도 처지 탓으로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얼마전에 종합검진을 했는데도 전신이 굳고 뒤틀리는 원인이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말 제가 가슴이 아팠던 것은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니 본시 붓고 좌우가 틀어지고 험한 피부의 못난 얼굴이 아니고 빼어난 미인의 골격이고 균형잡힌 준수한 얼굴이었습니다.

 이를 어찌해야 하는가? 아주 어렸을 때 기혈이 틀어진 몸을 풀어만 주었어도 수려한 외모의 재녀가 되어 자신감 넘치는 또 다른 인생을 살았겠지요. 포유류는 새끼가 나오자마자 전신을 혀로 핥아주며 기혈의 순환을 촉진시키고 세상이라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도록 독려를 하는데, 인간은 오래 전에 그 기억을 잊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50대 중반이 되도록 감내하고 살아왔고, 본인도 모르게 운명이 달라진 상태에서 수족의 마비감은 점차 깊어갈 것입니다. 쓰지 못하게 될 육신에는 더욱 암울한 공포와 우울증으로 퍼져나갈 것입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후 며칠간 사지의 기운이 굳고 틀어져 얼굴까지 틀어진 모습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생각같아서는 서둘러 황토방을 지어 땀을 내며, 온종일 매달려 내 땀으로 굳은 몸을 적셔 전신의 기혈순환을 풀어주고 싶습니다. 지금이라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세상의 기쁨을 보여주고 제 얼굴을 찾아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미 이 일의 결과도 예측이 가능합니다. 몸과 같이 궁핍함은 크게 마음을 써서 몇차례 치료를 받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한 번의 기치료 마사지를 받았는데도 근육에 다소 힘이 붙는다고 기뻐하며 돌아갔으니까요. 그러나 수십년 왜곡된 몸을 풀어내는데 따르는 통증도 괴로울 것입니다. 이를 감수하고 살아오면서 만든 자신의 고치로 숨어들어가는 관성을 이기기도 힘들 것입니다. 여태까지 해왔던 것 같이 단지 수 차례의 기대와 빠른 포기도 삶에서 익숙할 것입니다. 우연히 조우한 제게 가지고 있는 믿음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곡된 몸, 왜곡된 삶…. 마음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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