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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튀게…제목이 책을 만든다

이젠 인쇄물이 쇠퇴기에 들어섰는데도 신간들은 쏟아져 나오고 책은 더 화려해졌다. 오히려 책을 출간하는 것은 작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든 아이디어만 있으면 자신의 책을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문턱이 낮아진 만큼 생존은 더 치열해졌다. 작품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북 디자인부터 제목, 편집에 이르기까지 대박을 터트리기 위한 발걸음은 바쁘다. 그 중에서도 ‘제목’을 정하는 일은 책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아무 그릇에나 담으면 식욕이 당기지 않는다. 책 제목도 한 눈에 독자를 사로잡아야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 2012년에 쏟아져 나온 ‘나이’ 제목을 붙인 책들이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한 제목이 뜨게 되면 그와 유사한 제목들이 줄줄이 나온다

실용서적의 경우 내용이 딱딱할 수 있기 때문에 핵심 메시지를 단번에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리학자인 김정운 교수의 책은 거의 모두 베스트셀러가 됐는데, ‘노는 만큼 성공한다’, ‘남자의 물건’, ‘아내와 결혼한 것을 후회한다’ 등 상당히 자극적이면서도 명료한 제목으로 시선을 끌었다. 보통 이런 제목들을 선정하기 위해 많게는 몇 개월의 시간이 소요되기도 할 정도로 제목 선정은 책의 명운을 좌우한다.

미국 작가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브라이트 사이디드(Bright-Sided)’가 한국에서 번역될 땐 ‘긍정의 배신’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이 붙었다. 긍정주의 이데올로기의 부정성을 파헤친 이 책은 사회비판서로서 큰 주목을 받게 되었고 연이어 ‘노동의 배신’, ‘희망의 배신’이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졸지에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배신’의 작가가 되었다.

시대상과 트렌드를 우선으로 하는 비문학서와는 달리 소설 제목은 감성에 대한 호소력과 내용을 충실히 대변하는 제목을 선호한다. 그래서 작가가 정한 제목이 최종 선택되는 경우가 많다. 공지영의 ‘도가니’를 출판했던 창비 문학출판부의 김정혜 부장은 “원 뜻이 지니는 시련과 고난 이미지가 주인공 강인호의 상황과 잘 어울리고 ‘여러 요소들이 한데 녹아 부글부글 끓어 신생으로 이어지는 우리말 ‘도가니’ 의미도 잘 살아나 결정하는데 이견이 없었다.”고 밝혔다.

에세이의 경우는 한 줄의 문장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아프니까 마흔이다’, ‘그건 사랑이었네’, 아프니까 청춘이다’ 등 처음 들었을 때 강열하고 입가에 맴돌 정도로 감칠 맛 나는 제목이라야 한다. 출판업 관계자들은 “제목은 책장사의 절반”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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