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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종교, 한 자리에서 영성을 말하다

한국대표단 유엔 '종교화합주간' 첫 참가
"종교 본연에 충실해야 갈등 해결돼"

종교(religion)와 갈등(conflict)은 이중적인 관계다. 종교가 끔찍한 지역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해결책도 제시할 수 있어서다.

최근 몇 년간 유엔은 부쩍 종교 화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01년 9ㆍ11 테러의 여파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종교 평화를 강조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종교간 이해의 폭을 넓히는 비정부기구(NGO) 차원의 회의도 활발하게 열린다. 갈등의 소지를 없애고, 분쟁 해결에도 기여하자는 취지다.

2010년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가 발의해 시작된 유엔의 '종교화합주간(World Interfaith Harmony Week)' 역시 그런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2011년부터 매년 2월 첫째 주에 세계 각국의 종교 관계자들이 유엔 빌딩 주변에 모여 소통하고 교류한다.

지난달 지난 13~16일, 세 번째를 맞는 올해 종교화합주간 행사에 한국 대표단이 처음으로 참가했다. 진작부터 종교간 교류에 힘써 온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차원에서다. KCRP 대표회장을 맞고 있는 김희중 가톨릭 대주교, 중앙위원인 조계종 성원 스님, 원불교 정인성 교무, 가톨릭 주교회의 양덕창 부장, KCRP 변진흥 사무총장 등이다.

행사 이틀째 유엔 총회장 주변.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침 일찍부터 길게 줄을 섰다. 이날 행사에는 190여 개국 1500여 명의 종교 관계자, 신자 등이 참가했다. 각국 대사가 나와 종교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참가국 국기를 든 학생들이 총회장 내부를 행진하는 순서가 이어졌다.

종교 화합 본연의 의미는 행사 마지막 날 유엔 빌딩에서 차량으로 두어 시간 거리인 원불교 원다르마센터에서 맛볼 수 있었다. 이곳 책임자인 이오은 교무가 종교화합주간에 맞춰 마련한 기도회에 기독교는 물론 유대교ㆍ힌두교ㆍ이슬람ㆍ불교 등 다양한 종교 지도자들이 참석해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혔다.

"모든 종교와 신앙은 공통의 가치를 지닌다. 생명에 이로운 선한 목적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30년 넘게 유엔 관련 기구에서 일한 이슬람 평화운동가인 압바디 박사는 종교간 공통점을 강조했다. "선한 목적이라는 공통점이 서로 다른 신앙인들을 하나로 연결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이제는 각 종교의 최고 지도자들이 유엔에서 정치 지도자들을 만나야 할 때"라고도 했다.

인도네시아 출신 무슬림 지도자인 삼시 알리는 "종교간 갈등은 사람들이 신을 믿지 않고 종교적 관습이나 종교 자체를 믿기 때문"이라고 말해 공감을 자아냈다.

유대교 랍비인 로저 로스는 "세상에는 많은 종교가 있지만 영성(spirituality)은 하나"라며 "신, 붓다, 알라 등으로 이름은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같은 대상을 지향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과 같은 모임이 당장 세상을 바꾸긴 어렵겠지만 작은 성냥불이 어두운 방 전체를 밝히듯 차츰 변화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도회에는 100명 가량의 청중이 참석했다. 원불교도인 크리스티나 레디는 "서로 다른 종교가 같은 가치를 이야기하는 점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인 김희중 대주교는 행사 후 "각 종교가 오히려 근본주의로 돌아가야 종교간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각자 자기 종교의 본연의 가치에 충실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래야 이웃 종교의 다른 점을 인정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단 타 종교에 배타적이어서는 안 된다. 쉽지 않은 얘기다.

변진흥 KCRP 총장은 "성명을 발표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종교 화합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들이 유엔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이번 행사는 그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원불교 이오은 교무는 진작부터 종교 평화를 위한 활동을 해왔다. 압바디 박사는 "이 교무는 종교화합 분야의 교황 같은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이 교무는 "명상과 마음챙김, 영성과 유엔에서의 활동 등을 통해 한 번에 한 호흡씩, 인류애를 증진시키는 게 나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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