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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요르단 -2, 예루살렘/베들레헴

 저녁을 먹고 호텔 방에 누웠다. 피곤하다. 다리 품을 너무 판 것 같다. 그래도 싱싱한 야채를 실컷 먹은 후여선지 포만감에 기분이 좋다.

 여행에서 으뜸 재미는 물론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것이지만 먹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아침·저녁 식탁에 올려진 야채는 미국의 어느 일급 음식점 보다 더 싱싱하고 맛이 있다. 이것이 척박한 땅 이스라엘 사막에서 재배한 것이라니….

 오늘 투어에 아쉬움도 있다.

 첫째 예루살렘은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모두가 그들의 성지로 삼고 있다. 그리고 올리브 산에서 예루살렘을 내려다 보면 금색, 검은색의 둠, 다시 말해서 이슬람 회당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그러나 이슬람 사원이나 유대교 회당은 말할 것도 없고 이 두 종교의 역사적 유물이나 유적지에 안내되거나 설명을 듣지도 못했다. 그리고 다마색(다마스커스)으로 향하는 곳의 아랍인 전통 시장이나 유대인·이슬람·기독교·아르메니아인들의 4구역 역시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정해진 일정에 내가 너무 욕심을 낸 것일까.



 세계에 있는 여러 성당들은 고귀한 여인, 즉 마리아(파리의 노틀담 사원 같은) 성당과 예수 승천 교회가 제일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곳이 진짜 승천한 곳이요’라는 승천성당은 본래 지붕이 없이 뻥 뚫린 곳이라는데 규모도 작거니와 이슬람 점령시 그들이 돔을 만들어 버려 모습이 우습다. 또 그보다 흥미로운 것은 아마도 이쯤이 예수가 승천 했을 것이다 라며 장소를 정하고 세운 성당이 교파마다 이곳에 흩어져 있다니 그 추정에 재미가 있다.

 예수님이 예루살렘의 앞날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는 눈물 교회는 1955년 이탈리아 건축가 바투치가 지었다 한다. 그곳으로 가는 길목에 옛 무덤들이 아주 많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예수님의 재림이 아니라 구세주가 초림하면 무덤에서 죽었던 사람들이 다 부활할 것이라며 온 올리브 산을 덮은 유대교인들의 무덤이다.자못 흥미롭다.

 예루살렘 성으로 향하는 겟세마니 동산에서 예수님이 마지막 기도를 했다는 곳은 4세기에 교회를 지었다고 한다. 이제 그곳에는 16개국 성금으로 1924년에 소위 만국교회를 지었다. 본래 겟세마니라는 말은 유대인 말로 올리브 나무 골짜기라 한다. 그리고 그곳에는 수령 2000년이 넘는 올리브 나무가 서 있다. 아마도 예수님을 본 것은 성당도, 어느 흩어진 돌 담도 아니고 오직 그 올리브 나무일 것이다.

 예루살렘 성으로 들어 가자면 올리브산과 예루살렘 성 가운데 있는 기드론
골짜기를 지나가야 한다. 언덕 내리막 길이 가파르다. 예수님이 당나귀를 타고 가기는 좀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그를 유대왕이라 환영하며 흔들었던 종려 나무 가지가 그렇게 큰지도 몰랐었다.

 예수 탄생지 베들레헴은 내가 한번 발을 밟아 보았다는 의미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그곳에는 말 구유 광장, 말 구유 성당이 있었다. 우리가 크리스마스 카드나 교회 연극에서 본 것 같은 마구간이 아니고 돌로 된 굴의 마구간이였다는 귀 동량이 전부였다. 그리고 그 성당 건물이 동방 정교에 밀려 셋방 신세처럼 보였다는 것도 있기는 했지만…..

 지금 누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고난의 길, 골고다 언덕길은 곤혹스럽고 황당하기까지 하다. 영화 ‘벤허’부터 마틴 스콜세지의 문제작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유혹’까지를 통해 머리 속에 각인된 골고다의 언덕과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이 고난의 길은 14개의 테마로 짜여져 있다. 안토니오 탑이라 부르는 예수가 사형 언도를 받은 곳으로부터 예수님의 무덤까지이다. 그런데 좀 폄하해서 말하자면 이 고난의 길이란 것이 옛날 미아리 고개부근에 있었던 길음시장이나 불광동 시장 골목길쯤 되는 시장통 길에 규모가 사당이나 삼신 할머니의 칠성각 같은 개념의 건물이 몇 개 들어서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흥미로운 것은 규모가 제일 크고 번듯한 예수 처형, 장례, 무덤이 모여 있는 12,13,14번째 방문 처인 곳에 6개의 종파가 서로 경쟁하듯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었다. 로마 가톨릭, 그리스 정교, 아르메니아 정교, 에티오피아, 시리아 정교, 이집트 콥트 등이다.

 그리스 정교 신자들은 신앙심이 깊어서 인지 예수님의 돌무덤이 있다는 곳에서 그냥 기도를 넘어 예배를 드린다. 줄서기에 끝이 안 보인다. 하루 종일 줄을 서도 구경도 못 할 것이니 시리아 정교회가 소유 관리하는 똑같이 생긴 무덤 구경이나 하라는 가이드 말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 방문지였던 통곡의 벽은 비록 솔로몬 왕 때 지은 궁벽은 아니지만 예수님 공생 시절 전후에 있었던 잔해라 참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유대인들이 부서진 궁벽 잔해 위에 우뚝 솟은 검은 돔의 알악사 사원을 보며 회한의 눈물인지 통곡인지 하고 있다고 하는데 나는 왜 엉뚱하게 셰익스피어의 ‘베니스 상인’이 생각이 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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