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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1)

김영기 약손마을 원장 

올들어 어느날 저녘, 우울증으로 찾아온 환자와 대화를 나누며 치료마사지 시술을 했습니다. 미국에 온 지 20여년이 흘렀고, 갱년기에 이르러 젊은 시절 무리하게 일한 끝에 여기저기 몸이 쑤시고 아파기 시작하면서 몸이 예전같지 않다고 합니다. 당장 긴요한 것이 아니면 미뤄두고 이제까지 달려왔지만 상실감도 적지 않고, 그렇다고 마음에 차게 큰 성취감도 없다고 합니다. 그냥 손바닥 사이에서 흩어지는 모래알 같이 세월이 뭉텅 흘렀을 뿐입니다. 우울증이라고 진단을 받아서 약을 꾸준히 복용해왔지만 이렇게 늘 우울증약을 먹기는 싫다고 합니다.
 그동안 치료해왔던 여러 환자의 사례에 따라 급작스럽게 약을 끊지 말라고 당부를 했었지요. 적절한 시기까지 약 복용의 대안을 찾고, 차차 줄여 나가다보면 무리없이 벗어날 수 있습니다.

 우울증이라니요. 원래 세상살이 자체가 우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려서는 산 너머 저편에는 무엇이 있을 것 같았고 걷다보면 이를 수 있는 그 곳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청년시절에는 야망에 살았고, 견디기 힘든 첩첩산중을 이기고 넘다보면, 다가서면 성취할 수 있는 미래가 있을 것을 믿고 온갖 상흔을 가슴에 묻고 살아보았습니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들자 신기루같은 목표들이 원래 부질없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가지고 향유하던 몇 가지 재주를 내세워 약손마을을 일구고 제 앞가림을 하면서 부끄러움을 면하고 싶었습니다. 다만 여러 질병으로 지쳐 떠돌아다니던 사람이 연이 되어 찾아들면 정성을 기울이고 혼신을 다해 치유의 갈망으로 회복시켜 나가고 그렇게 회복이 되는 것을 즐거움으로 알고 이 시절을 살았습니다. 그렇게 살면서 묻어둔 회한이 생생하게 살아나면, 도대체 우울해서 견딜 수 없어서 허겁지겁 되파묻어버릴 때는 잠시라도 우울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누군들 우울함 앞에서 나는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잠시 동안의 우울함처럼, 의지에 의해 몸을 빼서 벗어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고, 환경이나 사고나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수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벗어날 수 없는 우울한 환경이 조성되면 뇌내 환경과 화학물질의 균형이 깨지고 심리적으로 이완이 되어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을 우울증이라고 합니다. 더욱 진행이 되면 신경쇠약이나 정신분열증으로 이어져 일상생활의 복귀가 힘들어지는 것이 크나큰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세요. 더러는 뭉게구름을 보고 산들바람을 느낄 것입니다. 특히 미국 동부처럼 잠시만 달리면 나타나는 공원 숲을 걸어보세요. 현세에 수십년을 살다 떠날 이 땅에서 아득한 과거에서 그대로인 자연을 걸어보세요. 견딜 수 없는 현실의 고통이 실재하는 것보다 관념이어서 허상의 바다에서 표류하고 있다는 자각이 들면 더욱 수월하게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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