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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엽 기자의 귀연일기] 짚신도 짝이 있다는데…본인들에게 맡겨야지

"아범이 좀 알아봐야지. 혼기에 접어들었는데 부모가 그렇게 손 놓고 있으면 안 돼."

얼마 전 어머니가 정색을 하고 나에게 딸의 혼사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주문했다. 딸은 올해 스물여섯 살 아들은 스물 넷인데 주변 식구들이 최근 들어 아들과 딸의 혼사 얘기를 부쩍 자주 꺼내고 있다. 아이 엄마와 나는 그저 "예 예~" 하는 정도로 받아 넘기는 형편이다.

솔직히 말하면 데이트를 하다 깨지고 또 다시 연애를 시작하곤 하는 딸과 아들을 아이 엄마와 나는 그저 재미있게 바라보는 정도이다. 결혼을 하기에는 아이들이 아직 어린 나이이기도 하거니와 사람이 꼭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일이든 결혼이든 삶 그 자체든 나는 세상의 모든 일은 자연스럽게 풀리는 게 당사자들에게 가장 이롭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공부하라고 성화를 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시골에 살게 되면서 "땅은 다 임자가 있다"는 말을 자주 접하는데 그 역시 공감하고 있다. 사람 사이의 인연이든 터 잡고 살아야 할 땅이든 다 연이 닿아야 매사가 순조롭게 이뤄지는 것 같다.



아이 엄마와 내가 혼인한지 만 25년 시쳇말로 올해는 은혼식이 있을 수 있는 해다. 아이들 혼사 얘기가 자주 나와 나의 결혼 초창기를 돌아보니 "정말 아무 것도 몰랐다"는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만 있는 줄 알던 시절이었다. 나는 결혼을 하기 무섭게 4대 열 식구가 함께 사는 집안의 허리 역할을 해야 했다. 아이 엄마로서는 시할머니부터 손 아래 시누이 둘과 시동생까지가 한 아파트에서 사는 생활이었다. 이는 다시 말해 아이 엄마에게는 나까지 포함하면 9명의 성씨 다른 사람들과 아침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함께 해야 했던 시간들이었다.

나는 2011년 가을부터 귀연이랍시고 시골에 들어와 살면서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하는 생활을 1년 반 가량하고 있다. 눈 뜨고 나면 하루 종일 얼굴을 맞대고 사는 생활을 지속하면서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가 간단치 않은 분들이라는 걸 태어나서 이제야 처음 알았다.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또한 내가 만만한 아들이나 손자가 아니라 점을 확실하게 파악한 것 같다.

피를 나눈 식구들끼리도 이럴진대 성씨도 다른 남과 함께 온종일을 살아야 한다면 어떨까. 그 스트레스를 이루 말로도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빤한 이런 사실을 25년 전 그러니까 결혼 초기에는 전혀 몰랐다.

어머니나 내 여동생들이 아이 엄마에게 결혼 초기 그다지 '적극적인 공격'을 취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 판단해보면 무의식적인 공세는 적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어머니나 내 동생들과 나는 피를 나눴음은 물론 수십 년간 좋든 싫든 손발을 맞춰 온 사람들이다. 아주 사소한 집안 일을 두고 의견이 갈렸어도 나는 아마 아이 엄마 편이 아니라 어머니나 여동생 쪽 손을 들어줬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얘기다.

딸과 아들의 혼사 얘기는 최근 어머니의 언질이 아니었더라도 불원간 우리 가족의 본격적인 화제로 떠오를 확률이 높다. 그러나 집안의 가장 큰 경사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혼인은 사업으로 치면 리스크가 상당한 비즈니스여서 나는 혼사에 대해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요즘 한국이나 미국 가릴 것 없이 하루 두세 쌍 결혼에 한 쌍 꼴로 헤어지는 형국이다. 내 스스로의 혼인을 되돌아보면 나 또한 위험한 비즈니스에 아무 것도 모르고 뛰어들었던 셈이다.

아이들이 한두 살씩 해를 더하면서 혼인 적령기로 접어들고 있지만 사람들의 짝짓기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지금도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그저 운에 맡기고 저희들 하는 대로 놔둘 수 밖에 없다는 게 현재 내 심정이고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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