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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차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로체스터대 인성·심리 조사

'화성 남자 금성 여자'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남녀를 서로 다른 행성에서 온 생물인양 성별 간의 차이를 크게 부각시킨 책 등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눈길을 끌었다.

'화성 남자 금성 여자'처럼 사회적 이목을 끌지 않더라도 남녀의 성별 차이를 크게 인식하는 현상은 일상 생활 속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예를 들면 여성은 따뜻하고 세심하며 남성은 용감하고 단호하다는 등의 고정관념도 그런 것이다.

적잖은 부부들 또한 결혼생활이 지속되면 될수록 남녀의 차이를 더 깊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남자들은 못 말려"라든가 "하여튼 여자들이란…"식의 통념에 시간이 가면 갈수록 깊이 빠져드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남녀의 차이가 고정관념이나 통념처럼 크지 않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을 필두로 한 학계에서는 남녀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검증 오해를 불식시키려는 시도까지 이뤄지고 있다.

#. 사회와 가정에서 막대한 영향력=남녀가 큰 차이가 있다는 인식은 사회와 가정에서 은연중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다. 예컨대 여자들은 수학에 약하고 이공계 분야에서 능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식의 생각은 젊은이들의 진로 선택을 좌우할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직장 내에서 업무 분담 때도 우선 성별부터 따지고 보는 예가 허다하다.

성 구분은 유용할 때가 많다. 그러나 자칫 차별로 이어질 확률 또한 높다. 남녀간의 차이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차등적 인식을 깊게 한다면 성구분은 득보다는 해가 될 수도 있다. 여자는 말할 것도 없고 남자 또한 정해진 틀 안에 가둬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들과 딸을 부모가 특정한 사고의 틀 속에서 기른다면 이는 자녀의 장래를 제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또 아내와 남편이 서로를 그것도 성 차별적인 고정관념을 갖고 대한다면 두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 남녀 성간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남녀의 차이만 현미경을 대고 확대해서 들여본다면 전체를 두루 볼 수 있는 균형감각을 잃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 신체적 차이 크지만 인성 심리 차이는 무시할 만=남녀간의 두드러진 차이는 신체적 물리적 특성들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여성보다 남성이 평균적으로 키가 큰 게 대표적이다. 성 기관의 차이나 기능 등은 말할 것도 없다. 또 남성은 보통 여성들보다 근육이 발달돼 있어 같은 덩치라도 보통 남자가 힘이 세다.

그러나 인성과 심리적 차이는 사실상 남녀가 다를 게 없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예를 들면 여성이 남의 마음을 잘 읽고 감정이입을 잘한다는 생각은 근거 없는 고정관념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학자들이 적지 않다. 인구에 회자되는 유명한 노래나 시 중에는 풍부한 감정이입을 바탕으로 한 것들이 많은데 이들의 작자가 여성이 아닌 남성인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강인한 성격은 남성의 전유물처럼 인식돼 있지만 역사상 인물들은 물론 현존 유명인사들 가운데서도 이런 성격을 가진 여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뉴욕 로체스터 대학 연구팀이 최근 1만3000여 명의 남녀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규모 조사에 따르면 남녀는 인성과 심리 면에서는 사실상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용감하고 단호함'이라는 척도로 남녀를 평가한 결과 아주 용감하고 단호한 사람들의 비중은 남성이 좀 높았으나 보통 정도로 용감하고 단호한 사람들의 비율은 남녀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남녀간에 차이가 있다고 인식되는 신체적 심리적 요소 122개를 잣대로 이용해 평가한 결과 신체적 차이는 뚜렷했지만 심리적 성격적 측면에서는 남녀 차이를 구분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요컨대 어떤 여성 혹은 남성의 성격적 심리적 특징을 나열한 뒤 "이 사람이 남자냐 혹은 여자냐"를 알아 맞춰 보라고 문제를 낸 다면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 정답을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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