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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엉뚱하게 때론 감동스럽게…안방 사로잡는 '키즈'

요즘 TV, 아이들 잔잔한 웃음·감동으로 시청자 마음 홀렸다

얼마 전 1억840만명이 시청하는 수퍼보울 게임 광고에 이목을 집중시키는 스토리가 등장했다. 아기와 동물들이 우주복을 입고 우주로부터 지구로 내려와 탄생하게 된다는 기발한 장면이었다. 이 기아자동차의 광고를 보고 미소를 짓지 않을 사람은 아마도 드물 것이다. 천진난만한 환타지 영상이 화면 가득 피어올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광고의 3B 요소 때문이다. 아기(Baby) 동물(Beast) 미녀(Beauty) 중 아기와 동물의 친근한 스토리는 시청자들의 눈을 단숨에 사로잡을 수 있었다.

요즘 대중 매체엔 '키즈'들이 대세다. 어른들이 어루만져 주지 못하는 정서를 아이들이 순수함으로 터치해 주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개봉 중인 영화 '7번방의 선물' '박수건달'에서도 아역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큐멘터리나 리얼 예능에서도 마찬가지다. 꼭 빼어난 용모의 아이들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옆집 아이같이 친근한 얼굴들이 천진난만하게 때론 기발하고 엉뚱한 상상력과 입담을 보여주면서 맹활약하고 있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아역의 꾸밈없이 자연스러운 연기와 예능에서 보이는 순수한 면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특히 잔잔한 웃음과 감동이라는 두 가지 코드를 동시에 잡아내는 게 이러한 열풍의 주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화면에 비친 아이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무장해제하게 한다. 막연히 우호적이고 선의적인 자세를 취하게도 한다. 순수한 동심 앞에선 날카로운 판단을 하거나 자극적인 재미를 추구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통한 잔잔한 감동은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게 하며 메시지는 관객이 유쾌할수록 수용적인 자세를 보이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은 쉽게 실패하지 않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최근 아역의 출현이 더욱 관심을 끌며 시청자들을 안방으로 불러모은 프로그램은 단연 '아빠 어디가'(MBC)와 '보이스 키즈'(M.net)다. 벼랑 끝에 선 '일요일 일요일밤에'를 유쾌하게 회생시킨 것은 고사리같은 아이들의 손길이었다. 그리고 가요 오디션 프로그램에 아이들까지 동원한다는 비난을 받았던 '보이스 키즈'도 케이블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온가족이 함께 즐기는 힐링 오디션이 되었다.

12월과 1월에 방영되었던 다큐 '안녕? 오케스트라'도 큰 감동을 선사한 천사들의 몸짓이었다. 세계적인 비올리스트 리차드 용재 오닐의 뜨거운 눈물을 볼 수 있었던 작은 거인들의 무대였다.

◆함께 놀기 '아빠 어디가'

예능도 이제는 리얼 시대다. 너무 리얼을 추구하다 보니 작위적인 제작과정이 드러나 문제가 되고 있지만 앞으로도 리얼 예능은 대리 만족이나 힐링의 요구가 많아지는 시청자들의 욕구 때문에 계속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아빠 어디가'는 처음엔 마치 아이들의 1박2일처럼 보였다. 정작 스타인 아빠들(성동일 송종국 윤민수 김성주 이종혁)은 들러리 같은 느낌도 있었다. 그런데 회를 거듭할수록 눈을 뗄 수 없는 즐거움을 안겨 주고 있다. 나이와 색깔이 전혀 다른 아이들과 아빠의 조합도 성공적이고 매 순간 예측할 수 없는 순수한 웃음 코드가 꽃이 핀다. 시골 마을에서 불편한 잠자리를 감수하며 적응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신선하고 아이들이기에 일어나는 돌발적인 감정 표현도 가감없이 보여진다. 자식과 부모 사이이기 때문에 상황마다 나타나는 미묘한 아빠들의 표정도 곧잘 카메라에 잡혀든다. 그래서 예사롭지 않고 흥미롭다.

울보지만 때론 의젓한 맏형 '김민국' 송종국의 딸 지아를 애타게 짝사랑하는 귀염둥이 '윤후' 무서운 아빠였던 성동일에게 점점 마음을 열어가는 '성준' 그리고 가장 아이답고 엉뚱한 매력의 이종혁 아들 '준수'. 회를 거듭할수록 이들의 성장해 가는 모습이 점점 궁금해진다.

함께 마음을 나누며 따뜻한 온정을 느끼는 것은 누구나의 소망이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아이들의 따스한 동심이 더 가까이 다가온다. 때론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려 보기도 하고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보기도 하며 때론 유쾌하고 때론 부끄럽다.

아마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아빠들도 몰랐을 것이다. 아이들 눈에 비춰진 자신들의 모습이 그렇게 투명하게 드러날 줄은. 이 세상 모든 아빠들의 자화상 같은 장면들이다.

◆미성의 선물 '보이스 키즈'

보이스 키즈는 부정적인 시선을 안고 시작됐다. 아이들까지 오디션 경쟁에 휩쓸리게 하느냐는 지적과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가족 예능으로 자리매김 했다. 동요 대신 가요를 부르는 모습은 좀 거슬리기는 했지만 그야말로 은구슬 같은 아이들의 목소리는 마음을 청정하게 씻어주었다.

어린이 보컬리스트들은 생각보다 상당한 수준이었다.성량이나 음정 박자에서도 타고난 재능을 뽐내며 듣는 귀를 의심케 했다. 무엇보다 청아한 미성의 릴레이는 보는 내내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보이스 키즈는 아이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여성 움악 감독을 기용하고 프로그램 구성 곳곳에 경쟁이기 보다는 축제의 장면으로 연출했다. 자극적인 소재와 편집 억지스러운 사연 없이 아이들의 재능을 볼 수 있어서 더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천사의 합주 - 안녕 오케스트라

자녀를 둔 이민자라면 꼭 보아야 할 다큐 프로그램이다. 물론 한국의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다큐멘터리이지만 한 나라에서 마이너리티로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힘겨움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안녕? 오케스트라'는 대체로 가정 환경이 어려운 이아들을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선발하여 여러 음악 선생님들의 재능 기부로 진행됐다. 지휘자로는 비올리스트 리차드 용재 오닐이 참여했다. 리차드는 전쟁 고아로 미국에 입양된 지적 장애인을 엄마로 두었다. 누구보다도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고통 받았던 인물이다. 리차드는 선의의 마음으로 이 프로그램에 참가했지만 아이들로 인해 상처의 치유를 받은 것은 바로 그였다.

악기 한 번 다뤄본 적 없는 아이들이 1년 만에 무대에 서게 되었고 그들 음악회의 주제는 '자장가'였다. 힘든 엄마들을 위해 자장가를 들려주고 싶다는 감동적인 마음이 녹아있었다. 스물 네명의 아이들은 이 프로젝트로 웃음과 자신감을 찾게 되었다. 콩고 난민의 엄마를 두었지만 한국에서 나고 자란 다니엘은 까만 얼굴 때문에 놀림을 받을 때마다 자신이 왜 한국인이 아니냐고 떼를 썼지만 이제는 의젓한 비올리스트가 되었다.

아이들이 밝은 얼굴로 무대에서 연주할 때 정작 뜨거운 눈물을 흘린 것은 객석의 수많은 '주류'란 이름의 한국인들이었다.

이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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