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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의 '사건으로 본 이민생활 24시'] <37> 출장재판 덕에 추방 모면한 청년

6개월 입원해 기소유예 파격 판결

법원이 출장해서 재판을 하는 경우가 있다. 경찰에 체포된 피의자가 사고에 따른 부상이나 질병 때문에 병원에 입원해 있는 관계로 법원에 출정할 수 없을 경우 해당 피의자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재판부가 출장을 나가 재판을 한다.

이럴 경우 재판에 필요한 모든 인원이 당연히 입회해야 하므로 판사를 비롯해 검사ㆍ변호사ㆍ속기사 그리고 필요한 경우 통역관까지 동반하는 큰 집단이 병원의 입원실로 찾아가 법원에서 하는 것과 같은 절차로 재판을 진행한다.

지난 2009년의 일이다. 절도 혐의로 체포된 한인 청년이 범행 중 발생한 사고 때문에 중상을 입어 입원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됐다. 이 청년은 절도할 목적으로 한인이 거주하는 아파트 4층에 침입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불법체류자였던 이 청년은 그러나 법원의 출장재판 덕분에 추방을 모면한 사례다.

청년이 체포된 뒤 변호사에게 털어 놓은 범행 당시의 상황에 따르면 청년이 돈을 찾느라 뒤지고 있는 와중에 주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꼼짝없이 들키게 된 청년은 도망갈 길이 없어 베란다를 통해 아래로 뛰어 내렸는데, 2층 높이의 주차장 건물 지붕 위에 떨어져 목숨은 건졌다. 그러나 양쪽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게 됐고, 경찰의 감독 아래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청년은 병실로 찾아 온 재판부에 "아파트의 주인이 많은 현금을 집 안에 쌓아두고 있을 것으로 알고 이를 훔치려고 침입했고, 미국의 거주 신분은 불법체류자"라고 자백했다.

판사는 이 청년이 절도 현행범이므로 많은 금액의 보석금을 책정했고, 보석금을 지불하지 못한 피의자는 부상 덕분으로 형무소가 아닌 병원에서 다음 재판을 기다리게 됐다. 만약 이 청년이 부상을 입지 않아 교도소에 수감됐다면, 이민국의 신원조회를 통해 불법 체류 신분이 들통나고, 재판이 끝나면 이민국으로 신병이 넘어가게 돼 있었다.

이 청년의 부상이 워낙 심해서 병원에 입원한지 무려 6개월이 지나서야 휠체어에 앉아 처음으로 법원에 출정하게 됐다. 처음 출정한 재판에서 검찰은 변호사도 깜짝 놀라는 구형을 했다. 피의자의 심한 부상을 참작한 것인지 검찰은 변호사가 형량협상 과정에서 요구했던 경범죄 처벌보다 더 낮은 ACD라는 6개월 기한부 기소유예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결국 이 청년은 범죄를 저질렀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부상 때문에 추방을 모면함은 물론 엄격한 형사법적 처벌까지도 피하게 된 것이다. 아주 이례적인 경우다.


퀸즈형사법원 한국어 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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