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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파티 브랜드' 한국영화 발전에 보탬됐으면"

선댄스 영화제 '셰프댄스' 설립자 미미 김

최정상 셰프 초대해 코스요리
세계 영화인 함께 모인 파티
남편과 함께 10년째 주최
유타주 바깥 세계로 확대 꿈


유타주 파크 시티. 스키 리조트 몇 군데 말고는 사방으로 눈 덮인 산이 전부인 곳이다. 하지만 이 조용한 도시도 매년 선댄스 필름 페스티벌이 열릴때면 화려하게 변신한다. 서너블록 길이의 자그마한 번화가 메인 스트리트는 그 가운데서도 핵심이다. 세계적 영화배우들이 맨 얼굴에 두터운 점퍼 차림으로 이 거리를 누비고 매일 밤낮으로 거리 곳곳의 레스토랑에서 수십 개의 파티가 열린다. 하지만 이 거리를 누비는 모두가 진짜 참석하고 싶어하는 '특A급' 파티는 단 하나다. '셰프댄스(Chefdance)'. 한인 사업가 미미 김과 남편 케니 그리스월드가 10년째 주최하고 있는 그야말로 선댄스에서 가장 '핫'한 이벤트다.

'셰프댄스'의 콘셉트는 '최고의 만남'이다. 영화제 기간 중 5일간 5명의 최정상급 스타 셰프를 초대해 날마다 다른 최고급 코스 요리를 서빙한다. 매일밤 250명만 초대받을 수 있다. 배우 뮤지션 작가 감독 제작자 영화사 중역 투자사 대표 글로벌 기업 간부들이 엄선돼 '셰프댄스'의 테이블에 앉는다. 돈은 한 푼도 낼 필요가 없다. 비용은'셰프댄스'를 후원하겠다고 줄을 선 스폰서들이 지불한다. 올해 역시 글로벌 식품기업인 모닝스타팜이 타이틀 스폰서로 붙은 것을 비롯해 체이스 은행 소더비 위시 클라우드 레드 터치 미디어 등이 '셰프댄스'에 돈을 댔다. 5일간의 파티를 위한 약 50만 달러의 예산이 전부 이들 스폰서를 통해 충당됐다.

모든 것은 꼭 10년 전 '내가 사랑하는 선댄스를 더 멋지게 즐기고 싶다'는 미미 김의 바람에서 시작됐다. 선댄스에 올 때마다 여기저기 파티장을 전전하며 핑거푸드만 먹는 게 피곤했다. "이럴 거면 내가 나서 근사한 파티를 열겠다"며 일을 벌렸다.



처음엔 60명만 초대해 집에서 파티를 열었다. 모든 비용도 다 직접 냈다. 근사한 파티 한 번 한 것으로 만족하려 했다. 그런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감사 이메일이 쏟아졌고 초대받지 못했던 사람들이 '섭섭하다'며 '다음엔 꼭 초대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미미 김의 '촉'이 발동했다. 컬럼비아 대학을 거쳐 월스트리트의 골드먼 삭스 리먼 브라더스 메릴린치 등에서 활약하고 벤처 캐피털까지 직접 운영해 온 그녀의 비즈니스 감각에 시동이 걸렸다. 본격적으로 '셰프댄스'를 선댄스의 대표 이벤트로 만들기 위해 일을 키웠다.

좀 더 많은 사람을 부르기 위해 위치도 부부가 소유하고 있는 '파크 시티 라이브'로 옮겼다. 라운지와 레스토랑 공연장이 겸비된 복합 엔터테인먼트 컴플렉스다.

미미 김은 모든 것을 직접 관리했다. "내 '퍼스털 터치'가 있어야만 사람들에게 더 좋은 이벤트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고집 때문이다. 뉴욕에서 자란 미식가였던지라 매년 5명의 셰프도 직접 골랐다. 미국 최고의 꽃미남 셰프로 꼽히는 타일러 플로런스 데이브 리버먼 보 맥밀런 등이 '셰프댄스'를 거쳐갔다. 올해도 '마스터 셰프' 대회의 우승자 위트니 밀러 '톱 셰프' '아이언 셰프' 등의 TV프로그램을 통해 유명세를 탄 마르셀 비뉴롱 등이 하루씩 '셰프댄스'를 책임졌다.

게스트 리스트도 미미 김이 모두 직접 관리한다. 매일 밤 그해 선댄스에 출품된 작품 중 한두편을 골라 관계자들을 초청했다. 오래전부터 쌓아온 할리우드 인맥으로 영화사와 방송사 중역도 불렀다. 평소 영화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후원사 관계자들과 전문 투자가들도 초대 대상이다. 가까운 배우나 뮤지션들은 언제나 웰컴이다. 그간 로버트 레드포드를 비롯해 피어스 브로스넌 케이트 보스워스 애쉬턴 커처 스팅 50센츠LMFAO 등이 '셰프댄스'를 방문했다. 올해도 배우 옥타비아 스펜서 주노 템플 패리스 힐튼 뮤지션 케니 로긴스 그룹 '너바나'와 '푸 파이터' 출신의 데이브 그롤 등이 '셰프댄스'를 빛냈다. 미미 김은 이들을 적절히 섞어 각 테이블에 앉히는 데도 각별한 신경을 쏟는다. '셰프댄스'의 밤이 이들의 미래를 바꾸는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2~3시간 앉아서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도록 배려합니다. 배우가 감독을 만나고 작가가 프로듀서를 만나고 제작자가 투자자를 만나 다음 작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여야 더 큰 의미가 있으니까요."

실제로 '비즈니스가 일어나는 자리'다 보니 게스트 리스트는 갈수록 화려해지고 언론의 주목도 더 많이 받게 됐다. 그만큼 '셰프댄스'에 오고 싶어하는 셰프들의 물밑경쟁도 치열해지고 줄을 대려는 스폰서들도 늘어만 가고 있다.

그렇다고 분위기가 경직되고 엄숙한 것은 절대 아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점퍼에 배낭 차림이다. 누구도 격식을 차리지 않는다. 코스 요리 전후로는 마음껏 술을 마시고 음악에 몸을 싣는 왁자지껄한 파티도 준비돼 있다. 분위기를 타면 미미 김이 직접 DJ 부스에 올라 음악을 틀기도 한다. 젊음과 열정의 '선댄스 스피릿'은 '셰프댄스'에서도 그대로 살아있다.

2013년은 미미 김의 결혼 10주년이자 '셰프댄스' 런칭 10주년인 해다. 미미 김은 "이제는 때가 됐다"고 말한다. 그 동안은 세 아이(4살 7살 9살)를 낳아 키우느라 샘솟는 아이디어와 뻗치는 열정을 조금 자제시켜왔던 터란다.

올해부터 그녀는 '셰프댄스'를 유타주 바깥 세계로 확장시켜 나갈 계획이다. 3월에는 영국에서 열리는 '선댄스 필름 페스티벌 런던'에서 똑같은 형식의 '셰프댄스'를 진행해 볼 예정이다. 9월에는 토론토 필름 페스티벌에도 '셰프댄스'를 들고 가보려 한다. 10월에는 부산 영화제까지 '셰프댄스'의 판을 넓혀 보겠다는 포부도 세웠다.

"10년 동안 선댄스와 함께 하다 보니 높아진 한국영화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나이가 들어갈수록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도 커지고 있죠. 제가 쌓아온 인맥과 노하우 '셰프댄스'의 브랜드로 한국영화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더 큰 기쁨도 없을 듯 합니다."

파크 시티=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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