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돈의 '사건으로 본 이민생활 24시'] <36> 검찰의 형량 협상
재판 요구했다 오히려 심한 처벌
이 협상에 동의하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대배심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재판을 끝낼 수도 있다. 그러나 피의자 입장에서는 공정한 재판을 받기 위해 협상을 거부하고 정식 재판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무조건 검찰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어떤 경우는 낮은 수위의 처벌을 받는 대신 기소는 피할 수도 있다.
일부 한인들의 사례를 보며 어떤 결정이 현명한 선택인지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한 40대 초반의 남성이 남의 아파트 창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가택침입 절도 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다. 그는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불법체류 신분이 이민국에 알려져 신병인수 통보가 첨부됐다. 피의자의 설명으로는 친구의 집으로 잘못 알고 들어갔다는 것이었지만, 친구의 집에 굳이 왜 창문을 통해 들어가려고 했느냐는 질문에는 적절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검찰은 이 남성에게 3급 중절도 혐의를 시인하면 2년 징역형을 구형 할 것이고, 만약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배심으로 사건을 보내 2급 중절도 혐의로 기소하겠다고 통보했다. 2급 중절도는 유죄로 판결나면 최소 3년 6개월에서 최고 15년의 징역형에 해당하는 죄목이다.
그러나 이 남성은 검찰의 형량 협상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대배심을 거쳐 정식 재판을 받겠다고 요구했다. 이에 검찰은 2년 징역형 대신 1년으로 구형하겠다고 더 좋은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이 남성은 끝까지 재판을 요구했다. 결국 이 남성은 대배심에서 2급 중절도 혐의가 인정돼 기소됐고, 형을 마친 후 강제추방 조치까지 받게 됐다.
또 다른 사례는 술집에서 폭행을 한 혐의로 체포돼 온 2명의 조선족 동포 청년 이야기다. 폭행 사건은 검찰이 피해자의 진술서를 제시하지 못하면 증거가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검찰은 폭행 사건의 경우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협상으로 재판을 끝내기를 시도한다.
이 두 청년의 사건도 처음엔 피해자의 진술서가 없어 검찰이 폭행죄 대신 형사범죄가 되지 않는 규정 위반급 혐의로 처리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조건에 유죄를 시인하면 15일간의 봉사활동을 해야 했다. 그러나 청년들은 봉사활동 기간이 너무 길다며 이를 거부했다. 그런데 이들로부터 맞았다고 고발한 피해자가 병원의 치료 기록과 피해자 진술서를 검찰에 제출하고 말았다. 증거를 손에 쥔 검찰은 15일간의 봉사활동 조건을 철회하고 경찰이 입건할때 적용한 중폭행 혐의로 대배심에 보내 기소하겠다고 법원에 통고하고 말았다. 불법체류자였던 두 청년은 결국 15일 봉사보다 엄한 처벌을 받았고, 추방재판에 회부되고 말았다.
퀸즈형사법원 한국어 통역관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