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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청년들에겐 언니요 누나 같은 마냥 포근한 품

전문간호사 홍지영 사모

본지는 창간 이래 토론토 한인 사회의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어 왔다. 새해에도 계속해서 우리 주변에 숨겨져 있는 더욱 많은 선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을 찾아 그들의 삶속에 피어나는 향기를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눌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며 흰 눈과 같이 하얀 느낌의 맑고 환한, 그러면서도 삶에의 뜨거운 열정을 발산하며 살아가는 한 사람이 있어 소개한다. 때로는 갈 바를 알지 못해 당황스럽기도 한 인생사를 오직 믿음으로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며 매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그런 사람이다.

◇여행으로 온 캐나다에서 간호사가 되다

홍지영(40)씨는 2001년 여행객으로 캐나다 땅을 밟았다. 교육미디어 관련 직장에 다니던 홍씨는 머리도 쉴겸 그동안 계획만 하다가 이루지 못했던 여행을 실행에 옮기기로 결정했다. 왠지 자꾸 캐나다에 가고 싶어졌다. 당시 캐나다 이민 및 유학 붐이 일고 있었기는 했지만 그렇게까지 멀리 여행을 하려고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캐나다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강렬해져 당황스러웠다. 기도를 하려고 눈을 감으면 난데없이 캐나다 여행 생각만 떠올랐다. 평소에 드는 생각에 이젠 기도할 때마다 떠오르는 캐나다. 마침내 홍씨는 ‘가 보자’는 결심을 하고 토론토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토론토에 도착한 홍씨. 우선 노스욕에 거주하는 친구집에 머물렀다. 시간을 여유있게 마련해 떠나온 여행인지라 시간에 그다지 쫒기지 않으며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매주 주일이면 친구가 출석하는 교회에 함께 나가 예배를 드렸다. 자연스레 그 교회 청년부 활동에 참여하며 친구들도 생겼다. 한달 두달 지나면서 주변의 권유로 이곳에서 새로운 공부를 해 봐야겠다는 도전의식이 생겼다. 특히 예배를 통해 선교에 도전을 받으면서 선교사로서의 삶을 구체적으로 꿈꾸게 됐다.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눈 끝에 간호사가 되어 의료 도움이 필요한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곳에 가 선교사로서 살아갈 꿈을 꾸며 2002년 욕대학 간호학과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여행객에서 유학생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비전이 분명하고 인생의 목표를 세웠던 그녀는 맹렬히 공부한 모양이다. 주변 지인들이 전하는 그녀의 학교성적은 늘 에이 플러스. 결국 여행객으로 왔다가 유학생으로 변신한 홍씨는 캐네디안 학생들을 모두 뒤로하고 일등으로 졸업, 캐나다 정부가 인정하는 간호사가 됐다.

◇하나님이 중매하신 결혼

남들과 다르지 않은 평이한 삶을 살아온 홍씨에게 캐나다는 인생의 굵직한 결정들을 선물로 안겨주면서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인생으로 인도했다. 한국에서는 생각지도 않고 있던 결혼을 하게 된 것. 그것도 감히 하나님의 중매라고 고백할 수 밖에 없는 결혼이었다. 친구를 따라 매주 참석한 노스욕에 위치한 교회에 홍씨에 이어 새로운 교회 식구가 된 청년이 있었다. 바로 청년 전도사가 교회에 부임한 것. 청년부에서 자연스레 함께 모이게 되며 안면이 익숙해져 갈 무렵 홍씨는 아프가니스탄으로 단기선교를 떠나게 됐다. 당시 청년부에서는 둘씩 기도짝을 지어 서로 기도제목을 나누고 기도를 부탁하는데 우연히(?) 홍씨와 청년 전도사가 서로를 위해 기도해 주는 기도짝이 됐다. 선교를 떠나기 전부터 서로의 기도제목을 나누고 기도해 주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기도나눔.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더욱 깊이 알게 되는 나눔이 됐고 서로에 대한 마음이 깊어갔다. 싹트는 사랑속에 인생을 함께 걸어갈 동반자로서의 청혼을 받으며 홍씨 안에는 다른 고민이 깊어갔다. 목회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청년 전도사와의 결혼은 ‘목회자 사모’로서의 자신의 인생을 결정하는 일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목회자 사모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에게 보다도 하나님 앞에서 너무나 부끄럽고 죄송했다. 자신이 살아온 삶은 목회자 사모로서는 전혀 준비되지 않은 삶이라고 생각됐다. 하나님 앞에 엎드렸다. ‘주님, 저는 자격이 없습니다. 저는 자격이 없습니다. 저는 너무나 부족하고 부끄러운 자입니다.’ 그런데 기도할 때 마다 그 많은 성경구절들 중 단 한가지 이야기만 떠올랐다. 베드로가 이방인 고넬료의 청함을 받기 전 지붕 위에서 기도할 때 비몽사몽간에 하나님께서 부정한 동물들을 바구니에 내려 주시며 하신 말씀 ‘잡아 먹으라, 내가 정하다 한 것을 네가 부정하다 하지 말라’. 하나님께서는 자격이 없다고 너무나도 부끄럽다고 고백하는 홍씨에게 성경속 이야기를 통해 ‘내가 정하다고 한 너에 대해 네 스스로 부정하다고 하지 말라’고 분명히 말씀해 주셨던 것이다. 하나님은 캐나다에서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는 청년 전도사와 태평양을 건너 온 홍씨 사이에 멋진 중매를 서셨다. 아마도 이미 정하셔서 홍씨를 굳이 캐나다로 옮겨오게 하신 것이 아닐까?

◇임신한 상태로 종합병원 간호사가 되다 – 정직함이 엮어준 기회

청년 전도사와의 결혼은 선교사로서의 개인의 꿈을 일단 접는 계기가 됐다. 갑자기 빨라지고 다양해진 인생의 속도 속에 공부하랴 결혼하랴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욕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특별 실습코스를 밟고 있던 중에 첫아이가 생겼다. 계속 학업중인 남편 뒷바라지를 위해서라도 일자리를 구해야만 하는 긴박한 상황이었지만 둘러싼 모든 여건은 불가능해 보이는 방향으로만 흘러갔다. 임신 7개월에 유학생 신분으로서 고용하는 고용주가 워킹 허가를 위해 협조해 주어야 워킹 비자를 받아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막 실습코스를 마친지라 정식 온주 간호사 자격증은 몇개월이 있어야 발부되게 되어 손에 쥔 것은 임시 자격증 뿐이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취업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오로지 하나님만 의지하며 용기를 냈다. 미시사가에 위치한 트릴리엄 종합병원에 원서를 내고 인터뷰를 했다. 옷 때문에 별로 임신한 티가 나지 않아서인지 인터뷰를 하는 병원측에서는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다. 또 공식적인 인터뷰 내용에 굳이 임신 상황을 밝힐 아무런 제한이나 지시사항도 없었고 너무나 긴장한 탓에 묻는 질문에 최선을 다한 대답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병원측은 바로 다음주부터 근무할 것을 제안했다. 여러가지 캐나다 거주 상황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병원측은 채용을 결정한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내 마음이 걸렸다. 3개월 후면 출산휴가를 떠나야 하는데 이를 알지 못하고 고용한 병원 입장에서는 얼마나 난처한 일일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자 마자 인터뷰를 했던 병원측에 전화를 했다. 그리고 정직하게 이야기했다. 아까는 미처 기회가 없어 말을 못했는데 나는 현재 임신 7개월이고 3개월 후면 출산휴가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고. 그러니 만일 이같은 상황이 문제가 된다면 지금이라도 고용결정을 취소해도 좋다고. 잠시 침묵의 순간이 지나자 인터뷰를 했던 병원 인사과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말 하지 않아도 됐을텐데 말해 준 너의 정직함을 높이 산다. 편안한 마음으로 출산을 하고 출근하라. 이미 고용은 결정됐고 출근을 출산 후로 보류시키도록 하겠다.’ 홍사모는 지금도 그때 일어났던 모든 상황은 하나님께서 간섭하지 않으셨다면 일어날 수 없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간증한다. 이렇게 해서 홍사모는 2007년 유학생신분으로 임신7개월의 몸으로 온주에서 가장 큰 종합병원 중 하나인 트릴리엄 종합병원의 간호사가 됐다.

◇밥푸는 사모로, 종합병원 간호사로…

시간이 흘러흘러 홍사모의 남편은 목사 안수를 받고 청년부를 담당하는 부목사로서 왕성하게 사역하고 있다. 홍사모는 계속해서 트릴리엄 종합병원의 정형외과 전문 간호사로서 3교대의 피곤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편의 사역을 도우며 두 딸의 엄마 역할을 넉넉히 소화해내고 있다. 시원스런 웃음으로 외로운 유학생 청년들과 이민세대 한어권 청년들을 언니같이 누나같이 품어주는 홍사모는 늘 그들을 챙겨 먹이느라 밥을 푸고 삼겹살을 굽는다. 다소곳한 여성스러움 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홍사모의 열정은 지쳐있는 옆사람에게 새로운 생명과 힘을 공급한다. 자신이 소원하던 선교사의 꿈이 잠시 멀어진 듯 해 아쉬움으로 기도할 때면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일이 작은 일이냐?’고 물으시는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 하다며 웃는 홍사모는 오늘도 하나님의 손에 이끌리어 한걸음 한걸음 최선을 다해 인생을 걸어가고 있다.

일인 다역을 기쁨으로 감당하며 하나님과 동행하는 그녀의 삶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묵묵히 믿음으로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이 향기롭다.


이안나 기자 anna@ck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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