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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정말 이랬으면 좋겠네

한인들의 새 소망, “모두가 잘 되는 것”

계사년 뱀띠해 새해가 밝았다. 저무는 한해를 떠나보낸게 바로 엊그젠데 어느새 새벽녘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여명이 성큼 다가왔다. 저무는 한해를 회상하고 떠나보낼 틈도 없었는데 또다시 떠오른 태양을 맞이한다. 일년지계는 재어춘(一年之計 在於春)이라고 했던가. 새로운 계획과 각오를 다지게 된다. 어렵지 않은 때가 없었겠지만 지난 한해는 특히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여파로 많은 한인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새해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항상 희망에 부풀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뱀처럼 지혜로와지길 바라고 있다. 새해에는 막힌 것이 뚫리고 굽은 것이 활짝 펴지는 그런 삶이 전개되었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여기에 GTA 한인들의 새해 바램이 담긴 목소리를 들어본다.

본보는 GTA 거주 한인 120명을 무작위 추출해 “한인들이 새해에는 이랬으면 좋겠네”라는 주제로 전화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12월 17일~21일/응답률 70%).

전체 새해 소망 분야

한인들은 경제(28%)를 가장 중요한 새해 소망 과제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먹고사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건 없을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사회적 갈등의 기저에는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희구하는 욕구의 좌절감이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따뜻한 집에서 온가족이 오손도손 모여 웃음꽃을 피우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돈’이 없으면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될 수 밖에 없기에 경제는 항상 새해 소망의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개인적인 관심사(25%)를 꼽았다. 개인적인 관심사가 무언지 세부적으로 말하면 본인과 가족의 건강, 가족간 화합과 마음의 평화, 취미와 보람있는 종교생활 등 개인의 사회성과 성취감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슬로우의 ‘인간욕구 5단계설’(Need hierarchy theory) 중 소속감과 애정, 존경 그리고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기초적인 단계에 해당하는 먹고사는 생리적 욕구도 해결하지 못해 쩔쩔 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무슨 자아실현 욕구가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라고 해서 의미있고 아름다운 삶에 대한 욕구가 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생활의 여유가 없기 때문에 더욱 더 갈망이 깊어진다고 보면 틀림없을 것이다. 교육(15%)과 사회(13%)문제는 캐나다에 거주하는 한인들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왕따방지법(Bill 13)에 의한 동성애 교육 실시라던가 캐나다 사회의 안정된 시스템에 오기 시작한 혼란스러움이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비단 한인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기에 비상한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가뜩이나 언어장벽과 문화차이로 1.5~2세와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인들이라면 교육 및 사회문제가 특별히 중요한 이슈로 다가오게 된다.



한인 사회에 바라는 점

거대한 땅 캐나다에는 왠만한 작은 나라 크기의 거대한 호수(great lake)가 있고 그 호수 안에 수많은 섬들이 떠 있다. 그 섬안에 또 작은 호수가 몇개 있고 그 작은 호수 안에 조그만 섬이 있는 풍경이 전개된다. 한인사회는 캐나다라는 거대한 호수에 떠 있는 섬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 섬안에서만 사는 많은 수의 한인들은 저마다 흩어져 있는 섬 안의 호수 안의 작은 섬과 같이 고독하게 유리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인들이 한인 공동체(community)에 가장 바라는 점은 ‘화합’(51%)을 으뜸으로 꼽았다. 한인들은 좁은 한인 공동체 안에서 서로 헐뜯고 싸우는 모습을 그만 보기를 원했다. 각종 단체장 선거때나 재외국민 선거때면 편이 갈라지고 원수 대하는 하는 풍토가 없어지기를 바랬다. 공동체 안에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이미 주류 사회의 주축 멤버로 자리잡은 유태계나 중국계 커뮤니티를 비롯한 타민족 공동체를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한인사회 공동체는 이익사회(Gesellschaft)가 아닌 진정한 공동사회(Gemeinschaft)의 정신을 공유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화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협력(23%)이 뒤따라야 할 것이며 상생의 원리를 추구하다 보면 한인 경제 자체의 경기활성화(16%)에 대한 소망도 실타래가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 분야는 이랬으면 좋겠는데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후폭풍은 캐나다라고 피해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미국 동부 연안을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만들며 지나간 허리케인 샌디가 캐나다를 할퀴고 지나간 흔적은 간담이 서늘해지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유럽 국가채무 위기(debt crisis)와 미국 재정절벽(fiscal cliff) 문제가 깊이 파놓은 경기 침체의 늪은 경제적 몸집이 작은 캐나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기침체의 여파와 캐나다달러(루니화)의 강세 기조로 한인 이민자와 유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한인소비자에 의존도가 높은 업종을 영위하는 한인업자들의 등은 새우처럼 휘어진지 오래다. 한인들이 두손모아 희구하는 새해 소망은 단연 경기활성화(69%)로 집약되고 있다. 캐나다 전체의 경제가 살아나야 경제의 마지막 단계인 3차 소비산업에 집중되어 있는 자영업 위주의 한인 경제도 체력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취업(23%) 문제다. 자기자본을 투입해 자영업을 영위하는 한인들을 제외한 여타 한인들은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데 취업의 문턱이 너무나 높을 뿐만 아니라 겨우 시급 허드레 일에 취업이 된다 하더라고 저임금에 시달리다 보니 생활고에 허덕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취업하고 싶어도 고용주의 수요가 없어 들어갈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집에서 빈둥거릴 수 밖에 없는 비자발적 실업(involuntary unemployment) 문제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1.5~2세에게도 발생하는 심각한 문제이기도 하다. 세금감소(8%)는 자산 소득자나 급여 소득자나 예외없이 희망하는 항목이지만 이는 캐나다 자체의 사회보장 체계와 맞물려 있어 정책적인 사안으로 미뤄놓아야 할 것이다.

교육 분야는 이랬으면 좋겠는데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듯이 한인들은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자녀 교육에 열성을 보이고 있다. 맹모삼천지교는 저리갈 정도로 치맛바람이 심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뜨거운 교육열로 인해 오늘의 선진국 한국을 이끌어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한인들은 캐나다 교육제도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학생지도(43%)를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꼽고 있는 한인들은 주류사회에 자녀들이 진입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질 좋은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은 한인들에게는 학비(29%)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짐으로 여겨지고 있다. 교사파업(28%) 문제는 학생들이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제때에 취득하지 못하는 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기에 한인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사회 분야는 이랬으면 좋겠는데

한인들은 그동안 캐나다가 사회안전망이 가장 발달한 사회로 자랑스럽게 여겼었지만 작금의 여러가지 혼란스러운 사회경제적 사건들을 접하면서 캐나다도 결코 요람에서 무덤까지 개인의 생활과 안전를 지켜줄 수 있는 나라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해에는 국가 지도자들과 정치인들이 지혜를 짜내 좀더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안정(67%)에 무게를 두기를 소망하고 있다. 한편 구세군 장난감 창고 내부 도둑질과 공무원 뇌물 사건 같은 사회적 비리가 심심치 않게 터지는 것을 목도하면서 캐나다가 건국 초기의 도덕성(18%)을 회복할 수 있도록 강력한 시스템 구축을 소망하고 있다.

우리의 소망

60년만에 찾아오는 흑룡의 해라고 꿈에 부풀었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해가 바뀌었다. 뱀처럼 지혜로운 삶을 새해에는 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인생의 기쁨을 찾았는가?”,“너의 인생이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했는가?”라는 영화 버킷리스트의 대사처럼 새해에는 한인사회의 소외되고 그늘진 이웃들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품고 함께 즐거워하며 함께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


조성진 기자 jean@cktimes.net / 현정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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