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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깨달음]인연이야기

조태형 교무 / 원불교 버클리 교당

세상에 많고 많은 사람들 가운데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아주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또 그 가운데서도 대부분의 경우 보다 가까운 관계를 맺고 살아가게 되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할 뿐이다. 때로 이렇게 세상에 많은 사람들 가운데 어떻게 해서 이렇게 함께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또 함께 일을 하며 가족이나 친구 또는 동료로 만나 살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참으로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이렇게 가까운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은 얼마나 오랜 생을 거치면서 깊어진 인연일지 내 소견으로는 짐작도 되지 않는다. 인연이라고 하면 흔히들 운명이라는 생각도 함께 떠올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에는 인연을 영어로 번역할 때에 Fate나 Destiny로 번역하는 것을 보기도 하는데 그것이 인연을 제대로 번역한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인연이라고 했을 때에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이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견우와 직녀와 같은 운명적인 만남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런 운명적인 만남이 어디 소설이나 설화에만 있겠는가. 사실 우리들 한사람 한사람의 살아온 삶의 궤적을 짚어보면 그 모든 만남이 운명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것이 좋은 인연이든 안좋은 인연이든 우리가 전생에 지어놓은 그 인연들은 아무리 만나기 싫어도 또 만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짓지 않은 인연은 만나 볼래야 억지로 볼 수 없는 것은 누구도 어찌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며 만나게 되는 그 인연은 어찌할 수 없다하더라도 그렇다고 운명론 처럼 모든 것이 이미 정해져있는 것은 아니다. 마치 끝이 정해지지 않은 열린 결말을 가진 드라마처럼 우리들이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안좋은 인연도 좋게 돌릴 수도 있고 또는 좋은 인연은 더욱 좋은 인연으로 길이 남도록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범부 중생들은 이러한 인연들을 만나게 되었을 때에 전생의 습관과 욕심에 끌려서 상대를 대하게 되므로 좋은 인연도 안좋게 끝을 맺게 되고 안좋은 인연은 더욱 원수로 여기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습관과 욕심의 무게란 것은 마음을 닦지 않은 일반인의 경우 좀처럼 감당해 내기 어려운 것이기에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인연을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이러한 과정을 그저 어쩔 수 없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바로 여기에 범부 중생과 부처님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부처님이라고 하더라도 전생에 지어놓은 인연을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부처님이라 하더라도 어찌 좋은 인연만 있겠는가.

깨닫지 못했던 전생의 어리석음과 욕심으로 짓게 된 안좋은 인연들도 있을 것이고 그러한 인연들을 안볼래야 안볼 수가 없는 것은 부처님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지만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닦을 줄 아는 공부인들은 그러한 인연을 만나게 되더라도 불같이 일어나는 욕심와 전생의 습관에 끌리지 않고 자비의 마음으로 대하게 되므로 서로 미워하고 상처주는 인연의 고리를 끊어내고 상생의 좋은 법연 함께 공부하는 인연으로 돌릴 수가 있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복 중에 인연복이 제일 귀중하다고 하셨다. 세세생생 윤회하며 살아가는 가운데 혹 내가 자력을 갖추지 못하고 방황하게 되더라도 좋은 인연을 많이 지은 사람은 그 인연복으로 인해 다시금 바른 길로 걸어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니 그러한 점에서 인연복이 모든 복의 뿌리가 되는 까닭이다. 새해에는 지어 놓은 인연복을 까먹기 보다 마음공부로 인연복을 장만하는 공부인들이 더욱 많아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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