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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인생의 향기' 그 한 잔에 오늘을 담는다

기품·여유의 미학 '커피 로드'를 따라서

◆커피는 문화를 담는다

커피는 분명 외래의 산물이지만, 한국인의 생활상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많이 가지고 있다. 그 만큼 소소한 생활까지 파고드는 진한 매력이 있다. 한국에 커피가 일상화된 것은 한국 전쟁기에 미군이 들여온 가루 커피에서 시작됐고 소위 ‘다방커피’로 정착된 것이다. 외식 문화가 낯선 시대에도 도시 골목마다, 시골 읍내마다 다방은 있었고, 대표 메뉴는 단연 ‘커피’였다. 커피 한 스푼, 크림 2스푼, 설탕 3스푼이라는 다방 커피의 공식 레시피가 있을 만큼 서민들이 즐겨찾는 기호 음료였다. 이른 아침에는 진한 커피에 달걀 노른자를 동동 띄워주는 ‘모닝 커피’가 인기였다. 먹거리가 시원찮았던 때라 커피 안에 녹아든 달걀 노른자는 단백질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커피가 있는 곳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여 ‘커피 한 잔 하실래요?’라는 작업 멘트의 대명사도 등장했다. ‘커피 한 잔 시켜놓고~~’는 기다림, ‘커피나 한 잔 하자’는 만남을 나타낸다. 그래서 커피는 작은 잔 속에 소박한 소통을 담아낸다.

한국인은 유난히도 ‘커피믹스’로 통하는 인스턴트 커피를 좋아한다. 1970년대에 등장한 커피믹스는 자판기를 통해 더욱 확산돼 커피 시장을 70% 이상 점령했다. 마트에서 가장 잘 나가는 상품도 단연 커피믹스다. 어떤 커피 전문가는 말한다. “도무지 질을 알 수 없는 자판기 커피를 왜 선호하는가” 그런 냉철한 지적에도 그 수요는 크게 줄지않는다. 원두 커피 문화인 미국에서도 한인 마켓엔 인스턴트 커피가 필수 품목이다. 한국의 국가 경제 발전 뒤에는 자판기 커피의 공로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고단한 땀방울을 뿌리는 일터에서 피곤함을 잊게 해 주는 데는 촌스럽게 진한 커피 한 잔이 사랑을 받았다. 동전 한 닢이면 5~10초 안에 빼 먹을 수 있는 커피의 신속, 정직함이 대중의 사랑을 받았고, 그 가벼운 커피 한 잔은 바쁜 일상 속에 머문 5분의 휴식이었다.

스타벅스를 선두로 한 원두커피의 문화는 점점 대세가 되어간다. 하지만 천천히 내려마시는 커피의 기품과 여유의 미학이 인스턴트 커피를 고상하지 않다 밀어붙인다 해도 서민 생활의 터전과 함께했던 믹스커피에 대한 정겨운 미각은 아직도 꿋꿋하다.



커피는 악마처럼 검고 천사같이 순수하다



◆커피의 소통 - 세계 속에 녹아들다

전 세계 무역량 중 석유에 이어 물동량이 가장 많은 품목이 바로 ‘커피’다. 세계인이 하루에 마시는 커피는 25억 잔에 이를 정도로 커피는 마시는 것은 인류의 공통된 일상이 되었다. 역사학자 하인리히 에두아르트 야콥은 그의 저서에서 “커피가 발견되기 이전 시대에는 소수의 천재들에게나 가능했던 뛰어난 업적을 커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이와 유사한 업적을 이룩할 수 있게 되었기에 한 잔의 커피는 그야말로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세계인들에게도 커피는 역시 삶을 창조하는 원동력의 역할을 했다. 카페인의 각성제 역할과 깊고 그윽한 맛과 향의 중독성은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이 되었다.

커피가 있는 곳엔 언제나 사람들이 모이고 자유스런 분위기에서 토론 문화가 크게 발전했으며 결국 커피가 민주주의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을 정도다. 커피가 유래되었던 아라비아에서 급속히 보급된 오스만 투르크(지금의 터어키)에서는 커피하우스가 많이 생기고 사람들이 모여들자 이를 불안히 여긴 메카의 통치자가 커피하우스를 폐쇄하고 금지령을 내렸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면 목을 베기도 했다. 그러나 보고를 받고 커피 맛을 본 술탄왕은 술이 금지된 이슬람 세계의 대체 음료가 될 것이라 보고 커피를 널리 보급한다.

커피가 유입된 초기에 유럽에서는 커피를 ‘이슬람의 와인, 악마의 유혹, 사악한 검은 나무의 썩은 물’이라 할 정도로 인식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맛을 본 사람들은 급속히 빠져들었고 커피애호가들이 대거 늘어났다. 결국 교황 클레멘트 8세는 직접 커피를 마신 뒤 “이렇게 좋은 걸 이슬람 놈들만 마시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하며 커피를 받아들인다는 공식행사로 커피에 세례를 주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그 후 커피는 단숨에 유럽을 정복하며, 커피를 마시는 카페는 수많은 지식인과 예술인들의 창조적 장소가 되었다. 북유럽에선 하루에 맥주를 3리터나 마실 정도로 유럽인들은 숙취에 빠져 있었는데 커피로의 대체는 새로운 문명으로의 도약을 가능케 했다.

◆커피의 유래와 커피로드

커피의 유래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전설은 기원 전3세기 에디오피아의 목동 ‘칼디’에 관한 것이다. 어느 날 얌전히 풀을 뜯어먹던 칼디의 염소들이 붉은 열매를 뜯어 먹더니 밤새 흥분해 춤추듯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생각한 칼디는 근처 수도원에 이 사실을 알렸고 승려들은 이 열매가 정신을 맑게하고 피로를 덜어준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사원에서 기도를 할 때 졸음을 쫒기 위해 먹기 시작했는데 당시의 커피는 콩을 빻아 볶아서 빵에 발라 먹었다고 한다.

커피를 음료로 만들어 즐기기 시작한 것은 15세기 경으로 추정된다. 커피 열매를 건조시켜 보관하던 아랍인들이 실수로 커피 콩을 볶게 되었는데 맛과 향이 더 깊은 맛을 낸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어 음료로 마시게 되었다.

한국에는 목화를 몰래 들여온 문익점이 있듯이 커피도 몰래 들여온 이들에 의해 커피 로드가 만들어졌다. 아랍의 원두를 인도로 빼돌린 ‘바바 부단’, 1616년 그 인도에서 커피나무 10여 그루를 훔쳐 인도네시아 자바에 심은 네덜란드 선장 ‘피터 반 덴 부루케’, 다시 1720년 원두를 카리브해로 몰래 들여온 프랑스 귀족 ‘가브리엘 드 클리어’로 이어지는 국제적 커피 공수는 커피역사에 있어서 ‘3대 밀수사건’으로 유명하다.

검은 음료 커피가 인류에게 받았던 사랑 뒤엔 검은 그림자도 무시할 수 없다. 아프리카 에디오피아에서 재배된 커피가 유럽 열강에 의해 남아메리카로 넘어온다. 대규모 커피 농장이 만들어지면서 노예로 전락한 원주민들이 대거 늘었다. 오히려 노예로 유명한 미국의 아프리카 노예 수가 총 50만이었는데, 브라질에서는 200년 동안 커피를 재배하기 위해 300만명, 설탕을 위해 500만명이 넘는 노예가 희생되었다.

◆커피를 사랑한 사람들

프랑스의 세계적인 문호 발자크는 사실 그의 일생의 목표는 문학적 성취가 아니었다. 그가 기계처럼 찍어내듯 다작을 했던 이유는 오직 결혼을 위해서였다.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백작부인과의 결혼을 위해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 커피를 수십 잔씩 마셔가며 작품에 몰두했다. 18년을 기다린 끝에 51세가 되어서 백작부인과 결혼한 발자크는 지나친 커페인 과다 복용으로 결혼한 지 5개월 만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가 평생 마신 커피는 약5만 잔. 그토록 가까이 했던 커피는 그에게 ‘잘못된 유혹’이 되었다.

요한 세바스찬 바하는 ‘커피 칸타타’를 작곡할 만큼 커피 애호가로 유명하다. 그 아리아에서 커피 마시는 습관을 버리라는 아버지에게 딸은 다음과 같은 노래로 커피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 “아~ 맛있는 커피, 천 번의 키스보다 황홀하고 마스카텔 포도주보다 달콤하다. 커피가 없으면 나를 기쁘게 할 방법이 없지요. 내가 원할 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자유를 약속하고 내 결혼생활에서 그것을 보장하지 않는 한, 어느 구혼자도 내 집에 올 필요가 없어요.”

커피 사랑 베토벤도 빼놓을 수 없는 커피 파트너였다. 그는 커피하우스에 가기보단 60알의 볶은 커피알을 정확하게 넣어 커피를 내려 마셨다. 점점 어두워지는 귀와 세상에서 차츰 고립되는 자신을 느낄수록 커피는 외로움을 달래주고 영혼을 충만하게 해주는 유일한 친구였다. 그의 방에서 항상 끓고 있던 커피의 향기가 불멸의 창조를 이루었다.

프랑스의 외교관 겸 작가였던 찰스 드 모리스 탈레랑의 주옥같은 커피 예찬은 아직도 살아있다.

“커피는 악마같이 검고 지옥과 같이 뜨겁고 천사와 같이 순수하고 키스처럼 달콤하다.”

이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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