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킬로만자로의 나그네’ 시집 서평, 노 시인의 시는 우리의 아리랑

정두현 시인

노세웅 시인이 고희에 처녀 시집 ‘킬리만자로의 나그네’를 상재했다. 그의 시는 참 착하다, 참 다정하다, 참 조용하다, 참 아름답다. 그의 시에는 고함이 없다. 그러나 연민이 있고 조용한 절규가 들린다.
 노 시인은 문경새재를, 아니 아리랑 고개를 넘나들며 워싱턴에서 일곱번째 아리랑 고개 위에 서서 백발을 날리며 처녀 시집을 세상에 내놓았다. 한국 사람은 모두 아리랑 고개를 넘었고 가슴 깊은 곳에 아리랑이 자리잡고 있다.

 노 시인은 윤동주 시인을 닮았다. 그는 오랫동안 윤동주 문학회 워싱턴 지부장 또는 고문으로 봉사하면서 윤동주를 닮아 갔을 것이리라. 지난해 8월 김용택 섬진강 시인의 워싱턴 방문 때 노 시인의 큰 수고를 이곳 문인들은 잘 알고 있다. 김용택 시인은 강연에서 “쉽게 자연이 말하는것을 받아 쓰라”, “항상 옆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써라”고 갈파했는데 노 시인의 시들이 그 예가 아닐까.

 “푸른 하늘이 더푸르고/지상의 꽃들이 더 아름다운 나이/멀리 보이는 세상이 더 살만한 공간이 되었네/일곱 번째 언덕에 오르니/ 눈이 밝아졌나/보이지 않던 꽃들의 미소가 보이니/ … 귀가 밝아졌나/들리지 않던 숨소리가 들리니/ 아, 아름다운 세상!”(‘고희’의 일부)

 이제 그는 득도의 경지에서 거닐고 있다. 고은 시인의 짧은시 ‘그 꽃’의 “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때 보지 못한 꽃”의 감동을 ‘고희’에서 고스란히 받았다.


 이제 세상을 멀찌감치 물러서서 바라보는 시인이 되었다. 노 시인은 정직하다. 그는 시 속에서만은 거짓말을 할 수 있다고 고백(?)한다.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라 창조적 글쓰기(Creative Writing)이 이리라. 혹 거짓말을 했다한들 나는 거짓말을 발견하지 못했다. 노 시인의 거짓말은 아름다운 시가 돼버린다.

 노세웅 시인의 해학은 독자들을 행복하게 한다. 한국에서 온 할머니에게 ‘포토맥(Potomac)’ 강은 ‘부뚜막’ 강으로, ‘무하레스’ 섬은 ‘뭐 할라꼬’ 섬이 되고 캔쿤의 ‘체첸이체’가 ‘최치원’이 되는 해학은 하얀 눈 내리는 겨울밤 산골동네 사랑방이다. 옆으로 뻗어난 이민온 대추나무 가지를 보고 2단옆차기 하고 있다고….

 노 시인의 나머지 인생은 깨끗할 것이리라. 많은 아름다운 시를 기대한다. 그는 아리랑 고개에 서있다. 그리고 그의 시는 우리의 아리랑이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