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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인구 800만 섞어 먹고 과식…마약같이 환각 불러

'잡탕 폭식'도 치료 대상

30대 후반으로 미혼인 한인 박모씨는 우유에 밥을 말아 먹을 때가 적지 않다. 박씨는 과거에는 혼자 있을 때만 우유 밥을 먹곤 했는데 "어느 때 인가부터는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게 됐다"고 털어 놓는다.

50대 초반 남성인 김모씨는 스스로 '개밥'을 즐겨 먹는다고 말한다. 그가 속되게 말하는 개밥이란 그냥 아무 음식이나 닥치는 대로 섞어서 만든 음식을 말한다.

예를 들면 커다란 대접 한 구석에 쌀밥을 퍼놓고 남은 쪽에 생선 조림이나 된장 등을 대충 담아 먹는다. K씨는 이런 상태에서 밥과 반찬을 반쯤은 섞어서 마구 비비고 또 나머지 반쯤은 밥에 생선이나 된장을 대충 얹는듯한 형태로 올려 놓고 마구 입에 떠넣는다.

박씨나 김씨는 이른바 '잡탕 폭식'(binge eating)을 하는 사람들로 분류될 만 하다. 술만 폭음(binge drinking)이 있는 게 아니다. 잡탕 폭식은 폭음처럼 일종의 질병이자 장애행동이다.



#. 잡탕 폭식 인구 800만 명=영양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은 미국에만 대략 800만 명의 잡탕 폭식 인구가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인구 100명 가운데 2~3명 꼴로 웬만한 규모의 직장을 예로 든다면 직원 중 한두 명 이상은 잡탕 폭식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셈이다.

한식이든 미국 전형의 식단이든 잡탕 폭식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음식을 섞어 먹는다는 점이 무엇보다 눈에 띄는 특징이다. 예컨대 오레오 쿠기를 으깬 감자에 혼합해 먹거나 냉동 야채에 마요네즈를 뿌려 먹는 것도 잡탕 폭식의 전형이다. 잡탕 폭식은 폭식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반찬 혹은 식재료를 조합해 과식을 하는 것이다.

#. 심리치료가 필요한 장애=잡탕 폭식은 심리치료가 필요한 장애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사춘기 때 장난 삼아 잡탕 형식으로 몇 차례 끼니를 때우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한두 번이 아니라 반복해서 잡탕 폭식을 한다면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잡탕 폭식 환자들을 치료하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잡탕 폭식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잡탕 폭식을 하면서 일종의 희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치 마약을 할 때와 유사한 기분이라고 털어놓는 사람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잡탕 폭식 장애자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폭식 후 창피해 하거나 우울한 감정에 쉽게 빠져들곤 한다는 점이다.

신나게 잡탕 폭식을 한 뒤에 잡탕 폭식을 한 음식들을 떠올리면 토할 것 같다든지 남들에게 그 같은 사실이 알려질까 봐 두려워하는 예가 많다. 잡탕 폭식은 보통 충격적인 자연재해를 당한 사람들이나 전쟁포로로 붙잡힌 사람들에게서 흔히 목격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 또한 정신적 고통과 잡탕 폭식이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잡탕 폭식은 방치할 경우 정서를 악화시킬 수 있고 육체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다스리도록 하는 게 좋다. 괴짜 식습관으로 치부하며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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