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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발레, 신나는 펑크와 만났다 [뉴욕백배즐기기]

뉴욕시발레단, 팝아트 듀오 '페일'과 합작
발레리나와 록스타의 엇갈린 사랑 묘사
2ㆍ5월 공연…17일까지 설치작품 일반 전시

고상한 발레의 펑키한 변신이 시작됐다.

음악에 맞춰 우아하게 몸을 흔드는 발레. 한 마리 백조처럼 유유히 무대 위를 노니는 무용수들. 때론 화려한 의상과 강렬한 군무로 카리스마를 뿜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좀 더 솔직해져 보자. 발레가 뮤지컬만큼 대중적인 예술일까? 발레의 기원을 더듬어 보면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궁정 연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유럽 각국으로 퍼져 나가게 된 계기 또한 피렌체 출신의 프랑스 왕비가 탄생하면서 고국의 발레를 프랑스에 소개한 이후부터다. 태생적으로 왕족들이 즐기는 고급 문화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든 장르다.

하지만 21세기에 사는 우리는 어떤가. 발레와 스트리트 댄서가 함께 '예술가'라는 이름 아래 묶여 있고, 고급과 대중적인 문화가 끊임 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융합 예술'의 시대에 살고 있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라는 작품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어 뉴욕에서도 공연하지 않았던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뉴욕시발레단(NYC Ballet)은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올해 개시하는 'NYCB 아트 시리즈'가 바로 그것. 발레와 현대 미술이 만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첫 번째 주인공으로 낙점된 아티스트는 브루클린에서 활동하는 스트릿 아트 듀오, '페일(FAILE)'이다. 이 그룹이 상징하는 단어들은 팝 컬처ㆍ펑크ㆍ그래피티 등, 발레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

팝스타 에이브릴 라빈의 노래 '스케이터 보이'를 들어봤다면 발레와 펑크의 만남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주인공은 콧대 높은 발레 소녀. 소녀에게 펑크족 소년이 고백을 하고, 내심 그를 좋아했던 소녀는 동료들의 압박에 못 이겨 그를 찼다. 시간이 흘러 펑크족 소년은 록스타가 됐고,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TV를 보던 소녀가 이를 발견하고 후회한다는 내용이다. 조금만 엇갈려도 운명을 달리하는 사이, 바로 발레와 펑크 또는 팝 아트의 관계가 아닐까.

이번 합작을 위해 페일은 뉴욕시 발레단의 역대 포스터와 공연 자료 등에 영감을 받아 새로 만든 40피트짜리 대형 나무조각 타워를 만들어 냈다. '르 발레 드 페일(Les Ballets de Faile)'이라 불리는 이 작품은 오는 15일부터 2월 24일까지 뉴욕시 발레단 시즌 동안 발레 관객을 대상으로 링컨센터 데이빗카치시어터에 전시된다. 일반 대중에게는 2월 10일부터 17일,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공개된다.

작품은 수 개월 동안 발레단 자료를 분석한 페일 특유의 아이코노그래피(iconographyㆍ도해법)로 탄생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발레리나를 사로잡는 대형 문어, 발레리나의 다리를 붙잡고 있는 또 다른 발레리나 등, 기존의 틀을 깨는 팝 아트와 발레의 만남이 그려져 있다.

발레와 펑키 아트의 합작을 기념하는 특별 공연 또한 2월 1일과 5월 29일 2차례 열린다. 전 좌석이 모두 29달러에 판매되며, 관객들 모두가 각 공연을 위해 페일이 직접 제작한 나무 조각 작품을 하나씩 선물로 받게 된다. 2인치 짜리 나무조각 6면체에 손으로 직접 그린 그림이 그려져 있는 작품이다.

관객들, 특히 젊은 층은 벌써 뉴욕시 발레단의 새로운 시도에 반응을 보이고 있다. 페일 팬페이지에는 "내 생애 처음으로 발레를 보러 가게 생겼다"는 등 벌써부터 공연을 향한 부푼 기대감을 드러낸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발레단은 오는 15일부터 27일, 2월 13일부터 24일까지 '세레나데' '백조의 호수' '잠 자는 숲 속의 미녀' 등 차이콥스키 작품들을 선보이며, 오는 4월 30일부터 5월 19일까지는 아메리칸 뮤직 페스티벌로 시즌을 마무리 한다. 212-496-0600. www.nycballet.com.


이주사랑 기자
jsree@koreadaily.com

◆페일=브루클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남성 그룹 아티스트. 패트릭 맥닐과 패트릭 밀러가 함께 작업한다. 현대 도시 아트 움직임을 선도한 아티스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도 전시한 이력이 있으며, 몽골 울란바토르, 포르투갈 리스본 등에도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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