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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사람은 왜 눈이 두 개일까

유지애/시인

세모의 조금 느스해진 마음이 새로운 해를 맞으니 다시 바빠지는 것같다. 힘들다는 넋두리를 일삼으면서도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니 다시 힘을 얻게 된다.

올해도 한국에서 막내 여동생과 유학차 동부에 있는 조카가 크리스마스와 신년 휴가로 와서 함께 지내게 되었다.

조금씩 나이를 더 해가는 동생의 얼굴 점점 어른으로 변모되어 가는 조카들의 모습에서 또 하나의 거울을 비추어 보는 것같다.

저녁을 먹고 거실에 모이면 조카들은 스마트폰과 대화를 하고 어른들은 자연히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게 되는데 다양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고정하고 싶은 욕심도 없는 것이 텔레비전의 특징이다.

평소에는 다큐멘터리를 즐겨보는 편이지만 어느 날 한 방송 프로그램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제법 인기 순위 상위에 올라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역경을 헤치고 우뚝선 인간 승리로 기네스북에 도전하거나 이미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을 출연시키는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도전과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날은 한 중국 청년이 초대되어 피아노를 멋지게 연주했는데 열 손가락 대신에 두 발로 상앗빛 건반을 수놓았다.

'류 웨이'라는 이름의 그는 조금 연약해 보였지만 수려한 외모에 마치 인생을 달관한 듯한 눈빛으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었다.

10살 때 감전사고로 두 팔을 잃고 어린 나이에 한 때는 죽음도 생각했으나 멋진 인생을 한 번 살아보는 것도 자신의 몫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한다.

음악을 좋아했기에 피아노에 도전했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피흘리는 사투를 벌인 결과 피아노만이 아닌 타이프라이터 기록도 기네스 북에 올라 있다고 한다. 처음 발가락 사이에 젓가락을 끼우고 음식을 입으로 가져가기까지 꼬박 두 달이 걸렸다고 한다.

장난기로 뭉쳐 있던 개그맨들도 특유의 카리스마로 웃음을 자아내게 하던 사회자도 그가 던진 마지막 질문에 아무 대답도 못한 채 마치 죄라도 지은 양 얼굴이 굳어 있었다. 그의 질문은 다름 아닌 왜 인간은 두 개의 눈이 있을까하는 것이었다.

우문현답으로만 여기고 우물쭈물 하는 그들에게 "한 눈은 행복과 기쁨을 다른 한쪽 눈은 다른 사람의 불행과 슬픔을 보기 위해서랍니다"라고 차분한 어조로 그가 말할 때 방청석까지 기립 박수로 눈물을 자아내고 말았다.

쉽고도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 모두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말이다. 한쪽 눈만 가진 삶을 사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 시대인가. 요즘같이 총기사고로 천진한 어린아이들이 무참히 희생되고 민중의 지팡이가 되어 주는 경찰과 소방관까지 계획살인하는 이 시대에 진정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할 때이다.

'강은 스스로가 스스로를 다스려서 어떤 구속에도 자유롭다'는 어떤 시의 구절을 떠올려보면 다스린다는 말 속에 다스려진다는 뜻도 숨어 있는 것같다. 인간이 감히 거스릴 수 없는 어떤 섭리에 다스려지는 새해를 소망해 본다.

두 발로 시크릿가든의 황홀한 음률을 선사해 주고 떠난 한 청년의 인간승리가 추운 계절을 따뜻한 화롯가에 머물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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