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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엽 기자의 귀연일기] 자급자족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임을 실감

지난 해 가을부터 우리 집의 식비 지출이 약간 늘어났다. 식구들 가운데 어머니 아버지 아이 엄마 등 서넛이 하루 한끼 생식을 하면서부터이다. 생식은 아침에 주로 하는데 보통 끼니보다 재료 마련 비용이 꽤 더 든다.

식구들이 생식을 하면서 생 현미를 구입하고 견과류와 사과를 비롯한 과일 푸른 빛이 도는 채소와 당근 등을 조달해야 했다. 이들 식재료는 모두 깨끗이 씻어 날로 먹는데 가열 조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무엇보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즉 유기농 방식으로 길러낸 먹을 거리여야 한다. 유기농 식재료는 일반 식재료에 비해 가격이 2배 이상인 경우도 흔한 탓에 식비 지출이 좀 는 것이다.

나는 하루 한끼 정도의 생식이 우리 몸에는 좋다고 믿는 편이다. 하지만 나는 생식을 하지 않고 있다. 식비를 좀 아끼려는 생각도 있고 한편으로는 명색이 농사를 지으면서 수퍼마켓에서 채소나 곡물을 사다 먹으려니 억울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원래 시골에 내려온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먹을 거리를 가능한 자급자족하는 것이었다. 헌데 우스꽝스럽게도 사 먹어야 하는 채소나 곡물의 가짓수가 도시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늘어나는 형국이다. 요 며칠 올해 재배할 작물들을 구상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생식 재료가 될만한 채소를 기르는데 주안을 둬야 할 것 같다.

헌데 당장 얼핏 꼽아봐도 심고 가꿔야 할 작물의 종류가 50종 안팎에 이를 정도로 많다. 생각나는 대로 대충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지난 해 심은 걸 기준으로 하면 상추 쑥갓 부추 케일 방울토마토 일반 토마토 호박 가지 고추 오이 수박 참외 고구마 대파 등이 있다. 이 밖에 감자 시금치 당근 우엉 강낭콩 아욱 열무 배추 무 토란 콩 참깨 들깨 옥수수 팥 갓 울금 생강도 재배했었다.

올해 새롭게 추가할 작목도 꽤 된다. 콜라비 양배추 치커리 청경채 피망 비트 신선초 땅콩 우엉 근대 얼갈이 배추 등이 그 것이다. 또 당장 한두 해 내에 수확은 못하겠지만 사과 나무도 몇 그루 심을 계획이다.

내가 경작하고 있는 밭의 면적은 1만5000스퀘어피트도 채 안 된다. 하지만 심어야 할 작물 숫자는 50종 안팎에 이르니까 말 그대로 한 작목 당 한 뙈기씩밖에 심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시골에 들어와 산다니까 친구나 지인들 가운데는 "무얼 해먹느냐"며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나는 우스개 소리로 "입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거라면 다 길러서 먹어보려 한다"고 답한다.

일조 시간이 짧고 날씨가 추운 한국의 겨울은 작물을 재배하기에 매우 불리한 계절이다. 이는 뒤집어 말해 여러 작물을 심어 가능한 자급자족 수준을 높이려면 온실과 저장고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가을에 수확한 작물을 보관해 겨우내 두고두고 먹을 수 있고 푸른 채소를 수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골에 살 생각을 하면서 당초 된장과 고추장 같은 걸 만들어 현금 수입을 올릴까 했었다. 지금도 이런 생각에는 큰 변함이 없는데 된장과 고추장의 원료가 되는 콩이나 쌀의 자급자족은 아무래도 당분간은 물 건너간 것 같다. 한 예로 좁은 밭에 여러 가지 부식거리를 재배하다 보면 넉넉히 된장을 담글만한 양의 콩 수확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까닭이다. 자급자족이 생각보다 달성하기가 훨씬 간단치 않은 목표임을 요즘 절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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