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돈의 '사건으로 본 이민생활 24시'] <33> 경우에 따라 달라지는 처벌
고맙기도 야속하기도 한 검찰
변명의 여지없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던 한 청년이 검찰의 호의로 처벌을 면한 사건이 있었다.
플러싱에 살았던 이 젊은 청년은 이웃에 사는 다른 한인 사업가가 집안에 많은 액수의 현금을 보관하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이 집을 털기로 결심하고 어느 날 그의 아파트에 침입했다. 청년이 현금을 찾느라 온 집안을 뒤지고 있는 와중에 때마침 집 주인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기척이 났다. 청년은 급한 마음에 4층 아파트의 창문을 열고 뛰어 내렸다. 다행히 아파트 밑 2층 높이의 주차장 건물 지붕에 떨어져 목숨은 건졌지만 양쪽 다리가 모두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경찰에 체포돼 병원에 실려갔다.
직업도 없이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는 불법체류 신분의 이 청년은 조사 과정에서 신분 문제가 발각되면 추방까지 당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병원으로 바로 실려 가는 통에 이민국의 신원조회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따라서 불법체류 신분도 들통나지 않았다.
부상이 심해 몇 차례의 수술을 받는 등 무려 4개월이나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한참 뒤 건강을 회복한 뒤에야 법원에 출두하게 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검찰은 이 청년의 부상을 고려한 듯 첫 재판에서 전례 없이 ACD라는 6개월 기한부 기소유예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청년은 추방도 면했고, 심지어 그동안의 병원 치료비도 모두 국가가 지불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이 청년처럼 잘못을 저지르고도 그냥 풀려나다시피 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어떤 이는 반대로 아무것도 아닌 터무니없는 일로 처벌을 받는 사람도 있다.
부동산 에이전트를 하고 있던 40대의 이혼남 M씨는 아는 술집 웨이트리스에게 방을 임대해 주었다가 밀린 렌트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게 됐다. 그러자 술이 취해 있던 여인은 오히려 무슨 말이냐며 소리를 지르고 남자의 국부를 발길로 차는 등 폭행을 하는 것이 아닌가. 기가 막히고 화가 치민 남자도 여인의 뺨을 한 대 때렸다. 겁이 난 여인은 2층인 아파트에서 뛰어내릴 생각으로 창문에 매달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결국 경찰에 의해 안전하게 내려 온 여인은 그러나 영어가 짧아 경찰관에게 자세한 정황 설명을 할 수 없었고, 그냥 "그 남자가 죽인다고 하면서 폭행을 하기에 도망가려고 뛰어내리는 중이었다"고 말해 버렸다.
이 말을 들은 경찰은 여인의 말만 듣고 이 남자를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해버렸다. 혐의가 큰 만큼 그는 구치소에서 6개월이라는 세월을 보내야 했다.
검찰이 결국 사건 내막을 알게 되긴 했지만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검찰은 살인 미수 대신 경범 혐의의 폭행으로 낮춰 재판은 끝이 났다. 그렇지만 M씨는 이미 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형무소 신세를 진 것이다. 말 한마디 때문에 엄청난 고초를 겪게 된 안타까운 사연이다.
퀸즈형사법원 한국어 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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