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마녀들'도 제 손 거쳐야 무대 나가요

브로드웨이 가발 디자이너 박수선씨
'위키드''애니' 등 인기 뮤지컬 빛내
줄리 앤드류스 첫 연출 작품에 참여

뮤지컬 '위키드'. 첫 장면에서 '착한 마녀' 글린다가 강한 파마 머리에 화려한 왕관을 쓰고 파란 드레스를 입고 공중을 누빈다. 그리곤 과거 장면으로 바뀌면서 짧은 순간에 웨이브 머리에 모자를 쓰고 교복을 입고 나타난다.
흔히들 '빠른 시간에 옷이 바뀌었군'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짧은 시간에 머리 스타일도 전혀 다르게 바뀌었다는 점을 주목해보자. 무대 뒤에서 누군가가 드라이어를 들고 머리를 펴진 않았을 것이다.
정답은 '가발'. 물론 경우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주연 캐릭터들은 한 공연에 사용하는 가발만 해도 대부분 3~4개 이상이다. 이 가발을 최대한 '진짜 머리처럼''눈에 띄지 않게''티 나지 않게' 만드는 것이 가발 디자이너의 임무다. 가발을 사용하는 이유는 공연 속 캐릭터의 모습을 일관되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인 또는 아시안이 드문 브로드웨이에서 가발 디자이너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박수선(32)씨를 만났다. 박씨가 일하고 있는 가발ㆍ메이크업 회사 '톰 왓슨'은 브로드웨이 공연의 70% 이상을 수주하는 업계 대표 회사다. 메트오페라 가발 또한 톰 왓슨에서 제작하고 있다.
박씨는 톰 왓슨 내 브로드웨이 파트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에서 메이크업과 헤어 디자이너로 패션쇼와 공연 쪽에서 일을 하던 중 한국 업계에서 한계를 느꼈다. 브로드웨이를 꿈꾸며 2006년 뉴욕으로 어학연수를 왔다.
우선 무작정 패션쇼를 찾아 다니며 업계 문을 두드렸다. 스태프처럼 보이는 사람을 찾아가 짧은 영어로 '여기서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물었고, 그렇게 뉴욕패션위크나 화보 촬영 등에서 조금씩 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브로드웨이는 달랐다. '무작정'으로, '수소문'으로 발을 들이기엔 브로드웨이의 벽은 너무 높았다. 그 커뮤니티에 들어가는 게 쉽지 않았다. 브로드웨이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살아남기까지…. 박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브로드웨이로 가는 길이 쉽지 않았을텐데.
"패션계에서 일하는 것도 좋았지만 브로드웨이에서 꼭 일하고 싶었다. 공부를 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리서치를 하다가 미국에 (공연) 메이크업 석사과정이 있는 학교가 두 군데가 있다는 걸 알았다. 그 중 신시내티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으면서 공부하게 됐고 산타페 오페라 메이크업ㆍ가발 팀에서 일하게 됐다. 한 번은 공연에 SFX메이크업(Special Effectsㆍ화상 입은 모양 등 특수분장)이 필요했는데, 비싼 돈을 주고 전문가를 불러야 하는 상황이었다. 마침 내가 그 메이크업을 할 줄 알아서 디렉터에게 내가 해보겠다고 했고, 성공적으로 마치는 바람에 공연 예산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그 후 디렉터가 일했던 톰 왓슨에 나를 소개시켜 줘 이 곳에 들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들어와서도 백인이 주류인 이 곳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았다. 일은 곧잘 했지만 회사 분위기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유머 코드도 통하지 않고, 그래서 내 본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기도 힘들었다. 한 1년을 그랬다."
-톰 왓슨 입사 이후 참여했던 작품은.
"위키드(Wicked), 록 오브 에이지(Rock of Age), 브링 잇 온(Bring it On), 애니(Annie), 뉴시스(Newsies), 펠라(Fela) 등….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은 '펠라'였던 것 같다. 배우들이 대부분 흑인이었는데, 흑인 머리카락과 관련해 경험이 전혀 없던 내가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기회였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뮤지컬 '모타운(Motown)'이다. 가발이 100개 이상이 들어가는데, 굉장한 규모다."
-작품 들어갈 때 가발팀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우선 의상 디자이너와 분장 디자이너가 디렉터와 함께 콘셉트 회의를 마치면 각 디자이너들이 구체적인 스타일과 가발 색상 등을 논의한다. 그리고 스테이지 매니저와 상의해 공연 중 가발이나 소품, 메이크업이 바뀌는 순서 등을 확인하고 프로덕션 팀에서 가발을 실제 제작한다. 제작할 때는 배우들이 오면 머리 사이즈를 직접 재고 두상 모형을 만들어 거기에다 작업을 한다. 요즘에는 무선 마이크 팩을 가발 안에 넣기 때문에 마이크 사이즈도 고려해서 제작해야 한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이 포인트다."
-회사와는 별개로 개인적으로 디자인 하는 작품도 있나.
"회사에서 개인 디자이너들의 활동도 적극 장려해서 이런 저런 작품을 많이 했다. 최근에는 브로드웨이는 아니었고 커네티컷에서 한 작품을 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줄리 앤드류스가 처음으로 디렉터를 맡은 작품인데, '더 그레이트 아메리칸 마우지컬(The Great American Mousical)'이라는 작품이다. '뮤지컬'과 '마우스(mouseㆍ쥐)'의 합성어인데, 각 출연진들의 가발을 '쥐'라는 콘셉트에 맞춰서 다양하게 디자인했다. 보통 디렉터들은 공연 들어가면 자주 못 보는데, 줄리 앤드류스도 첫 연출이고 해서 그런지 매번 공연에 와서 꼼꼼히 살피더라. 그래서 많이 친해졌다. 하하."
-앞으로 계획은.
"한국으로 들어가는 브로드웨이 뮤지컬들을 보면, 여기에서 만드는 것과 많이 달라지고, 배우들이 가발이 불편해 안 써버리는 경우도 보곤 한다. 가발이 불편한 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발 제작과 관련돼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작업하거나 한국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주사랑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