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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열 기자의 취재 그 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잠깐 시선을 고정해보자. 한가지 질문이 있다.

육안으로 창문 밖에 부는 바람을 볼 수 있는가. 인간은 바람 자체를 볼 수 없다. 다만 바람에 의해 흔들리는 나뭇가지나 잎사귀를 보며 바람이 불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뿐이다.

지금 미국은 종교의 다원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무신론자들을 중심으로 한 반기독교적 바람도 거세다. 그러한 시대적 흐름은 일련의 일어나는 현상들을 보면 느낄 수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뉴욕 맨해튼의 '타임 스퀘어(Time square)'를 찾았다. 타임 스퀘어는 세계적으로 번화한 곳이다 보니 마케팅 측면에서 각종 광고가 온 거리를 도배한 채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이곳의 광고만 유심히 살펴 봐도 패션 문화 전자제품 자동차 기업체 등 최신 트렌드를 쉽게 읽을 수 있다. 종교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무신론협회가 기독교를 부정하고 개신교가 이단으로 규정한 모르몬교는 각종 문구로 대형 광고를 내걸었다. 신흥종교인 사이언톨로지는 타임 스퀘어 중심에서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이 가운데 정통을 주장하는 기독교의 흔적이나 메시지는 타임 스퀘어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예수 탄생의 의미를 되새기고 기념한다는 개신교는 이러한 미국의 종교적 흐름 속에서 조금씩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언제부터 미국에서 이런 바람이 불었는가. 그 누구도 그날이 '몇월 며칠'인지 정확하게 짚어낼 수 없다. 종교의 다원화 또는 자잘하게 발생하는 반기독교적 사건들 속에서 조금씩 사람들의 무의식이 바뀌어 간 것이다. 이러한 변화 가운데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니 기독교의 영향력은 예전과 달라졌다.

인간의 무의식이 변해가는 것은 가장 무섭다. 차라리 급격한 변화라면 인지가 가능한 의식과 부딪쳐 저항이나 반발이 가능하겠지만 오늘날 반기독교 또는 무신론의 바람은 인간의 무의식을 조금씩 잠식해 간다. 타임 스퀘어의 각종 종교적 광고도 그런 인간의 무의식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이는 뉴욕 타임 스퀘어에만 국한된 흐름이 아니다.

죽은 감각은 바람을 느낄 수 없다. 매섭고 차디찬 바람이 휘몰아쳐도 이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살아있음을 반증한다. 2000년 역사의 기독교는 잡초처럼 끈질긴 생명력의 종교다. 이런 기독교가 종교 다원화 사회 속에 거센 바람을 맞고 있다. 정신줄 놓고 있다간 자칫 바람과 함께 사라질 수 있다. 그 바람이 느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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